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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명 Jan 18. 2017

[그림으로 읽는 이야기]
바다로 가고 싶은 코끼리 #2

꿈을 숨기고 사는 자들의 마을

소녀가 도착한 이 마을에는 소녀처럼 안전한 길을 따라 열심히 걸어온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모두 착하고 성실해 보였어요.


소녀는 안심하고 마을에 정착했어요.



illust by 명은주



소녀가 짐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던 친절한 마을 사람들이 말해주었어요.


"소녀야, 꿈이 든 상자를 가지고 있구나.

 이것은 땅 속 깊숙한 곳에 묻어두렴.

 마을 생활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야."


"땅 속에 묻는다구요?"


"이 마을 뒤편에 오래된 숲이 있어.

 이 곳 사람들은 그 숲 속 깊은 곳에 그들의 꿈을 묻어둔단다.

 가지고 싶은 것을 눈 앞에 두고 가지지 못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거든."


소녀는 친절한 마을 사람들이 알려준 대로 마을 뒤편 숲의 깊숙한 땅 속에 꿈을 묻어두었어요.



illust by 명은주



소녀는 곧 마을의 모범적인 일꾼이 되었어요.

매월 충분한 돈을 벌었고, 안락한 집에서 따뜻한 밥을 먹으며 살았어요.


소녀의 일은 마을의 규칙을 관리하는 일이었어요.

마을의 규칙은 매일 조금씩 바뀌었기 때문에 소녀는 매일 바빴어요.

소녀의 일은 중요한 일이었고 소녀는 꼼꼼했기 때문에 항상 칭찬을 받았어요.


이따금씩 해가 뜨지 않기를 바란다던가, 일터의 지붕이 무너져 버렸으면 좋겠다던가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런 것들은 사소한 문제였어요.

이 마을에서는 누구든 다 그런 생각 정도는 했으니까요.



소녀가 사는 마을은 <꿈을 숨기고 사는 자들의 마을>이었어요.



illust by 명은주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서 소녀가 마을에 정착하고 7년이 흘렀어요.

소녀는 그동안 많은 마을 사람들을 만났어요.


어떤 마을 사람들은 잘 살았어요.

이 마을에 오는 길을 찾기 전에는 배가 고프고 추웠기 때문에 이 마을이 좋다고 했어요.

이 마을에서는 다들 먹고 살만 했으니까요.


어떤 마을 사람들은 적당히 살았어요.

꿈은 있지만 재능이 없기 때문에 이 마을 외에는 갈 곳이 없다고 했어요.

그들은 기꺼이 꿈을 땅 속에 묻었어요.

딱히 꿈이 없어서 묻을 필요도 없었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날이 맑은 날이면 저 멀리 <꿈을 이룬 자들의 마을>이 보였어요.

그 마을은 아름다웠고 멀리서도 반짝반짝 빛이 났어요.



illust by 명은주


소녀는 가끔 <꿈을 이룬 자들의 마을> 사람들이 쓴 책을 읽었어요.

대부분 어떻게 해서 꿈을 이뤘는지에 대한 무용담이었어요.

그들의 이야기는 멀고 아득한 환상 속 동화처럼 느껴졌어요.




 [바다로 가고 싶은 코끼리 #3]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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