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주명 Jan 21. 2017

[그림으로 읽는 이야기]
바다로 가고 싶은 코끼리#10

소녀의 꿈

소녀의 꿈은 반짝거리는데 소녀가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선택의 관문에서 마음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 용기 있게 걸어간 또래 친구들은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험한 길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직하게 걸어간 친구들은, 소녀가 안락하게 살아갈 동안 그들의 숲을 무성하게 키워서 벌써부터 결실을 맺고 있었어요.

그들에 비해 소녀는 이제야 씨앗을 뿌리는 것이나 다름없었어요.


그러나 소녀는 꿈을 다시 땅에 묻지 않았어요.

조금 늦어졌지만 언젠가는 소녀도 풍성하게 꿈을 키워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할머니가 된 후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설사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죽는다고 해도, 꿈을 향해서 하루하루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소녀의 꿈은 커져만 갔어요.



illust by 명은주



꿈을 품고 있는 자들이 대개 그러하듯, 어떤 날의 소녀는 패기가 넘쳤어요.


'하늘이 재능을 내렸다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거야.'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어요.

세상이 온통 희망으로 가득 차 보였어요.

언젠가 <꿈을 이룬 자들의 마을>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illust by 명은주



꿈을 품고 있는 자들이 대개 그러하듯, 어떤 날의 소녀는 한없이 초라해졌어요.


반짝거리는 꿈에 비해 소녀의 재능은 하찮고 보잘것없어서 괴로웠어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어요.


그런 날에는 <꿈을 이룬 자들의 마을>도 보고 싶지 않아서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 숨어 버렸어요.



illust by 명은주



그렇게 꽁꽁 숨어 있던 날이 저물면, 밤하늘에 별들이 유난히도 반짝거렸어요.



illust by 명은주



별들을 보면서 소녀는 바다로 가던 코끼리를 생각했어요. 



illust by 명은주



[바다로 가고 싶은 코끼리 #11]에서 계속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으로 읽는 이야기] 바다로 가고 싶은 코끼리 #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