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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illip Aug 28. 2020

생채기

꽤 오래, 꽤 자주, 그리고 꽤나 많이

썼다 지웠다 획을 더하다 빼다

결국엔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미완인 채로 남겨두기로 한

한 편의 글을 본다.


쑥스러워 읽을 때마다 볼을 붉히우다

켜켜이 적어 나간 삐뚤빼뚤

못난 나의 휘적임 사이사이

행간에 적이나마 녹여 넣은

그러나 녹다 만 나트륨 덩어리

혹은 그와 비슷한 짭쪼롬한

한 편의 글을 본다.


분명 그러하였다.

혹은 그러하였던 듯하다.


무언가 그저 내키는 대로 

손끝으로 내던지듯 그리다

후두부로 무언가 짭쪼롬한

어떤 것도 삼켜내었던 오후


각지고 날 서 생채기 내던 너

그 옆에 태를 뭉뚱그리고

찌그러진 그림자 붙들고

피눈물 흘리며 서있던

내가 담긴


한 편의 글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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