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꽤 자주, 그리고 꽤나 많이
썼다 지웠다 획을 더하다 빼다
결국엔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미완인 채로 남겨두기로 한
한 편의 글을 본다.
쑥스러워 읽을 때마다 볼을 붉히우다
켜켜이 적어 나간 삐뚤빼뚤
못난 나의 휘적임 사이사이
행간에 적이나마 녹여 넣은
그러나 녹다 만 나트륨 덩어리
혹은 그와 비슷한 짭쪼롬한
한 편의 글을 본다.
분명 그러하였다.
혹은 그러하였던 듯하다.
무언가 그저 내키는 대로
손끝으로 내던지듯 그리다
후두부로 무언가 짭쪼롬한
어떤 것도 삼켜내었던 오후
각지고 날 서 생채기 내던 너
그 옆에 태를 뭉뚱그리고
찌그러진 그림자 붙들고
피눈물 흘리며 서있던
내가 담긴
한 편의 글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