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Paris, Dubai, Miami? 너네가 왜 나와?
7월이지만, 어느새 푹푹 찌는 날씨가 되었다. 6월 마지막주 까지만 해도 출장차 방문했던 NYC는 아침저녁으로 다소 쌀쌀한 감이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이런 계절이라니 좀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가장 좋은 계절로 꼽히는 봄 중 4월과 6월에 한국에 없었으니..
그동안 업무는 상당히 고되고 스트레스를 제법 받았었다. 회의가 하루에 7개 정도는 항상 잡히니 낮에는 근무할 시간이 없고, 7개 회의에서 나오는 피드백과 그간 쌓인 슬랙을 처리하다 보면 밤 9시는 예사이다 보니, 개인적인 발전의 시간을 갖지 못한 채 반년을 소비한 셈이다. 작년에 빠른 은퇴를 노리고 다소 공격적인 투자포지션을 가져간 게 새삼 후회된다. 일반적인 직장인은 만지기 쉽지 않은 자산을 축적했었는데, 먼지처럼 흩어질 줄이야.. 잘 마무리됐다면 지금쯤 토지를 고르고 토목공사를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상반기 업무부담을 가중시킨건 두 차례의 출장이었는데, 각각 4주, 3주간에 거친 일정이었고 한국의 업무들은 어쨌거나 이어가야 했기에 만만한 일정은 아니었다. 이번 미국 출장은 여러가지로 인상 깊은 일들이 있었는데, 힘든 상황 속에서 발생했던 귀여운 일들이 아니었다면 견디기 어려운 일정이었다고 생각된다. 이건 나중에 좀 더 설명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올해 꽤 많은 도시들로 출장을 갔었다. New York, Paris, Dubai, Miami 등등인데, 해외에서 산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던 시간들이었다. 기본적으로 1M usd면 거주가 그래도 가능한 공간들을 찾을 수 있을 테니(물론 Manhattan 제외).
먼저 Dubai의 경우를 보자. 엄청나게 깨끗한 거리와, 그에 걸맞은 웅장한 규모의 건물들이 Main street에 포진하고 있었다. 현대 건축물의 정수들이 곳곳에 있으니 확실히 인상적이었는데, 정말 안전하고, 편의시설들이 잘 갖춰진 곳이었다. 영어도 무리 없이 통했으며, 현지 물가의 경우도 좀 비싼 감은 있었지만 어차피 서울 물가와 비교하면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꽤 좋은 입지의 적당한 콘도가 1M USD 정도였는데, 사실 그정도 가격대의 서울 아파트와 비교하면 퀄리티는 훨씬 좋아 보였다.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뭐 라마단 기간에만 거지들도 동냥으로 몇천만원을 번다는 곳이니.. 화려하고, 안전하고,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있는 '괜찮은' 터전으로 보였다.
New York은 Manhattan에서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곳은 아니었다. 살인적인 living cost도 그렇지만, 안전이란 것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기 때문에.. Soho, Noho, Upper eastside라고 하더라도 글쎄..이곳들은 분위기는 좋았지만 결국 뉴욕이라는 태생의 한계를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유색인종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건..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이면 그래도 또 모를까, 뉴욕은 엄두가 안나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간 한국을 제외하면 어디에서 살아볼까?라는 생각에 항상 Thailand의 BKK(방콕)이 제일 먼저 떠올랐었다. 안전하고, 합리적인 living cost(자주 가다 보니 방콕이 싸다고만 보기 어렵다는걸 알았지만), 경제구조상 외국인에게 관대한 사회분위기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위에 언급한 도시들을 포함해 올해 가본 Miami, Paris, Tallin, Helsinki 등도 방콕을 이기긴 어려워 보였다.
지금 드는 생각은, 적당한 곳에 아담한 집을 짓고, 1년에 절반 정도는 해외에서 보내는 상상을 해보고 있다. 3개월은 San Diego, Vancouver, Hawaii, Tokyo 등에서 지내고, 3개월은 방콕에서 지내면 만족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30억 정도의 자산을 모아야지 가능한 삶이 되겠지 싶다. 이런 생각을 하면, 얼추 절반까지 모았다가 0이 돼버린 계좌를 볼 때마다 속이 굉장히 쓰리긴 하다.
본의 아니게 올해는 국내 임장보다 해외 임장을 가본 셈이 돼버렸다. 조용히 저녁에 숙소에 돌아와 근처 집값 등을 검색하다 보면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그때의 복잡한 생각들이 다시 떠오른다. 결국 문제는 돈인데, 제목을 "서울 토박이의 전원주택 구하기"에서 뭔가 "자산 30억 만들기"로 바꿔야 되나 싶기도 하고.. 분명히 돈을 꽤 많이 벌었었는데, 지금은 다시 그 정도라도 모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꽤 다이내믹한 2022년을 보내고 있다. 여름이 지나면 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궁금도 하고.. 한 3개월 뒤쯤에는 무슨 이야기로 13번째 글을 쓰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