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gel Mar 02. 2021

서울 토박이의 전원주택 구하기 - 5

속초, 양양, 삼척 답사 이야기

강원도는 마음속에서 항상 반짝반짝 빛나는 곳이다. 발전이 더딘 동네라기 보단 깨끗한 바다와 그곳에서 즐거웠던 추억들이 남아 일상에서 탈출한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언젠가의 11월, 서울의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을 뒤로하고 갔던 속초는 맑은 하늘을 뽐내고 있었고, 그때 숨이 확 트인다는 느낌을 받은 뒤로는 제주도와 더불어 언젠가 전원주택을 지어 살겠다고 생각한 유력 지역이기도 하다.


이번 답사를 앞두고,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지난 3편에서 방문했던 고성의 택지는 많이 아쉬웠지만, 싸게 싸게 알아보던 중이었으니 그저그런 땅을 소개받았다는 생각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무려 4억원의 예산을 생각하고 가는 것이 아닌가? 호호

그러면 역시 주력 지역으로 가야지. 위로는 속초, 아래는 삼척까지 강원도 해안선 근처를 총체적으로 둘러볼 생각이다. 아, 강릉은 제외했는데 이왕이면 춘천에서부터 속초까지 새로 기찻길이 이어지는 만큼 앞으로는 속초가 더 뜨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다. 그렇게 11월의 맑은 날, 아침을 먹고 강원도로 향했다.



언제나 기분 좋은 강원도의 맑고 깨끗한 해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속초 바로 밑에 있는 강선리 전원주택 마을이다. 근처 부동산들이 공통적으로 소개를 많이 해주었고, 구해줘 홈즈에 방영도 됐던 곳이기도 하다. 속초에서 점심을 먹고 체감상 10분 정도 움직이니 뒤쪽에 웅장한 설악산을 배경으로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선리 전원마을은 분양이 시작된 지 오래된 곳은 아니기에 비어있는 택지들이 많았다. 물론 그만큼 조용했고, 설악산 가는 길목에 있어 공기도 좋았다. 바다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택지 가격이 바다 조망권의 절반 정도도 되지 않아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었다. 택지 위치별, 모델하우스별로 가격은 다 다르겠지만, 120평 정도 대지의 집이 2~3억 원대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 원래 이정도가 전원주택 적정가 아닌가?)


다만, 몇 가지의 집 모델을 제시하고 모듈하우스 방식으로 짓는 집이기에 가능한 가격이었을 것이다. 분양사가 제시한 견본주택들은 주로 스타코 외벽을 붙인 2층 경량 목구조였는데, 글쎄.. 세컨하우스로 가끔 들리는 집이라면 모를까 틈날 때마다 찾아서 머물다 가는 로망이 깃든 주택은 분명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세컨하우스 정도라면 2~3억원으로 국내외를 실컷 놀러 다니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양양군 강현면에 있는 강선리 전원마을. 속초에 근접해 입지상 좋고 매우 조용했다


사실 양양 고속도로 이후 강원도 분양업체들이 "서울에서 2시간", 심지어 "서울에서 1시간대(1시간 50분)" 이런 식의 마케팅을 하는데 종종 쓴웃음이 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면 정말 2시간에 가긴 하니 틀린 말은 아니다. 오히려 정말 가까워 진거지... 다만, 운전을 할 경우 변수들이 있는데 강동구에서 출발하는게 아니라면, 보통 집에서 강일 IC까지 한시간 정도가 걸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가는 도중 휴게소 좀 들리면 3시간 30분 정도가 운전자 입장에서 무리하지 않고 도착하는 시간이다.


강원도에 집을 짓는다면, 매번 이런 과정을 거치고 가야되는데, 이걸 감안하면 강선리는 마음에 썩 차는 조건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바닷가에 도보나 자전거로 손쉽게 들릴 거리는 아니기에 뭔가 김이 빠졌다. 산이 배경이라면 오늘 지나처온 가평, 양평, 홍천, 원주 등과 큰 차별화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이었다.


강선리 주변 길들은 한적하고 이뻤다



시간을 보니 벌써 4시가 넘었기에 서둘러 다음 장소로 옮겼다. 출근시간을 피해 아침 10시 반쯤 집에서 나왔는데, 속초에 들려 점심 먹고, 중앙시장 잠깐 둘러봤음에도 하루가 가고 있다는 사실에 서울과 강원도의 거리감이 새삼 느껴졌다.

그래... 집이 진짜 마음에 들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3개월에 한 번 오기도 힘들거야. 이런 생각에 마음이 다시 급해졌다.



이런 생각에 부지런히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물치항 근처의 전원주택 택지였다. 평당 200만원이 넘어가는 고가의 택지다. 바닷가 바로 앞 7번 국도에 인접한 개발지구 혹은 오션뷰 조망위치에 마음먹고 자리잡은 택지가 아닌 이상, 강원도 중 최상단에 위치한 게 아닐까 싶다.

바닷가까지 400m, 숨만 쉬어도 바닷내음이 느껴질 것 같은 거리다


택지 위치는 아주 좋았다. 인근에 아파트 단지들이 입주해 있었고, 가까운 물치항에는 하나로마트와 농협 및 기타 편의시설들이 위치해 있었다. 물치항까지 5분 정도면 충분했는데 가는 길에 미용실, 고깃집, 카페 등등이 있어 체감으로 살기에도 편할 것 같았다. 학교들도 보였고 속초까진 자전거를 타고도 갈 수 있는 거리니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격이 곧 품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건 택지가 평지에 위치해 끈적한 해풍을 느낄 순 있을지언정 조망이 안된다는 것이다. 층고가 높은 2층집 옥상에서라면 가능할 것 같긴 하지만 거실에서 내려다보는 건 아마도 어렵지 않나 싶다. 바닷가 코앞이지만 조망이 안된다는게 어째 김이 좀 빠지지 않나..싶다. 입지 상 최적의 위치를 보였던 물치지구가 가진 한 가지 단점이지만, 개인적으론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물치항, 좋으면서도 아쉬웠다. 저 아파트 3층 정도에서면 조망이 가능할까?




동해 고속도로를 따라 숙소인 삼척쏠비치로 내려가며 지금까지 인터넷,부동산,탐방 등의 정보를 취합했다.


1.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영동지역의 택지 가격은 내려간다.

2. 강원도에서 바닷가와 가까운 쪽은 대부분 계획관리 지역이나 개발이 어느 정도 된 상업지구다.

3. 바다가 조망이 되는 곳은 보통 평당 300만원 정도 한다.

4. 속초 혹은 양양시내와 가까울수록 택지 가격은 비싸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곳은 "2"번의 상업지구가 아니면서 바닷가와 가깝고 바다조망이 가능하며, "4"번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속초에서 삼척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체감상 2시간은 걸린 느낌인데, 머릿속에서는 계속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잠깐만, 내 예산으로 이게 되나..?






작가의 이전글 서울 토박이의 전원주택 구하기 -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