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슬픔이 느껴지는 날이다.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일까. 슬퍼서, 주저앉았을 수도 있었지만, 슬퍼서, 요가매트를 깔았고, 배를 쥐어짰고, 팔의 삼두근을 조였다.
요가 중 캣 카우 포지션을 하며 매트에 큰 눈물방울 네 개가 선명하게 찍혔다. 매트와 맞닿으며 생긴 눈물은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경계선이 뾰족했다.
왜 이렇게 슬플까 싶으면서도, 오늘의 내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나는 오늘 슬프다. 눈물이 난다. 그래서 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주저앉지 않고,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했다. 따뜻하고 적당한 수압의 물이 피부에, 머리에 닿는 느낌이 좋다. 몸의 물기를 말리며 바르는 코코넛 오일이 발리는 향과 감촉도 좋다.
셀프 러브 자기애라는 게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내 숨결을 느끼고, 나를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어떤 것이라도 하면 된다. 주말이기도 하니 종일 독서나 하기로 한다. 알랭 드 보통의 소설과 조미정 작가의 에세이를 읽는다.
종일을 책과 보내기로 마음을 먹어서일까, 서울 관련 서적 5권과 영문판 한국사 책을 구매하는데 8만 원을 부었다. 공식적 백수가 책값에는 아낌이 없다.
그와의 책장을 다 덮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냐, 그건 맞다.
갑자기 그가 그립고 슬픈 건, 내가 사람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내 감정이 이렇다고 해서 꼭 그를 원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 없이 나는 더 행복하고, 멋지게, 스스로를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없어졌었던 나를 찾았던 지금이 행복하니까. 그래도 나는 사람이니 이따금씩 머리를 치는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가물었던 봄에 종일 비가 시원하게 내리고 있다.
울기 참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