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대로, 나의 글쓰기 훈련입니다.
항상 뭔가 써야 할 때가 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불과 몇 시간 전, 달리기를 할 때만 해도 할 말이 분명 있던 것 같은데... 그래도 그냥 뭐든지 써보자. 쓰기 근력이라도 키워야지. 올리버 색스의 (아, 책 제목도 생각이 안 나네 이제... 큰 일이다) 에세이를 읽고 있다. 뇌과학자의 에세이라 약간의 과학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어서 내 머리가 잘 집중을 못한다. 그래도 처음에 나왔던 수영하는 에피소드가 좋았다.
나는 스트로크 하나하나에 매번 몰두한다. 그러면 마음이 자유롭게 둥실 떠오르며 넋을 잃어 트랜스 trance에 빠진 듯한 상태가 된다.
내게는 달리기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수영이랑 달리기는 많이 닮은 행위이자 운동인 것 같다. 극한의 고통, 숨참과 동시에 극한의 희열을 주기 때문이다. 나도 스트라이드 하나하나에 매번 몰두한다. 허벅다리가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지고 그것을 즐긴다. 젖산이 쌓이고 숨은 가빠지고 고통스러울 지라도 끝에는 도파민이 나를 희열의 극치에 오르게 해 줄 것을 안다. 그렇게 싫어하던 달리기를 이제는 하지 않으면 답답하고 좀이 쑤실 정도로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기보다는 중독이 되었다고나 할까? 좋은 것도 맞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것보다는 몸이 달리기에 익숙해져서 빨리 나가자 하고 뇌를 똑똑똑 두드리는 것만 같다. 원래 뇌에서 먼저 하자고 똑똑똑 하는 것이 보통이지 않나. 500km를 돌파하고 나면 기념식을 가져야지. 500km라니... 그 어마한 숫자가 믿기지가 않는다. 부산까지 그 정도 거리가 되지 않나? 내가 3월부터 달려온 이 거리가 이만큼 쌓였다니 스스로 기특하다. (좀 웃기긴 하지만 나는 좀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칭찬을 많이 해줄 필요가 있다.) 잡소리가 여기저기 섞여있어도 이해해주시길. 이곳저곳에 정신이 잘 팔리는 사람인지라 글쓰기마저도 갈팡질팡이다. 그렇지만 괜찮아. 나는 쓰기를 선택했고 썼으니까 그걸로도 잘했다. 그리고 초고니까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