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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학드림 Jan 15. 2017

키스의 역사와 과학

과학이 전하는 키스의 비밀

'저'는 사람들의 얼굴을 화끈 달아오르게 하는 재주를 지녔습니다. 연인들은 관계가 깊어지면 '저'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곤 하죠. '저'는 수많은 동물 중에 유독 인간들이 자주 즐기는 애정표현이에요. 그렇습니다. '저'의 이름은 '키스'입니다. '저(키스)'를 주고받는 입술은 인간의 뇌에서 가장 많은 신호를 처리하는 예민한 기관이죠.

대뇌가 신체 기관을 관장하는 영역의 크기를 비율로 표현한 모형. 키스를 할 때 사용하는 입술은, 손, 혀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뇌 표면을 많이 차지한다(그만큼 예민하다는 뜻).


많은 사람들은 달콤한 문장들로 저를 꾸며 주지만, '나(키스)'는 누구이고, 언제 어디에서 시작된 행위인지는 말해 주지 않더군요. 말해 주지 않는 게 아니라 '모른다'는 게 정답이겠죠? 그래서 이번엔 '저(키스)' 스스로 자아 찾기를 해 볼까 합니다. '키스'는 언제 어디에서 시작됐고, 왜 사람들은 키스를 나누며 사랑을 확인하는 건지 말이죠.


키스는 생각보다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경에도 등장하고, 조선왕조실록 세종 75권에는 “낮에도 목을 맞대고 혓바닥을 빨았습니다”라는 기록이 있죠. 이뿐이겠습니까? 서기 400년 경에 쓰인 성애 지침서 《카마수트라》에는 혀를 사용할 때, 하지 않을 때의 입맞춤 등 여러 가지 키스 기술이 묘사되어 있다고 해요. 생각보다 역사가 길죠? 그렇다면 사람들은 많은 애정표현 중에서 왜 유독 입을 맞추는 행위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게 된 걸까요?

많은 애정표현 중 사람들은 왜 키스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게 됐을까?


● 키스는 어디서 어떻게 유래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논쟁이 오갑니다. 첫 번째는 '키스'가 어미가 새끼에게 입을 통해 먹이를 먹여 주던 행동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입니다. 새나 침팬지도 이런 식으로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보면, 수백만 년 전 인류의 조상들도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있죠. 지금은 이런 문화가 없지만, 과거에 엄마들은 음식을 자기 입으로 씹어 부드러운 죽 상태로 만든 뒤, 혀로 아이들 입에 밀어 넣어 주었다고 해요. -어쩌면 영어 문화권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아기(Baby)'라고 부르는 것도 과거 이런 관습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먹이 주던 습성에서 키스가 생겨났을 거라는 추측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다고 해요. 한 예로 파푸아 뉴기니에서는 엄마들이 아이들한테 아직도 이 방식으로 음식을 먹이기는 하지만, 성인 남녀가 입맞춤하는 관습은 유럽인들이 그곳에 나타나기 전까지 전혀 생소한 행위였거든요.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2015년, 미국 네바다 대학의 '윌리엄 존 코윅' 교수는 사랑하는 연인들이 키스를 하는 행위는 168개 문화권에서 약 46%의 문화권에서만 이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즉, '키스'라는 행위 자체가 보편적 문화가 아니라는 주장이죠.

여타 동물들의 먹이 주는 행동이 입맞춤과 비슷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인류의 키스도 과거 어미가 아이에게 입에서 입으로 먹이를 주는 행동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있다.


두 번째는 오래전 과일을 채집하며 생활하던 구석기 시절(수십 만 년 전), 빨갛게 잘 익은 과일에 끌리던 성향이 키스로 발전했다는 가설이에요. 빨간 걸 좋아하던 성향이 남녀가 짝을 고르는 취향에 반영되면서 빨간 입술을 탐닉하도록 진화했다는 얘기죠. 하지만 잘 익은 과일이 빨간색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 가설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해요.


세 번째 가설이 가장 그럴듯한데요, 키스가 배우자를 고르는 데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에요.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사람들은 키스를 할 때 서로의 침을 교환하잖아요? 이런 과정에서 본능적으로 키스를 하는 상대가 나의 배우자로써 충분한 조건(자상함, 건강함 등)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한다는 거죠. 좋은 사람 같아서 사귀었지만, 막상 키스를 했을 때 별 느낌이 없을 때가 있잖아요? 혹시 이런 경우,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 사람이 '나와는 잘 안 맞는 배우자'라고 판단하는 건 아닐까요?

(실제로 2007년, <사이언스 데일리>에는 학생들에게 “키스가 별로여서 헤어진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담은 조사 결과가 실렸는데, 조사 표본 1,041명 중 남자의 59%, 여자의 66%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키스는 배우자를 고르는 데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 키스는 생물학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까?

1995년, 생물학자 '클라우스 베데킨트(논문 링크)'는 키스나 접촉을 통해 전해지는 침이나 땀 냄새가 배우자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죠. 사람들은 냄새로 '면역 유전자(MHC)'가 나와 얼마나 다른지 본능적으로 판단하는데, 이때 상대방의 '면역성'이 나와 다르면 다를수록 더 좋아한다는 거예요. 즉, 내가 가지진 못한 '면역적 매력'을 가진 이성에게 끌린다는 얘기죠. 그리고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성의 '면역적 매력'을, 키스 혹은 스킨십으로 전해지는 여러 체액의 냄새를 통해서 판단하는 거고요. 여기서 더 나아가 1999년, '손힐'과 '갱지스테드(논문 링크)'란 생물학자들 역시 키스는 상대방과 내가 얼마나 유전적으로 잘 맞는지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어요.

키스는 상대방의 『면역적 매력』을 평가하는 본능적 행위이다.


● 키스를 하면 뭐가 좋을까?

사랑에 기반한 '키스'는 당연히 건강에 좋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농도는 물론, 심혈 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죠. (역시 솔로보다는 커플인가 봅니다!) 그리고 키스는 성관계 전에 흥분 상태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3년, 심리학자인 '월로다르스키'와 '던바'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성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경우, 성관계 후에 하는 키스보다 성관계 전에 하는 키스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라고 해요(논문 링크). 또 같은 논문에서는 연인끼리 '성관계를 얼마나 자주 하냐'보다는 '키스를 얼마나 자주 하냐'가 연인 사이의 관계 만족도에 더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말하죠.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키스의 빈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이제 '저(키스)'에 대해서 좀 정리가 된 거 같아요. 아름답게 묘사돼도 모자랄 판에 키스에 이리저리 칼을 대면서 분석한 건 좀 심하지 않냐고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키스를 '과학의 눈'으로 보면 나만의 '색다른 시각'이 생기고, 이는 우리에게 더 풍부한 감성과 더 놀라운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과학'과 입맞춤한(?) '키스'가 한결 더 달콤하게 느껴지길 바랍니다.

과학이란 안경은 사랑이란 멋진 여행에
더 풍부한 감성과 놀라운 영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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