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치곤 근사한 취미
가끔 클래식만 듣고 싶을 때가 있다.
피아노는커녕 높은 음자리표만 아는 청취자지만
SNS 알고리즘을 타고 이것저것 듣는 패턴이다.
클래식을 쉽게 설명해 주는 계정들을 팔로우해서
눈이 시뻘게지도록 보고 듣는데 자고 일어나면
꿈처럼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하는 시간 낭비 중
제일 근사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음악적 해석은 못 해도 듣는 취향은 있다.
같은 음악이라도 듣는 순간 잔물결처럼
마음이 움직이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찾아보고 습득하고 잊어버리고를 반복하다 보니
취향이라는 것이 생겼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재밌지만
깊이 알고 싶지는 않다.
딱 이 정도로만 듣고, 느끼니까
이렇게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잘 알려고 들진 않을 거다.
지금처럼 이렇게 얕은 곳에서 헤엄쳐야지.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Pathétia
ue": 11. Adagio cantabile 독주곡을 좋아한다.
특히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의
독주 영상은 심신안정에 도움이 된다.
아이 신생아 때 쓰던 모빌에서 나오던 음악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8살이 된 아이와 버럭 전쟁을 치른 뒤에 들어도 좋다.
내 삶의 일부가 된 곡.
처음 좋아하게 된 피아노 연주곡은
이루마의 ‘May be’ 이다.
그러다 알고리즘을 타고
유키 쿠라모토 음악도 듣게 되었다.
내가 유키 쿠라모토의 팬이 된 이유는
대부분의 곡들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느낌이 없어서이다.
차분하고 서정적인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곡은 ‘레이크 루이스’이다.
Yuhki Kuramoto - Lake Louise
이 곡을 듣고
나는 ‘내일 당장 캐나다로 떠나고 싶다’ 생각했었다.
밴프에 죽기 전에 가려나 싶었는데…
몇 년이 지나 겨울, 레이크 루이스에 가게 되었다.
겨울이라 에메랄드 빛 호수를 보지 못했음에도 이 곡을 더더더 애정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