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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사라진 노래, 스트리밍 시대의 그림자

by 문현웅
유튜브 뮤직


제가 힘겨운 날이면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 즐겨 듣던 노래를 영영 잃고 말았습니다. 어느 순간 유튜브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그 음악이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린 것입니다.


사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이용자 측에 따로 고지된 바는 무엇 하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저작권 위반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아마추어 뮤지션이 직접 올린 자작곡이었으니까요. 어쩌면 창작자 본인이 모종의 사유로 숙고를 거듭한 끝에 스스로 막을 내린 것일 수도 있겠죠. 그 노래를 되찾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제작자는 외국인으로, 연락처를 수소문해 접촉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작품을 음반 등으로 판매했던 기록도 달리 없는 듯합니다.


그래픽=김의균


지난 5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EY한영에 의뢰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6억9200만달러(약 9600억원)였던 국내 디지털 음악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13억1800만달러가 돼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디지털 음악 시장 내에서 스트리밍 서비스(약 12억9300만달러)의 비율은 98.1%로 다운로드 서비스(약 2500만달러)에 비해 압도적이었습니다. 책으로 치면 ‘서점’에 비해 ‘대여점’이 월등히 많은 셈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저렴하고 편리합니다. 좋아하는 곡 수백 개를 골라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음반이나 테이프를 구입하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비용 대비 효율과 편의성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스트리밍 서비스의 단점은 ‘대여점’의 약점과 유사합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서 사들인 음반이나 테이프와는 달리,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용자 의사와는 상관 없이 어느 날 문득 이용이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대여점이 폐업하면 그곳에서 독점으로 취급하던 만화나 비디오는 다시 접할 길이 요원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음악 산업 백서’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실물 음반 매출은 2001년 230억달러에서 매년 하락세를 거듭하다 2020년엔 42억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반면 스트리밍 서비스는 거듭된 기술 발전에 힘입어 향후로도 시장을 더욱 넓혀 나갈 것입니다. 그만큼 아날로그 음반 매체의 입지는 급속도로 좁아질 테고요. 그렇기에 남몰래 아껴 듣던 노래를 손쓸 새도 없이 돌연 상실하는 아픔 또한 그만큼이나 잦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좋아했던 노래를 원하는 때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때론 삶의 큰 위안이 됩니다. 아날로그 매체는 비싸고 불편했을지언정 그러한 안도감만큼은 보장해 주었습니다. 30여 년 전 어머니를 보채 손에 넣은 이래 늘어지도록 들었던 낡은 카세트테이프도, 20여 년 전 용돈을 모아 사들였던 먼지 묻은 음반 CD도, 재생 기기만 준비하면 어느 때고 추억을 되새기는 데에 불편이 없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또한 아날로그 매체들이 그러했듯 음악이 제공하는 아늑함을 오래도록 지켜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원문은 2025년 8월 29일자 조선일보 지면에 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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