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명
남편이 내 필명을 지어주었다. 엄밀히 말하면 남편의 말을 따서 내가 필명으로 삼은 것이지만. 아무튼 나는 박기복이라는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들고 언젠가는 답례를 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때가 왔다.
최근 들어 남편이 부쩍 잘해주고 있는데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한 것 많은 내가 짝을 만나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이 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매사 감사하며 살려고 애쓰다 보니 이렇게 된다)
며칠 그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 날 말을 꺼냈다.
"자기 같은 사람을 만나다니. 참 기적이야. 고마워."
"알면 잘해."
"그래, 기적이야 기적. 그러면 오빠! (이 순간 아마 내 눈빛이 희번덕거렸을 것이다. 애초에 계획한 게 아니라 말하다가 문득 생각난 거라서)
이제부터 기적이라고 부를까? 오빠 성이 이 씨니까 이,기,적,이네. 이기적. 완전 딱이다. 그치."
하여 핸드폰에 남편을 ‘이기적’이라고 저장했다가 행여나 오해가 없도록 괄호 안에 (Miracle Lee)를 추가했다는 사실. 이기적님도 적극 동의한 바다. (202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