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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Mar 14. 2024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https://youtu.be/flJBdKTQahQ

류시화 님의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에서 <모든 뱀이 밧줄이 아니다>를 낭독했습니다.

그날 귤밭에 나타난 뱀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뱀이라고 놀라서 소리치는 사람에게 밧줄이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섣불리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고통받는 사람에게 그 고통이 생각이 지어낸 허상임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기쁨으로 가득하게 될 것이라고 함부로 충고해서는 안 된다. 밧줄이 어떻게 무서운 혀를 날름거리냐는 말이 옳다. 물론 생각은 때로 맹독 가진 뱀과 같아서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하지만 마음의 병으로 입안이 헐 정도로 고통받는 사람에게는 지금 고통받고 있음은 단순히 생각의 문제가 아니라 실존의 문제이다.


나는 시간이 약이며 결국에는 다 좋아질 것이라고, 모든 고통에는 메시지가 있다고 말하는 부류의 사람은 못 된다.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도 않은 것이 삶이니까. 부서진 파편들을 서둘러 주어 모으려고 하면 안 된다. 파편에 손을 다친다. 단, 이 한 가지를 나는 안다. 칼 융이 말한 대로 우리는 아무것도 치유받지 못한다는 것. 그저 놓아줄 뿐이라는 것. 우리는 흉터를 보면서 자신이 상처를 극복했음을 알 수 있고, 흉터를 보면서 상처 입은 일을 기억할 수도 있다.


이번 책은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 이은 신작 산문집입니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모습이 내가 진짜 원했던 삶인가?"

여러분도 저도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닌, 내가 생각한 세상이 아닌, 내가 상상한 사랑이 아닌, 나의 기대와 거리가 먼 전혀 엉뚱한 행성에 불시착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저자는 '삶은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기대한 것이 아니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인생의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다른 인생'이라고! 

 예전에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신은 모든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모래시계를 하나씩 쥐어 줄 거라고. 아이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겠죠.

'인생은 정해져 있는 것이니까,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주는 선물인가요?'라고요.

신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아이의 손이 놓인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으며 말합니다. 

'물론 그런 뜻도 있겠지!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언제든 너는 이 시계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란다. 실패도 괜찮아. 나는 너에게 매 순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고. 잘못을 되돌릴 수 있는 선물을 준 것이란다.'라고요. 


《오후의 책방》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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