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서적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은 바로 손으로 만든듯한 얇은 책 때문이었다. 몇 장 안 되는 읽을거리를 손안에 들고 다니는 뿌듯함. 누군가 인쇄해 준 이야기를 가방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듯한 기분. 책이기 이전에 이야기를 가진 기분이었다.
몇 장 안 되는 책장을 넘겨보며 작은 활자로 된 명조체를 읽는 기분은 소소하게 즐겁다. 예전의 나는 생각도 못했던 방식으로 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그런 그들의 창조적인 생활이 즐거워 보여 시도해보게 된 독립출판. 그것은 분량과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것이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좋아하는 얇은 출판물들은 더 이상 내 손안에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대신 점점 더 사모으게 되었다.
고요 서사를 나서고 찾으려던 커피집을 찾아볼까 하다가 세 번째로 들린 별책부록. 하얀색 외관을 가진 서점으로 마침 오후의 해가 정방향으로 비추고 있어 눈이 부셨다. 옆으로 긴 직사각형의 햇볕이 한낮의 햇살을 오롯이 전부 받아들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이 서점의 첫인상이었다.이곳만의 특징 있는 동글동글한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있었다. 사진집, 드로잉집, 그 외 다수의 독립출판물들. 문구류의 굿즈들도 질서 정연하게 놓여있었다.
작은 서점을 생각하고 들렀다가 생각보다 많은 책들에 당황하며 둘러보다가 정체모를 바구니를 발견했다. 무심코 봉투 하나를 빼어 들었는데 거기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을 발견했다. 작은 봉투의 윗부분에는 가위 마크로 표시한 절취선이 있었고 그곳을 잘라내면 편지같이 접혀있는 책을 꺼내볼 수가 있었다. 아! 이런 느낌의 책이 책이라니. 나는 바구니 속을 뒤지고 뒤져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야기 몇 개를 골라냈다.
계산을 하고 서점을 나서는데 햇볕의 방향이 바뀌었다. 꽤 오래 얇은 책들 사이를 비집어보고 다녔구나. 이야기를 산다는 건 금액과는 상관없이 꽤 뿌듯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