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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엠히 Mar 31. 2017

오늘도 리스본의 28번 트램은

이렇게 멋스러운 대중교통이 또 있을까



 리스본에서 28번 트램에 몸을 싣지 않고 돌아온 여행객이 얼마나 될까. 리스본의 웬만한 주요 관광지를 다 지나는 이 28번 트램은 목적지에 보다 편하게 닿기 위함 때문이 아니라도, 멋스러운 외관과 요란한 소리로 여행객의 눈길과 발길을 끈다.





 심지어 우리가 묵은 호텔 바로 앞은 28번 트램이 출발하는 첫 정류장이었기에 리스본에 머무는 동안 나는 항상 멋스러운 트램을 바라봐야 했다.





 첫 정류장이어서인지 트램은 우리 호텔의 정류장 앞에서 꽤 오랜 시간 정차했는데, 그때마다 얼마나 트램에 올라타고 싶었는지. 일부러 내가 올라탈 때까지 기다려주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니까.






 나는 왜 트램 타는 일정을 첫날로 계획하지 않았나. 그 덕분에 리스본에 도착한 지 이틀이 지나서야 28번 트램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 꽤 많이 탄다, 나는 여유롭게 트램에 앉아 살랑바람을 느끼며 한 바퀴 도는 상상을 했는데.


 기대했던 풍경은 아니지만 나처럼 28번 트램에 기대를 가득 안고 리스본에 온 여행객이 많을 테니까.



 


 '소리마저 요란한 이 낡은 트램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렸을까'





 리스본의 젊은 청년들은 트램 문 틈 사이로 손을 끼워놓고는 매달려가는데, 이 모습마저 낭만적으로 보이니 아무래도 28번 트램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나 보다.





 오랜 시간을 간직해서일까, 그 어느 색의 트램도 리스본 건물에 어느 하나 튀는 구석 없이 잘 어우러진다. 리스본 시내 곳곳을 달리지만 그 어느 곳에 당장 정차하더라도, 그리고 더 이상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마치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던 건축물처럼.





 참 오글거리지만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예쁜 새 신을 선물할 때면 그런 대사가 나온다. '이게 널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줄 거야'라고.


 28번 트램도 그 드라마를 봤나, 역시 참 멋진 곳으로 나를 데려다 놨다.





 달리는 트램 안에서 리스본의 풍경을, 자신의 눈 앞에 영화처럼 스치는 그 장면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겠지. 나는 또 내 눈앞에 스쳐가는 그들의 모습을 담고.





 그땐 왜 미처 상상하지 못했을까, 야간에 타는 트램은 어떨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사이, 어둑어둑해진 거리를 가르는 28번 트램에 가만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한창 봄이 찾아오는 지금 이  계절엔 살랑바람이 불고 있겠지. 오늘도 28번 트램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리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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