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수평선이 있는 포르투갈 호카곶
"이곳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인 포르투갈 호카곶. 십자가 탑에 적힌 카몽이스의 시 구절처럼 이곳은 유라시아의 최서단이지만 한때는 유럽 사람들에게 세상의 끝이라고 여겨진 곳이기도 하다.
세상의 끝이라니, 하늘과의 경계도 분명하지 않을 정도로 넓은 저 바다는 얼마나 서운했을까. 온 힘을 다해 이 땅 앞으로 힘차게 파도치는데 말이다.
파도가 힘차게 치니, 당연히 바람도 세게 불어온다.
어릴 적 바다를 그릴 때면 주저 없이 파란 크레파스를 들고 쭈욱 선하나를 긋고 시작했는데 실로는 그렇지가 않다. 내가 그린 바다와는 다르게 하늘과 맞닿아 있는 아득한 수평선. '단지 내가 선 이곳이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일뿐, 이 세상에 끝은 없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던 광활한 바다.
이 작은 사진 안에서도 바다가 내는 색이 다른 걸 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빛의 색은 바다가 다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러고 보니 엄마가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다. 내 기억 속의 엄마는 움직이지 않을 때 항상 메모지에 이것저것 써 내려가며 무엇을 골똘히 생각하거나 계산을 하고,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전부인데.
그런 엄마를 볼 때면 한 번씩 '우리 엄마 치매는 안 걸리겠다' 싶다가도 '아니야, 저러다가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서 미칠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 엄마가 저렇게 평온한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덩달아 편안해지던 날.
호카곶이 한눈에 들어오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던 곳은 아니다. 하지만 한눈에 넣을 수도 없으며, 특별한 무언가가 없기에 더 의미 있던 곳이 이곳 호카곶이다.
특별한 무언가를 바쁘게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거나 알려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서서 어떤 생각이든 할 수 있던 곳이니까, 단지 엄마와 나는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에 함께 서있었을 뿐이지만 그 사실만으로도 모든 것을 한 곳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