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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학드림 Jan 11. 2017

과학이 전하는 사랑의 유통기한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

저는 커플 사이에서 가장 많이 오가는 감정이에요. 가족 사이에서도 활약 중이고, 최근에는 반려동물과 인간을 이어주는 감정이기도 하죠. 솔로들은 이따금씩 저를 저주하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사랑'입니다. 사람들은 만났다 하면 '저(사랑)'를 주제로 떠듭니다. 수다의 주제는 노래, 소설, 영화, 뮤지컬 등등 숱하게 많죠. 특히 연인끼리 만났다 하면 '저'를 속삭이는 데 정신이 팔립니다. 그런데 가끔 '저' 때문에 커플들이 왈가왈부할 때는 난감해져요. 바로 '저'에 대한 유통기한을 물어볼 때죠.


"오빠 나 사랑해?"
"당연하지."
"언제까지?"
"평생~!"
"에이! 거짓말!"
"진짜야!"
"사랑도 몇 년 지나면 식는다잖아~! 난 오빠 안 믿어."
"왜 그래~ 아니라니까! (아오! 또 시작이네!)"


'저'는 이런 연인 간의 대화에서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요? 진짜 저에게는 유통기한이 있는 걸까요? 그래서 저는 지금부터 나 자신, 즉 '사랑'의 실체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알아보기로 했어요. 생물학을 통해 '저'의 실체를 벗겨 보는 거죠. 여러분이 '저'와 '사랑'이란 단어를 헷갈릴 수도 있으니 앞으로는 그냥 '사랑'이란 단어로 통일할게요.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있을까요?


먼저, 사랑이란 감정은 무엇일까요?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커플들의 뇌를 fMRI로 찍으면 사랑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어요. 이제 막 시작한 연인들의 뇌에서는 '도파민'이란 신경전달물질의 향연이 벌어집니다. 도파민은 뇌의 쾌락 중추를 두드리면서 "빨리 그 여자(남자)를 만나자.", "아직도 안 만났어? 빨리 보고 싶다고 해."라며 뇌를 자극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도파민이란 물질은 끈기가 부족해요. 2~3년이란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기 시작하거든요. 권태기의 시작인 거죠.

사랑의 시작은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우리를 사랑의 중독 상태로 만든다.

그럼 고작 사랑의 유통기한이 3년이란 말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 수십 년씩 서로를 사랑하며 해로하는 부부들을 많이 볼 수 있으니까요. 이들은 도파민이 사라진 자리를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으로 채움으로써 아름다운 사랑을 계속 이어 나가요. 원래 옥시토신은 여성이 출산을 할 때 자궁을 수축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미국 에머리대학의 래리 영 박사팀에 의해서 옥시토신이 애착 형성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집니다(2008년, <네이처>). 래리 영 박사의 실험에 따르면 수컷과 암컷 들쥐의 체내에서 옥시토신을 제거했더니 수컷은 교미가 끝나자마자 자취를 감추고, 암컷 역시 수컷을 본 척도 안 하더라는 거죠. 그런데 재미있게도 들쥐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옥시토신 수용체의 양을 늘리면, 서로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들쥐 부부가 어느새 잉꼬부부로 바뀌고, 수컷 들쥐는 '딸(아들) 바보'가 되어 새끼들 양육에도 힘쓴다는 거예요. 호주 시드니대학의 아담 박사의 연구는 더 놀랍습니다. 아담 박사는 불화를 겪고 있는 부부에게 옥시토신을 약물로 투여하는 실험을 했는데, 결과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났던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습으로 바뀌었어요.


도파민이 사라지면 옥시토신이 사랑의 빈자리를 메웁니다.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에게 불타오르는 사랑은 없지만, 서로가 옆에 있어야 마음이 안정됨을 느낍니다. 이는 열정적인 사랑의 단계를 넘어서 평온하게 사랑하는 단계로 접어든 거예요. 도파민의 시기를 지나 옥시토신으로 맺어진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인 셈이죠. 어쩌면 옥시토신은 '정 때문에 산다'란 말의 장본인이 아닐까요?


그럼 여기서 또 질문이 생깁니다. 옥시토신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요? 다행히도 도파민과 달리 옥시토신은 꾸준합니다. 서로 관계가 나빠지면 줄어들기도 하지만 관계를 회복하면 다시 분비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행복한 사랑을 유지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옥시토신을 회복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도파민이 뇌의 쾌락 중추를 두드리던 때만을 추억해요. 그러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새로운 이성을 찾아 나서는 모험(?)을 감행하기도 하죠. 도파민이 사랑 외에 '음악'을 듣거나, '성취감'을 느끼는 일을 할 때도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옥시토신을 버리고 도파민을 찾아 나서는 모험'은 어리석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얘기가 길어졌네요. 어쨌든 과학을 통해 내린 사랑의 유통기한에 대한 결론은 이렇습니다.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도파민, 그리고 옥시토신,
형태만 다른 사랑이 있을 뿐이다.


여러분은 '도파민 사랑'을 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옥시토신 사랑'을 하고 있습니까? 뭐가 됐든,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은 여전히 '사랑'입니다. 시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영원한 사랑은 존재합니다. 추운 겨울, 사랑을 통해 뇌가 행복해지는 경험을 누리셨으면 합니다. 사랑합시다.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도파민의 열정적인 사랑에서 옥시토신이란 평온한 사랑으로 옮겨갈 뿐. 그래서 시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영원한 사랑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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