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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이라면 알아야 할 '인터뷰'와 '르포르타주'

알면 유용한 테크닉들

by 문현웅

앞서 언급했던 바가 있습니다만. 기자건 PD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디테일’을 모아 ‘취사선택’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기자건 PD건 ‘인터뷰’와 ‘르포르타주(르포)’는 특히나 잘 숙지해 두면 쓸 곳이 많은 유용한 기술이 아닐까 합니다.


스트레이트나 피처는,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확보할 수 있는 재료가 한정적입니다. 이미 벌어진 사건의 파편을 주워 모으거나, 수사기관이 밝힐 수 있는 자료만을 취합하거나 하는 식이니까요. 물론 취재력에 따라 모을 수 있는 정보 숫자가 달라지고, 그것이 결국 특종으로 이어지곤 하지만, 막상 실무를 해 보면 깨닫는 것은 그런 요소들에서 비롯되는 차이는 결국 ‘한 발짝’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남은 0을 했는데 나는 100을 하는 특종은 거의 없습니다. 특종 대부분은, 남이 95를 잡은 상태에서, 내 기사에 팩트 하나를 더 얹고선 96~98을 만들어 차별점을 자아낼 따름입니다.


하지만 인터뷰나 르포르타주는 조금 다릅니다. 인물과 장소는 이미 준비돼 있고, 그저 ‘내가 파헤치는 만큼’ 디테일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제반 조건보다 ‘기자의 능동적인 역량’이 성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언론고시에 활용하면 응시생의 잠재력이나 역량을 판단하기에 좋죠. 이른바 ‘실무면접’에서 인터뷰나 르포르타주를 즐겨 쓰는 이유입니다. 스트레이트나 피처도 중요한 것은 맞습니다만, 막말로 언론사가 자기네 응시자 스트레이트나 피처 실력 평가하겠다고 없는 사건을 만들거나 나랏일 하는 수사기관에 협조를 구할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기에 적어도 언론고시 단계에선 인터뷰나 르포르타주가 의외로 존재감이 큰 편입니다.


'인터뷰' 테크닉에 대해 잠깐 말씀을 드리자면요. 초심자 중엔 인터뷰이의 ‘동세’에 필요 이상으로 집중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령 ‘눈살을 찌푸렸다’거나 ‘손을 내저었다’거나 하는 것들이죠. 물론 현장감과 생동감을 배가하는 데에는 의미 있는 관찰이긴 합니다만. 인터뷰 기사를 많이 읽어 봤다면 알겠지만, 그런 것들은 실제론 인터뷰 기사에 거의 적질 않습니다. 인터뷰의 핵심은 ‘동작으로 추정되는 상대의 심정’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포착되는 인터뷰이의 말’ 쪽입니다. 기자나 PD나 마찬가지. 쉽게 말하면 ‘제스처’보다 ‘멘트’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모습’은 안 중요한 것일까요? 그럴 리가요. 중요하죠. 다만 그 부분에 대해선느 ‘영상’이나 ‘사진’에 묘사 대부분을 의탁할 뿐입니다.


질문도 마구잡이로 던져선 안 됩니다. 이른바 ‘야마’를 정해 ‘와꾸’를 잡은 뒤 거기에 맞는 재료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나가야 합니다. 언론 바깥 용어로 표현하자현 '주제'를 정해 '틀'을 잡은 뒤 내용을 채워 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두괄식의 두괄식’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각 문단마다 두괄식으로 진행하고, 문단들의 핵심이 첫 문단에 나와야 하고, 글 전체의 핵심이 제목으로 반영되는 식으로 나가야 합니다.


특히 인터뷰에선 “인터뷰를 한 이유,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한 답변”이 인터뷰 첫 문장으로 뽑혀야 합니다. 그게 어렵다면 가장 눈길을 끌거나 핵심이 될 문장이 맨 앞에 설 필요가 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인터뷰을 읽는 과정은, 우선 제목과 첫 문장을 보고 “아 이래서 이 사람을 인터뷰했구나? 자세한 내용이 뭔지 볼까”의 흐름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인터뷰 세부 구성은 자연스럽게 첫 문단은 “이 사람이 왜 중요하며 어떤 주제로 인터뷰를 했는가”가 되고, 둘째 문단은 “이 사람은 이런 히스토리가 있는 사람”으로 배치되는 경향이 되기 마련입니다. PD가 인터뷰를 딸 때에도 이것은 기본이 되는 구조입니다. 즉, ‘왜 이 사람을 인터뷰했는가,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한 답변’과 ‘이 사람이 누구인가’에 관한 답은 꼭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죠.


'르포르타주' 이야기도 살짝 해 보자면요. '사람'보다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인터뷰와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렇기에 멘트보다는 묘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르포르타주와 문학의 차이는 묘사가 '팩트 위주'로 흘러 간다는 점에 있습니다. 가령 빈 골목을 묘사할 때 “그 거리는 영원토록 인류의 발끝이 닿은 바 없는 미개척지처럼 아무 흔적 없이 황량했다”는 식으로 가면 문학이라는 것이죠. “담벼락을 따라 7m 가량 이어진,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까말까 한 그 골목엔, 10분을 바라보아도 지나는 사람이 누구 하나 없었다”는 전개가 르포르타주의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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