터미널 차양 아래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부디 그의 마음을 지치게 하거나 힘들게 하는 생각은 아니었길 바란다. 시간이 지나 이토록 후회하는 건, 떠난 사람이 아닌 남은 사람의 숙명일까.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이 그리움인지 어쩌면 나의 죄책감인지 알 수 없지만, 그의 마지막 순간이 결코 쓸쓸하지 않았기를 고독에 둘러 쌓여 외로이 떠나지 않았기만을 간절히 바래본다. 떠나기 전 스스로 삶을 돌아보며, 아쉬움이 가득한 생애는 아니었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이생을 바라볼 수 있었기를 한없이 간절하게 바래본다.
그가 떠나던 날은 흐드러지게 꽃이 핀 따뜻한 날이었다. 임종의 순간 그의 손을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차갑게 식어버린 다리를 만졌을 때, 지난 석 달간 그가 얼마나 아팠을지 또 힘들었을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코로나라는 비극이 만들어낸 시간들.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던 순간부터 요양병원에 모신 그 순간까지, 나는 단 한 번도 그를 안아볼 수도 그의 손을 잡고 마음을 나눌 수도 없었다. 어쩌면 삶은 비극일지도.
기다리는 사람도, 또 기다려 주길 바라는 사람의 마음도 무심하게 짓밟히고 돌아갈 수도 없는 시간들을 돌아보며 눈물 흘리고 후회한다. 이미 가버린 그를 감싸 안으며, 손발이 이미 차갑게 식어버렸다고 사람은 이렇게 가버리면 끝이라고 이젠 눈앞에 두고 만져볼 수도 없다며 어머니는 눈시울을 붉혔다. 살아생전에 그가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멀리 있는 이 아들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물어나 볼걸. 오랜만에 들렀던 집에 하루라도 더 머물다 올걸, 떠나기 전 그의 손을 잡고 사랑한다고 말해줄걸, 한 번만 더 안아볼 걸. 더 많이 찾아갈 걸. 그의 전화를 무심히 끊으며 그를 외롭게 하지 말걸. 이렇게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글을 쓸 거라면,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물어볼걸.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알지 못하는 바보 같은 나를 돌아보며 후회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따뜻한 사람이 되겠다고. 그래서 내 주변 누구도 결코 외롭지 않게 해야지. 그가 항상 말해왔던 것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늘로 돌아가 다시 만나는 날, 부끄럽지 않은 자식이 되어야지.
휴대폰 속, 오래전 가족이 함께 살았던 그 낡은 주택 마당에 홀로 서 있는 그의 쓸쓸한 뒷모습. 사진을 바라보며 물어본다. 얼마나 외로웠나요. 얼마나 그리웠나요. 얼마나 후회했나요. 그의 부재에 비로소 그의 아픔을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