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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화나무 Dec 28. 2018

국립민속박물관

어색한 5중주

'박물관의 창' 첫 번째 시간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국립민속박물관’ 건립 에피소드이다.


서울 경복궁 궁내 옛 선원전이 있던 곳에는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외양은 전통 건축물이지만 첫눈에 보기에도 경복궁의 부속 건물은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우리 전통 건축미를 대표하는 요소만을 모았다던데…


이 건물의 전면 중앙은 불국사의 청운교·백운교(국보 23호)를 그대로 옮겨왔다.


상층부 탑신은 법주사 팔상전(국보 55호).


왼편의 2층 건물은 화엄사 각황전(국보 67호).


오른편 3층 건물은 금산사 미륵전(국보 62호).


벽면과 난간은 경복궁 근정전(국보 223호).

이상 5장의 이미지 출처는 한국의 문화유산1, 시공테크, 2002.


사람으로 치면 김태희의 이마, 손예진의 눈, 한가인의 코, 송혜교의 입술을 합쳐놓은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합쳐놓으면 미인이 될까?

국립민속박물관 전경(출처: 서상우‧이성훈, 한국 뮤지엄건축 100년, 기문당, 2009, p.88)


문제 속에 바로 답이 있다. 50년도 더 된 옛날이야기지만 당시 국립중앙박물관 현상설계 지침이 그랬단다.

“전통 건축물의 훌륭한 요소를 변형 없이 한데 모아라.” -중앙박물관 현상설계지침(1966년)

변형 없이에 밑줄 쫙!

그러니까 이건 설계가 아니고 조합이다. 지금과는 상식의 기준이 한참 다른 시절의 이야기이다.

빨강, 파랑, 노랑, 주황, 연두, 초록, 보라, 분홍을 한데 섞으면 어떤 아름다운 색이 나올까? 답은 검정이다.

좋은 것을 모두 모았다고 더 좋은 어떤 것이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범에 날개를 달아보니 범도 새도 아니었다.


이 건물은 1972년 완공되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이다가 1986년 중앙박물관이 옛 조선총독부 건물로 이전함에 따라 1993년부터 국립민속박물관이 되었다.

민속박물관은 오는 2030년까지 세종시와 파주 헤이리로 이전할 계획이며, 지금 자리에는 경복궁 복원 계획에 따라 선원전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면 이 역사적인(?) 유적은 사진 속에서만 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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