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주명 Jan 18. 2017

[그림으로 읽는 이야기]
바다로 가고 싶은 코끼리 #5

꿈을 좇는 자들의 마을

북극성이 보이는 방향으로 한참을 가다 보니 멀리서부터 반짝거리는 마을이 보였어요.

나무도 꽃도 풀도 모두 생기를 머금은 채 반짝거렸어요.

소녀는 소녀의 꿈을 어떻게 설명할지 연습한 후, 목을 가다듬고 대문을 두드렸어요.


"안녕하세요, <꿈을 좇는 자들의 마을>에서 살고 싶어서 왔어요.

 들여보내 주세요."


대문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안녕 소녀야, 반갑구나."


"네, 저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왔어요.

 제 꿈은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소녀야, 네 꿈이 뭐든 여기 들어올 수 있어.

 네 꿈을 설명할 필요는 없단다.

 하지만 물어봐야 하는 것이 있어.

 여기는 추운 곳이야. 밥을 굶을 수도 있어. 

 괜찮겠니?"


"네, 저는 젊으니까 괜찮아요.

 게다가 이곳은 아름답게 반짝거리는걸요!


소녀는 대답했어요.



illust by 명은주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어요.


"소녀야, 이곳이 반짝거리는 건 꿈을 좇는 사람들이 내는 빛 때문이야.

 이 빛에 홀려서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찾아오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은 빛일 뿐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단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꿈을 좇지만, 꿈을 이룰 수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어.

 이루더라도 아주아주 오래 걸릴 수도 있어.

 이 곳에서 살고 싶다면, 언젠가는 꿈을 이루리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오랫동안 버텨야 해.

 어떤 사람들은 결국 <꿈을 이룬 자들의 마을>에 가지만, 어떤 사람들은 평생 이 곳에서만 살다가 죽어.

 그래도 괜찮겠니?"


소녀는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어요. 

가족들과 친구들이 생각났어요.

소녀가 살던 집의 따뜻함과 안락함도 생각났어요.

오랫동안 버티다 결국엔 빛을 잃고 초라해진 모습으로 마을을 떠나는 몇 년 후 소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어요.


"천천히 생각해 보렴."


목소리는 사라졌어요.

한참을 대문 앞에서 서성이던 소녀는 배가 고파서 가방을 열어보았어요.

소녀의 가방에는 따뜻한 도시락이 들어있었어요.

마을을 떠나 혼자 걷는 소녀가 굶을까 봐 소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싸준 도시락이었어요.




[바다로 가고 싶은 코끼리 #6]에서 계속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으로 읽는 이야기] 바다로 가고 싶은 코끼리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