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회화나무 Oct 16. 2018

박물관의 창

책 속에 길이 있다면 박물관에는 창이 있다. 그 창으로 세상을 들여다보자

박물관을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도 드물다.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지만 꼼꼼히 둘러보며 재미를 찾는 사람 역시 드물다.

이는 박물관의 이중적인 속성 때문이다. 품격은 있되 재미는 없는 곳이 박물관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박물관을 품격 있는 문화 분야로 인정하면서도, 박물관하면 맨 먼저 ‘시대에 뒤떨어진 낡고 고루한’ 어떤 것을 떠올린다.


만약에 사람을 두고 ‘박물관에 가셔야 할 분이네!’라고 한다면 이건 그 사람의 사고와 행동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이 된다. 또한 너무나 당연하게도 박물관에는 산 것이 없다. 왕이 입던 옷은 마네킹에 걸려있고 책을 찍어내던 목판은 진열장에 모셔져 있다. 하늘을 날던 새는 박제가 되어 천장에 매달려 있다. 공통적으로 이들은 모두 본래 있던 곳에서 쫓겨난 것들이다. 이처럼 오래되고 고루한 것의 대명사 박물관이 재미있는 대상이 될 수 없음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고려시대에 황해도 개풍군 경천사지에 세워졌던 높이 13.5미터의 10층 석탑은 경복궁 경내를 거쳐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 로비에 놓여있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박물관은 NIMBY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 지역에는 절대로 박물관이 들어오면 안 된다는 플랭카드를 본 적이 있는가? 오히려 ‘지붕 없는 박물관 도시’를 표방하는 지자체 간에 박물관 유치를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물관의 이런 모순적인 속성을 의인화하자면, 존재감과 아우라는 인정하지만 별로 가까이 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이처럼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박물관을 가까이 하고픈 대상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쉽진 않지만 방법은 있다.

박물관에 대한 강박을 벗으면 된다. 대개의 관람객은 공간을 가득 채운 오브제를 ‘학습’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박물관엘 들어선다. 특히나 아이들과 함께 가는 엄마 아빠의 경우 ‘아이들에게 이곳에서 뭔가 학습을 시켜야겠다.’, ‘내가 이 박물관에 대해 설명을 해줘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가 내게 주는 교훈을 정확히 얻어야 한다거나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지식을 내 것으로 습득해야 한다거나 하는 강박을 지니면 그 영화가 재미있겠나?

박물관도 마찬가지. 내 발길이 향하는 코너, 내게 흥미를 주는 전시물 자체를 유희처럼 즐겨야 한다.

'그럴 수 없다, 나는 이 박물관에 담긴 지식을 습득해야겠다' 싶으면 차라리 편한 마음으로 두 번 세 번 더 찾아오는 방법이 낫다.


재미나게 박물관을 둘러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그 박물관에 얽힌 이야기를 아는 것이다. 정사보다는 야사가 더 재미있는 법이다. 오늘부터 이 지면을 통해 박물관에 걸려있는 전시물 이면의 배경과 에피소드를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그래서 박물관의 흥미진진한 뒷얘기와 함께 ‘박물관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도록 나름 역할하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