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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화과프로세코 Apr 06. 2020

1년 만에 간 카페에서 드디어 10번째 도장을 찍었다

무슨 꿈을 꾸었길래?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면서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어제는 조금 늦게 잤는데 늦게 잘수록 수면시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 길지도 않게 적정하게 자고 싶다. 8시간이면 충분한 거겠지? 어제는 글을 쓰고 미루고 미루었던 방앞에 쌓인 옷더미를 정리했다. 그 옷들은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품으로 보낼 것들로 모아둔 지 몇 달 된 옷들이다. 일상생활에서 거치적거린다고 생각을 계속했음에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이렇게나 오래 걸렸다. 옷을 3 상자 포장했는데도 아직도 정리해야 할 옷이 산더미다. 계절이 바뀌었으니 계절 옷 정리도 해야 한다. 아무튼, '옷 정리'는 코로나 19 기간 동안 내 행동 리스트에 담아둔 프로젝트 중 하나다. 그리고 현관 치우기도.


오늘 오래 자고 늦게 일어난 이유를 지금 곱씹어보니 알 것 같기도 하다. 꿈을 꾸었는데 그것이 찝찝하고 해결을 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그 꿈의 힘을 빌어서 오늘 무언가를 구매했고 앞으로 한 달 동안 주기적으로 구매할 예정이다.


아빠의 정기검진이 있는 날인데 가기 싫었지만 엄마가 계속 부탁을 해 요가와 운동을 마치고 헐레벌떡 샤워를 하고 머리를 대충 말리고 옷을 입고 나섰다. 막상 도착하니 보호자는 1인만 동반할 수 있어 김이 팍 샜다. 또 엄마한테 성질을 냈다. 매일 명상을 하면서 내 마음을 다스리려고 하는데도 첫 주에는 잘 되는 것 같았는데 2주 차 때부터 조금 휩쓸리고 있다. 다시 중심을 나로 잡아야 한다.


작년 아빠가 병상에 있을 때 종종 가던 병원 앞 카페에 오랜만에 들렀다. 집에 그냥 가기는 억울하고 커피 마시면서 책 읽으려고 나왔다고 생각하지 뭐 하며 카페로 발걸음을 돌린 것이다. 마침 쿠폰을 챙겨 나왔는데 세 개의 쿠폰에는 각각 3개, 4개, 2개의 도장이 찍혀있었다. 합해보면 9개다. 10잔을 마시면 커피 한잔을 무료로 주는 혜택이 있는 곳이다. 세 장의 쿠폰을 합쳐줄지는 미지수였지만 괜히 기분이 좋았다. 한잔만 더 먹으면 맛있는 커피를 한잔 얻어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1년 만에 들른 카페는 조금 바뀐 것 같은데 더 예뻐진 모습이다. 구조도 바뀐 듯하고 식물이 더 많아졌다. 광합성하기에 최적의 분위기였다. 얼그레이 크림 라테와 맛있어 보이는 구움 과자 중에서 한참 고민을 하다가 고른 시나몬 애플 스콘을 먹었다. 곁들여 읽은 책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빅 매직. 잘하고 싶은 마음에, 망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에 글을 억지로 쓰거나 망설이고 있던 나를 위해 구한 책이다. 그림을 그리는 유튜버 한 분이 추천해준 책이었는데 마침 내가 필요한 때에 그 영상이 올라왔다. 감사한 일이다. 거의 다 읽어가는데 좋다고 앉았던 자리의 햇빛이 점점 강해지더니 눈이 부실 정도가 됐다. 약 1m 정도 뒤로 떨어진 테이블로 옮겼는데 어떻게 그 조그만 거리를 옮겼음에도 햇살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더워서 벗었던 재킷을 다시 입고 싶을 정도였다. 귀찮아서 그러진 않았지만.


병원에 다시 가 엄마 아빠를 만났다.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엄마 옆을 지키다가 집에 왔다. 집에 오는 길에 내가 아까 샀다던 그것을 샀다. 좋은 쪽으로 방향이 정해지면 그때 이야기를 더 해보겠다.

운동으로 점점 신체가 강해지는 것이 체감이 되고 있다. 두 달 후에는 어떤 느낌일지 기대된다. 반년이 지나면 10분짜리 근력운동을 쉬지 않고 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동생이 퇴근하면 같이 짜파구리를 해 먹으려고 소고기를 사 왔다. 한우는 못 넣으니 호주산 청정우 치맛살로. 지지난주인가 짜파구리를 처음 먹어보았는데 상상은 가는 맛이었지만 상상보다 맛있음에 놀랐다. 종종 생각이 나는 맛이다.


어제 9살짜리 조카와 본 영화 <스피드>의 젊은 키아누 리브스에 반했다.


오늘도 하루의 소중함을 느끼고 하루의 시간과 순간들에 감사하며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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