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왕이 태공망에게 물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시급하게 힘써야 할 일을 듣고 싶습니다. 군주의 권위를 높이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태공망이 대답하였다.
"백성을 사랑하는 길뿐입니다."
문왕이 물었다.
"백성을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태공망이 대답하였다.
"백성을 이롭게 해 주고 해롭게 하는 일이 없게 하며, 일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고 실패하지 않게 하며, 살게 해 주고 죽게 하지 않으며, 나누어주고 빼앗지 않아야 하며, 즐겁게 해 주고 괴롭히지 말아야 하며, 기쁘게 해 주고 화나게 하지 않아야 합니다."
문왕이 말하였다.
"내용을 좀 더 자세히 풀어 말씀해 주십시오.“
태공망이 대답하였다.
"백성들 자신이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농사꾼이 농사지을 때를 놓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일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죄 없는 사람을 처벌하지 않는 것이 백성을 살리는 것입니다. 세금을 적게 거두는 것이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것입니다. 웅장하게 궁궐을 짓거나 높은 누각을 세우는 공사를 되도록 일으키지 않는 것이 백성을 즐겁게 하는 것입니다. 벼슬아치가 청렴결백하여 가혹하게 굴지 않는 것이 백성을 기쁘게 하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백성들 자신이 할 일을 못하도록 하는 것은 백성을 해롭게 하는 것입니다. 농사꾼이 농사철을 놓치게 만드는 것은 일이 실패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죄 없는 사람에게 벌을 주는 것은 백성을 죽게 만드는 것입니다. 세금을 무겁게 거두는 것은 백성들의 재산을 빼앗는 것입니다. 궁궐이나 누각을 짓는 공사를 크게 일으키는 것은 백성을 지치게 만들고 괴롭히는 것입니다. 벼슬아치가 탐욕스럽고 까다로운 것은 백성을 화나게 만드는 것입니다."
- 육도 중에서..
왜 수천 년 대화가 지금을 보는 듯하고 그때 화난 백성이 지금의 나인 것 같을까? 국민의 세금으로 지은 관청은 더없이 화려하다. 개돼지라 폄하되는 99%는 보금자리 하나 얻기 위해 은행에 빚을 진다. 아차, 이 무슨 망발, 빚조차도 ‘신용등급’이 충족되어야 가능하다. 자기 계발을 이처럼 열심히 하는 세대는 이 세대가 마지막이라고 한다. 이제 흙수저는 결코 금수저가 될 수 없고, 그들만의 세계를 받칠 노예로, 톱니바퀴로 살아갈 것이라 한다. 이대로라면 디스토피아가 펼치질 것이 뻔한 탈선 열차를 세운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였다. 누구나 경제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디지털 마케팅의 시대가 열렸다. 김미경 씨나 신사임당, 개미 출신 강타자들이 너도나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적 자유를 외친다. 글쎄, 일단 그분들이 성공한 것은 인정하고,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도 존중하자. 다만 정치를 잊지 말자. 국민 다수의 삶을 최소한 돌보아야 할 책임은 김미경도, 신사임당도, 아빠 부자도 아니다. 그건 정치다. 나의 오늘은 ‘먹고사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내가 위임한 주권을 가진 이가,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느냐 아니냐에는 서슬퍼런 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투표를 잘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세상이 한두 명의 지도자의 의지로는 변할 수 없을 만큼 썩어 문드러졌기 때문일까? 투표를 잘하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선거 때마다 말하지만 권력투쟁 앞에 민생을 외면하는 것은 네가 뽑히나 내가 뽑히나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정치를 싫어할 순 없다. 정치가 아름다우면 세상이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믿음에도 변함이 없다. 만날 보는 아빠인데도 강아지처럼 달려와 안기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좌절감은 문밖에 두고, 퇴근 길 손엔 치킨을 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세상에는 옳고 바른 가치관으로 살아가려는 마음 밝은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이 어느 쪽으로 향하고 있을까, 우일까 좌일까? 비평가들은 대답은 좌는 더 좌로 우는 더 우로... 분열의 끝점을 향해, 절벽을 향해 맹렬히 달려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정치가 답이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갈팡질팡 힘겨루기는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면 희망이 있다. 나아갈 행行이란 글자는 원래 갈지자로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하며 나아가는 형국을 의미한다. 한 번은 음으로 한 번은 양으로, 한 번은 여름이었다가, 한 번은 겨울이었다가.
앞선 대화 이전에 문왕과 태공망은 먼저 이 말을 주고받았다.
"이 세상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여 한번 채워졌다가 한번 기울어지고 한 번 다스려졌다가 한 번 어지러워집니다. 군주들이 저마다 현명하고 어리석은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하늘의 시운이 변하여 저절로 그렇게 되기 때문입니까?"
태공망이 대답하였다.
"군주가 현명하지 못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지고 백성들이 어지러워지며, 군주가 현명하면 나라가 편안해지고 백성들이 잘 다스려지게 됩니다. 나라의 재앙과 행복은 군주에게 달려 있지, 결코 하늘의 시운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능력과 현명한 판단에 책임을 지는 정치인들이 부디 나라를 다스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상의 시운이 어떻게 되었든 그 시대에는 그 시대의 난제를 극복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어갈 현명한 지도자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나라고 생각한 사람 치고 정말 그 사람인 경우는 거의 없었음을 역사는 말해준다. 정치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게 '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야심은 보는 이가 없을 때,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장소에서, 권력에 정점에 올랐을 때, 여지없이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진심은 천심이라 했다. 세상 사람들은 정의라는 가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가치를 실현한 사람을 따른다고 한다. 참.. 기가 막힌 명언이다 싶다. 진심 가진 사람은 어디 있을까? 하늘께서 부디 그 사람을 환히 드러나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의 눈은 쌍심지를 켜고 있어야 할 것이고.
지난 총선 너도나도 외쳤다. "여러분, 제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 글쎄 두고 봅시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