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의 시작
소녀는 여느 아이들처럼 혼자 걸어야 하는 나이가 되자 길을 떠났어요.
소녀에게는 소녀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어른들이 있었어요.
소녀를 사랑하는 어른들은 소녀에게 발자국이 많은 길을 따라 걸으라고 가르쳐 주었어요.
똑똑한 아이였던 소녀는 그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겼어요.
때때로 소녀는 선택의 관문을 만났어요.
그때마다 소녀는 소녀를 사랑하는 어른들이 가르쳐준 대로 발자국이 많은 길을 따라 걸었어요.
그리고 그런 길은 항상 안전했어요.
이따금씩 발자국이 드문 길을 선택했다가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람결에 들려왔어요.
안전한 길을 또래 중에서도 빠르게 앞서서 걸어가고 있던 소녀는, 그런 낙오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안도감과 우월감을 느끼곤 했어요.
성실한 소녀는 쉬지 않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걸었어요.
그렇게 걷던 어느 날, 소녀는 어렸을 때부터 마음속으로 그려왔던 곳과 멀어져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선택의 관문마다 안전한 길을 따라 걷다 보니까, 소녀가 가고 싶었던 곳과는 조금씩 멀어졌던 거예요.
소녀는 잠시 주춤했어요.
하지만 아직도 길을 찾아 헤매는 중인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소녀의 눈 앞에는 커다란 마을이 보였어요.
소녀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걸어서 마을에 도착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