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 온 이유

아빠가 잘하고 있니

by 오후의 책방

내가 벼랑 끝에 섰을 때

아버지가 나타나셨어

어린 시절 남의 집살이 하던

속고 속이며 거칠게 살았던

내가 아플 때

엎고 뛰던 모습이 떠올랐어


내가 벼랑 끝에 섰을 때

어머니가 나타나셨어

계집아이로 태어나 괄시 받던 모습

한 여자가 눈물을 훔치던 모습

내 손을 잡고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달라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어


어떤 순간에도

나는 포기하지 않기로 했지

이렇게 무너진다면

아버지의 아버지들과

어머니의 어머니들의

기나긴 숨과 결이

의미를 잃어버린다는 것을

벼랑 끝에 서서 깨달았지


내 사랑하는 아이야

나는 네 곁에 있을 거란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나는 네 곁에, 네 몸속에

네 마음속에 있을 거란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아라

삶은 너의 것만이 아니란다

바람의 소리를 들었지

길고 긴 숨결을 느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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