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사운드캣 이준동 국장
대한민국은 방송미디어가 키워낸 스타급 셰프들이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며 ‘음식’과 관련된 예능 프로그램이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을 응원하거나, 혹은 부정적인 측면을 우려하는 다양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음식’을 예능 프로그램의 주제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는 현재 가장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그들이 자신만의 레시피라 소개하며 독특한 요리를 개발한 것처럼 포장되어 제작되는 방송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를 현혹시켜 그 음식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나아가 그들은 자신들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영세한 식당을 찾아가 그들만의 방식을 적용하고 성공을 보장하려 하지만 이 또한 그 음식 본질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손님이 오는지 안 오는지 눈에 보이는 단편적인 관심거리에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에 그치고 만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또 흔한 것이 가장 소중하고 독창적인 것’이라는 마음으로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한식 문화 갤러리’ 콘셉트를 갖추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한식당 ‘윤가명가’의 윤경숙 오너 셰프를 만나 그녀의 음식 철학과 인생 이야기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경숙, 윤가명가 오너 셰프]
안녕하세요. Legend 매거진 독자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명동에 위치한 ‘윤가명가’라는 한식당의 오너 셰프 윤경숙입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여러분께 인사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신 Legend 매거진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희 윤가명가는 ‘음식은 사람이다’라는 신념 아래 가장 건강하고 가장 맛있는 한식으로 ‘한국 전통 음식’의 세계화와 고품격화를 이루자는 목표로 탄생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중심인 명동, 그중에서도 프리미엄급 백화점에 위치를 한 이유도 외국인들이 우리 한식을 품위 있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식은 우리 주변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흔하고 평범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우리 윤가명가는 그 고정관념을 깨고 우리가 매일 먹는 이 한식도 품격 있는 음식이며 대단한 역사와 민족의식이 담겨있는 음식문화라는 것을 우리 국민들, 그리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50~60년대에는 보릿고개, 그리고 70~80년대에는 산업화에 따른 생계가 우선인 삶을 살다 보니 먹는 것이 ‘문화’라고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해 먹어야 했고 산업화와 부흥이 우선이었던 시절이었죠.
이런 시대적 배경 때문에 우리 부모님 세대는 문화에 소외된 시기를 살아오셨습니다. 이런 과도기를 거쳐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대한민국이 성장하기 시작했고 해외여행이나 레저, 여가활동 등가에 따른 개인의 ‘생활문화’가 점차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건강한 음식을 찾기 시작했고 맛이 좋은 것보다는 몸에 좋은 것을 우선시하는 식문화의 품격화 역시 이때부터 형성되게 됩니다.
국민의 의식은 높아져갔지만 먹거리를 생산하는 생산자, 그리고 이를 유통하는 유통업자들의 의식은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우리 소비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트나 우리가 마켓에 가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골라 구입한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완전히 틀립니다.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만든 음식을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유통해 전시해 놓은 아주 제한적인 ‘쇼케이스’ 안에서 몇 안 되는 제품들 중에 그나마 우리가 원하는 것을 고를 뿐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꾸며놓은 객관식 답안지 같은 괴기한 형태의 틀 안에서 소비하며 만족하고 있습니다. 결국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먹으라고 던져놓은 것만 먹고 살아가는 상황이 돼버린 것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자신만을 위해 만들고 유통한 제품들은 과연 어떤 제품일까요? 그리고 과연 그것을 먹어도 되는 걸까요? 그들이 만들어놓은 최상의 이익을 위한 ‘제조공정’,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최고 마진을 위한 ‘유통체계’ 안에서 우리의 식문화는 변질되고 건강은 엉망이 되는 현실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지금 지불하는 돈이 실제 그 식품에 대한 가치인지, 아니면 식품을 포장하고 홍보하는 겉모양을 치장하는데 쓰인 마케팅 비용을 우리가 대신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모른 채 우리의 건강은 그들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괴이한 형태를 가장 잘 흡수한 시스템이 바로 한국의 ‘프랜차이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의 프랜차이즈 음식은 이미 무너졌고 막바지에 다다라 있습니다. 식재료를 유통하는 사람은 재고 처리하기 가장 좋은 형태로 유통을 하고, 더불어 판매하는 사람은 마진만 많이 남기는 그런 음식들이 ‘프랜차이즈’라는 기업 형태로 발전하며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 아니라 건강을 해치는 음식이 우리 식문화를 주도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절실히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국민의 의식 변화입니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엄마, 여성들은 더욱 슬기로워져 아 합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식재료가 좋던 나쁘던 당시의 엄마들은 가지고 있는 재료로 가장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려 애를 썼습니다.
가난한 집의 식재료는 간단했을 것이고 부유한 집의 식재료는 풍성했을 차이일 뿐 어머니들의 마음은 한결같았습니다. 반대로 아마 건강면으로 볼 때는 부족한 식재료로 만드는 가난한 가정의 음식이 훨씬 건강한 식품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부유한 가정은 수입식품 등 이미 가공된 음식 재료가 음식에 들어갈 확률이 높았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비만과 성인병 등 부작용을 유발하는 음식과 식재료를 섭취할 확률도 높았습니다. 소아비만을 장려하는 ‘우량아 선발대회’ 등의 병폐도 이때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난을 흙수저, 부유를 금수저라 얘기하는 지금 시대에서 가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더 건강한 것을 먹을 수 있었다고 그 당시 사람들이 알았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그 당시의 힘들었던 생활이 아마 그들이 기억하는 것보다 덜 불행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기억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본은 섬나라입니다. 이러한 지형적인 요건 때문에 다양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회’나 ‘초밥’ 같은 음식입니다. 이 음식들은 일본을 대표하는 건강한 음식이 되었고 일본을 세계에 알리는 ‘일본 식문화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가난한 백성들이 굶어 죽고 병에 시달리던 시절, 백성이 아프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대중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구황작물, 약초 문화 등 한국을 대표하는 건강한 식재료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은 열악한 지형조건에 의한 부족한 식재료의 대안으로, 그리고 한국은 가난해 먹을 것이 부족함에 대한 대안으로 건강한 음식이 탄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음식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형성하고 있는 목숨 줄이기도 합니다. 음식과 식문화만큼은 단순한 재미를 주는 쇼비즈니스로 전락해서는 안됩니다. 철저히 확인하고 분석해서 좋은 음식, 건강한 음식을 알릴 수 있는 정보가 국민에게 전달된다면 우리 국민의 삶은 더욱 건강해지고 윤택해질 것입니다.
일본의 이야기를 해서 생각이 났는데 저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영향으로 해외 각지를 다니면서 여러 신문물을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해외에 나가서 한인 식당을 찾아가 보면 그들이 만들고 있는 한국 음식의 문제점이 눈에 보이고 과연 무엇 때문인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제가 개인적인 견해로 내린 문제점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식재료, 셰프, 그리고 한식에 대한 잘못된 해석입니다.
일본의 경우 일본인이 다른 나라에서 일식당을 하게 되면 모든 식재료를 일본 현지에서 공수해 음식을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본국 본연의 맛을 살리며 이 식재료를 세계에 알리는 효과까지 만들어내게 되죠. 간장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많은 외국인들은 ‘간장’이 일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로 ‘초밥’:때문이죠. 초밥이라는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 간장 역시 일본을 대표하는 식재료가 되었고 그들은 이 모든 것들이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도록 문화적 스토리텔링을 더했습니다.
하지만 한인 식당의 경우 어느 나라에 있건 대부분의 재료를 현지에서 공수하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 음식이 가진 고유한 맛은 사라지고 현지에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괴이한 형태의 음식으로 탈바꿈되었습니다. 더불어 이 음식을 만드는 셰프까지 현지인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식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한식에 대한 맛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못한 현지 사람들이 적당히 요리하기 때문에 한식이 가지고 있는 깊이 있는 맛을 표현해내지 못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인데 해외에서 한인 식당을 하시는 분들은 ‘한국 음식이 맵고 짜고 하니까 외국인들은 안 좋아할 거야’라 지래 짐작을 하고 그들의 식성에 맞춰 한국 고유의 맛을 가진 한식을 변형시키고 왜곡합니다.
이런 이유로 외국에 있는 한인 식당을 찾는 현지인들은 정통 한국의 맛을 접할 기회가 적어지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찾던 중 비록 제가 전 세계에서 한인 식당을 할 수는 없지만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만큼은 참된 한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의 바탕에는 ‘한식이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한식이 한국에서 먼저 고급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한국에서 고품격 한식을 즐긴 외국인들이 본국에 돌아가면 ‘한식’의 위상이 놀라갈 것이고 우리 고유의 식재료가 해외로 수출될 수 있는 길을 열게 될 것이며, 또 한식 셰프들이 전 세계에서 한국음식을 통해 국위선양을 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인들은 한상차림으로 같이 숟가락을 섞어가며 음식을 먹는 한국의 식문화 자체를 폄하하고 비방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에게 한식도 얼마나 품위 있게 먹을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선조의 식문화 품격이 얼마나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알리고 싶습니다. 이를 제대로 알리려면 한식을 정말 고품격 프리미엄급 한식 레스토랑이 한국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바로 제가 ‘윤가명가’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인 ‘명동’에 만들게 된 이유입니다.
만약에 저희 ‘윤가명가’가 강남에 있었다면 외국인들이 보기에 어땠을까요? 윤가명가는 절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품격을 갖춘 한식을 제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우리가 먹고 있는 식문화가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는지 심사숙고해봐야 할 때입니다.
이런 음식으로 인해 한국 국민들은 병들어가고 돈이 많은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먹는 것이 엉망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뭘 먹으면 몸에 좋을까 고민하며 건강염려증에 걸려 비타민이나 건강보조제에 의지해 하루하루 버텨 살아갑니다.
이러한 위태로운 상황에 빠진 한국의 위험한 식문화에서 가족의 건강을 지켜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대한민국의 ‘주부’입니다. 주부는 한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치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가족력’이라는 말을 합니다. 이 가족력은 바로 한 가족이 같은 음식을 먹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입니다. 주부들이 가족을 위해 더욱 건강한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각성해야 할 때입니다. 예전보다 우리 주변에는 위험한 음식이 너무나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주부만이라도 방송에서 앵무새처럼 떠들어대는 유행하는 음식이나 식재료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저희 남편이 가정의학과 의사이고 지인 중에 한의사, 의사가 많아 항상 들어왔던 얘기 중에 하나가 몸에 아무리 좋은 것도 무리하게 섭취하면 간이 힘들어지고 몸에 부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우리 윤가명가는 선조들의 품격 있는 식문화를 담고 ‘주부’가 가족을 위해 만드는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려 합니다. 또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는 ‘한식 문화 전도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예부터 천연 지하자원이 풍부하지 못해 결국은 수출을 해야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이런 한국에서 가장 큰 자원은 바로 ‘인재’(人材)입니다. 이미 선조들께서는 너무나 많은 좋은 것을 우리에게 물려주셨습니다. 뭔가 새롭고 참신한 무언가를 찾아 헤매지 말고 선조들이 물려주신 보물 같은 문화와 유산만 잘 계승 발전시켜도 미래에는 정말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한국의 음식만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한국을 느끼고 우리 선조들의 얼이 새겨진 민족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곳이 바로 윤가명가라 하겠습니다.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선조의 이야기를 할 때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저에게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손재주’를 물려주셨습니다. 저희 할아버지 윤석구翁 께서는 독립운동가이셨으며 초대 체신부 장관이셨고 재헌 국회의원이셨습니다. 비록 6.2 전쟁 때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의 정신을 물려받은 아버님께 항상 ‘너희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 국위선양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할아버지 이름 석자에 누를 끼치지 말고 파평 윤 씨 가문을 빛낼 수 있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말씀을 듣다 보니 저와 언니는 자연스럽게 이 말씀을 실천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저희 언니 윤미월은 김치를 해외로 수출하며 매출 300억 이상을 이루고 있는 수출역군이 되었습니다. 국위선양이라는 목표로 수출에만 노력하다 보니 국내에서는 유명하지 않지만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 김치를 알리며 국위선양을 하고 있습니다.
언니와 저 역시 어릴 때 먹을 것이 없어 비가 오면 칼국수, 날이 추우면 팥칼국수, 365일 국수만 먹기 일쑤였습니다. 가난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식재료만 가지고 맛있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셨던 저희 어머니 덕분에 저에게는 ‘국수’는 너무나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런 삶은 지금 살아가면서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었고 지금의 저를 있게 만든 가장 큰 밑거름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가난해서’ 또는 ‘돈만 있었다면’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가난한 환경 덕분에 부자들이 해볼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습니다. 물론 가난을 겪고 있는 당사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실제로 많은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의 행복함을 부러워하고 시기하기도 합니다. 또 가난한 가정이 가지고 있는 온화하고 행복한 가족을 갖지 못하고 그 모든 위로를 돈으로 스스로에게 보상하고 만족해하려 합니다.
부자들이 돈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 할 때 가난한 사람들은 직접 부딪혀 그 문제를 해결하고 큰 경험을 쌓고 그의 인생은 한층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모두 어려운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한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이 바로 세계적인 위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 위인전에 이름을 올린 모든 분들이 바로 제 인생의 롤모델입니다.
제 지난 과거 이야기의 끝은 현재가 되겠죠? 다시 현재로 돌아와 우리 현시대를 잠깐 살펴보자면 음식은 짓는 것입니다. ‘집을 짓는다’처럼 우리는 밥을 짓습니다. 이 ‘짓는다’라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밥을 짓는 것 역시 집을 짓는 것처럼 정성이 들어가야 하고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로 하는 고된 작업입니다.
현시대의 음식은 참으로 간편화 되고 간소화되었습니다. 프랜차이즈를 포함한 우리 주변의 모든 음식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지 못해 이것저것 부수적인 첨가물을 넣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좋은 식재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넣어도 그 재료 본연의 맛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바꾸어 첨가물을 넣는 비용으로 조금 더 좋은 식재료를 쓴다면 아마 그 음식은 더욱 건강해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먹는 사람과 소비자의 입장에서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는데 사업의 본질을 더욱 중요시하는 기업이 되어야 하며 음식 장사의 본질은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이라는 사명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우리의 위대한 한식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식문화 전사’를 육성해야 합니다. 실제로 우리 윤가명가에 이력서를 넣고 취업을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관련학과를 졸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다 다시 가르쳐야 하는 일이 너무나 허다합니다.
그렇다면 학교는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쳤을까요? 제가 지금까지 봐왔던 젊은이들을 보면 그들은 음식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지식마저 갖추지 못했으며 인성과 근성, 기술 그 어느 것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로 그들을 탓하기보다는 그들을 배출한 학교를 탓하고 싶습니다. 왜 학교는 그 비싼 수업료를 받아가며 학생들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을까요? 학교는 학생들의 돈을 갈취하다시피 하고 졸업장만 쥐여 그들을 내보냅니다.
학교에서 기본적인 지식과 인성, 근성을 배우지 못한 학생들은 일단 취업을 해 현장에서 업무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합니다. 우리 사업장 입장으로서는 왜 우리가 월급을 줘가며 사람을 교육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사업장은 준비되지 않은 인력의 채용을 꺼리게 되는 것이고 이 때문에 대한민국에 취업난이 생기는 것입니다. 사업장 입장으로 볼 때 취업난은 필요한 인재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자랑스러운 졸업장’을 타신 자부심에 비해 인성, 근성, 실력 그 어느 하나도 갖추지 못하고 졸업장이 있으니 자리를 달라는 식의 취업 방식 역시 사회에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우리는 젊은 친구들이 인성과 근성을 갖추고 기술을 갈고닦아 장인으로 성장시켜 그들이 세계 무대에서 ‘한식 문화 전사’로 활동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합니다. ’ 내 손에 내 나라 대한민국 한식의 인식이 달려있다 ‘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 저의 소명이자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저와 윤가 명가는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 한식 문화 전사‘를 배출해 그 성과를 가시화하려 합니다.
이 전사들은 세계를 주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과 한식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 손으로 그 정체성을 잃게 만들고 있는 우리의 전통 문화인 ‘한식’을 위한 제2의 문화 독립을 해야 하는 시점이며 이를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해외를 막연히 동경하지 말고 우리의 것을 먼저 이해하고 그들의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의 장, 그리고 한식에 대한 지식을 쌓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너무 많아 우리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새롭고 대단한 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해외를 막연히 동경한다는 얘기를 하고 보니 ‘미슐랭’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젊은 한국의 셰프들은 ‘미슐랭에 이름을 올리면 나는 할 만큼 했다’라는 생각을 갖는 것 같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슐랭’은 셰프의 삶의 목정이 될 수 없습니다. ‘미슐랭 가이드북’은 타이어 회사가 고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케팅 도구일 뿐입니다. 고객들이 조금 더 쉽게 여행하고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그 가이드북이 한국에서는 괴이한 형태로 변질되어 셰프의 레벨을 나누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과연 미슐랭 가이드북에 소개가 안되면 진정한 요리사가 아닐까요? 그리고 미슐랭 가이드북에서 대한민국 구석구석 얼마나 잘 알고 올바른 정보가 만들 수 있을까요? 미슐랭은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가이드북임에도 불구하고 공정성 없는 마케팅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셰프들보다 우리 소비자가 먼저 그 의식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 윤가명가에도 ‘미슐랭 가이드북’이라는 이름으로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미슐랭을 받기 전 몸값 얼마, 미슐랭을 받은 후 몸값 얼마 이렇게 금전적인 부분을 강조해 제안하며 미슐랭을 줄 테니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라 했습니다.
물론 미슐랭에 소개가 되면 윤가명가와 저 모두가 금전적인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부는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윤경숙이라는 파평 윤 씨 가문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선친께 누가 되는 일들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습니다.
우리 업계에서는 미슐랭을 어떻게 받는지 거의 다 알고 있지만 암암리 묵인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대한민국 국민분들께서도 미슐랭이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인지 인식하고 그에 대한 의식을 바꿔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미슐랭은 단지 회사 홍보용 책자이며 그것은 한 요리사를 평가할 그 어떠한 자격도 갖추지 못한 가이드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미슐랭이라는 왜곡된 기준에 저를 맞추지 않고 저의 소신과 고집대로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최고의 의치에 있는 외국인에게 소개해 그들로부터 진심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윤가명가를 방문하시는 분들은 모두 동일한 고객입니다. 그중에 조금 유명한 사람들이 있을 뿐 윤가명가의 문턱을 넘는 순간 모든 고객은 동일한 위치에서 저희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됩니다.
제가 기억에 남는 손님 중 한 분은 예전 한미 연합사령관으로 한국에 머물던 브룩스 사령관입니다. 이 분은 야채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습니다. 고기, 해산물, 유제품, 다른 것은 절대 입에 대지 않고 오로지 야채였습니다. 윤가명가를 방문한 그분을 위해 야채로만 구성된 코스요리를 만든 적 있는데 그때를 회상하면 저에게는 작은 테스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브룩스 사령관은 그렇게 만들어진 코스를 아주 맛있게 먹었고 대단히 만족해했습니다. 이런 기회들이 저를 강하게 만들고 우리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또 하나의 미션을 수행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줍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닐까 우려도 되지만 이는 반대로 그만큼 한국의 음식문화에 큰 문제점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력을 이끄는 것은 국민 개개인의 체력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건강하고 정성이 담긴 음식을 가정은 물론이고 어디서든지 먹을 수 있는 식문화가 자리 잡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몸이 튼튼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응원하며 2019년 새롭게 맞이하는 새해에도 항상 서로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한 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Legend 매거진도 내년에는 더욱 승승장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