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사운드캣 이준동 국장
[희망의 노래 꽃다지]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희망의 노래 '꽃다지'는 노동자와 대학생들의 광범위한 사랑을 받았던 '노동자 노래단'과 '삶의 노래 예울림'이 보다 전문적인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1992년 3월 전격적으로 통합된 전문 노동가요 집단이다.
2018년에는 ‘노동자 노래단’이 시작한 1988년으로부터 30주년을 맞이하는 꽃다지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전국적 총파업으로 민주노조를 설립하고 그 속에서 상업적인 대중문화에 맞서는 자신들의 건강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작됐다.
90년대 초 대중운동조직들이 보다 강고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노동가요를 집회나 시위 현장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함께 하고 타 계층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대중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서로 다가서는 음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1992년 3월 꽃다지가 탄생하게 됐다. 설립 30주년을 맞이한 대한민국 민중가요의 대중화를 실현한 ‘꽃다지’를 만나 꽃다지와 그들의 음악이 가진 철학과 열정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꽃다지] 민경연, 정윤경, 정혜윤
안녕하세요. ‘희망의 노래 꽃다지’입니다. 우선 저희가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신 '사운드캣'과 'Legend 매거진'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희 꽃다지는 2018년 설립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매체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순간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네요(웃음). 노동자 관련 단체나 음악 전문 매거진과는 몇 차례 인터뷰를 해보았는데 이렇게 인물 인터뷰 전문지에 저희를 소개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꽃다지는 1988년 말 노동현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노동가요를 창작·보급해온 ‘노동자 노래단’, 그리고 또 다른 노동가요 그룹이었던 '삶의 노래 예울림' 이렇게 두 단체가 1992년 3월 1일 통합해 창립된 민중가요 그룹입니다.
저희 꽃다지는 창립 후 30년간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며 이 땅 낮은 곳에서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해온 계급과 계층을 초월해 대중들의 사랑을 널리 받고 있습니다.
저희 꽃다지는 ‘민중가요의 종갓집’이라 불리며 꾸준한 활동 속에서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담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바위처럼 △가자 노동해방 △단결투쟁가 △민들레처럼 △전화카드 한 장 △세상을 바꾸자 등을 발표하며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4집 앨범의 ‘내가 왜?’, 그리고 ‘당부’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매년 100여 회 이상의 현장공연과 정기 콘서트, 그리고 고등학교 순회 콘서트 ‘꽃들에게 희망을’, 공장 순회 콘서트 ‘밥이 되는 노래’,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는 순회 콘서트 ‘손을 잡아야 해’ 등 다양한 기획 공연을 통해 활동영역을 확장하며 노동가요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저희 꽃다지가 걸어온 지난 30년 동안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도 수많은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함께 걸어왔습니다. 제가 지금 정리를 해보려니 엄두가 나지 않지만 그래도 국민 여러분께서 항상 기억해주시는 꽃다지 합법 1집 음반 ‘금지의 벽을 넘어 자유를 노래하리라’가 발매돼 1994년, 그리고 1996년 46일 동안 종로 탑골공원에서 진행했던 ‘자유로운 창작활동의 보장과 국가 보안법 철폐를 위한 거리공연’ 등이 떠오르네요.
많은 분들의 기억 속에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세상을 바꾸자’라는 싱글 앨범이 발매된 1997년에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수록한 꽃다지 2집 앨범이 발표된 가장 기억에 남는 해이기도 합니다. 광주, 구로, 전주, 부산, 인천 등 ‘5대 도시 순회 전국투어 콘서트’로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신 것도 이때였습니다.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는 전태일 30주기 기념 연극 '전태일'의 전국 5대 도시 순회공연으로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했죠. 2001년 열렸던 '꽃다지 & 유정고밴드'의 조인트 콘서트 역시 많은 분들께서 아직까지 기억해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2002년 대한민국 전체가 월드컵의 열기로 뜨거웠던 그 해, 꽃다지는 ‘꽃다지 1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추진위원장 김애영 꽃다지 초대 대표)를 발족하고 10주년 기념 콘서트 ‘노동가요 15년, 꽃다지 10년’이란 민중가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의미 깊은 공연도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2004년부터는 노동가요의 대중화에 노력한 한 해였습니다. 고등학교 순회 콘서트 ‘꽃들에게 희망을’을 5개 고등학교에서 열었으며, 7개 중소기업 사업장을 방문해 ‘공장 순회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2005년에는 한국을 넘어 일본에서 공연을 하는 가슴 벅찬 순간도 있었는데요, 꽃다지 일본 콘서트 ‘통일아리랑’ 그리고 일본 노동자 페스티벌을 포함해 총 5 곳에서 공연을 했던 ‘꽃다지 일본 순회공연’ 역시 일본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는 의미 깊은 공연이었습니다.
일본 공연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있는 해외 이주노동자의 삶에도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는 음악회 ‘손을 잡아야 해’를 2006년부터 시작했습니다. 2008년 ‘오키나와 평화행진’에 참여 거리공연을 펼쳤고, 오키나와 사쿠라자카 극장에서 ‘한국과 오키나와를 잇는 예술인들의 평화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은 꽃다지가 ‘EBS Space 공감’에 출연하고 홍대 KT&G 상상마당에서 콘서트를 하며 더욱 대중의 곁에 다가갈 수 있었던 의미 있고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민중가요의 대중화라는 가슴 벅찬 공연을 이어가면서도 한 가지 마음에 걸린 것은 ‘민중가요가 예전처럼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해 민중가요는 이제 대중화를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의식 때문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기게 된 것도 이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동안 민중가요는 시대를 대변해왔습니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문제점에 대해 모두 함께 공감하고 뜻을 나누며 하나가 되어 우리가 가질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분산되고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살기 바빠졌습니다. 각자 삶을 영위하는데 급급해진 사회의 분위기는 사회의 변화에 무감각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남들이 해주길 바라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동안 세상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흐름에 따라 변해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SNS에 글을 올리고 세상이 바뀌길 기다리기보다 세상이 돌아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절실합니다.
현재 꽃다지의 정윤경 음악감독은 ‘김호철’이라는 민중가요 음악가의 삶을 재조명하는 ‘김호철 30주년 헌정 음반’의 프로듀싱을 작업을 최근 마쳤습니다. 저희는 이 작업을 하면서 김호철 님이 작곡한 406곡의 노래를 하나하나 들어봤습니다.
그 음악에는 우리 꽃다지도 잊고 있었던 지난 우리의 시절의 아픔과 시련이 고스란히 녹아있었습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쉽게 우리의 권리를 포기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하나하나의 작은 촛불이 모여 거대한 성화를 이루어내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 세상은 언제나 우리의 힘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가 함께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내 주변 친구와 가족, 그리고 내 동료를 도와주는 일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저희 꽃다지 역시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위해 항상 여러분 곁에서 여러분 모두를 응원하겠습니다. 말씀드렸던 ‘김호철 30주년 헌정 음반’과 함께 내년에는 꽃다지 정규 5집 앨범도 준비 중입니다. 저희 꽃다지가 항상 여러분 옆에서 여러분의 삶을 응원하고 행복을 기원하는 모습을 곧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오랜만에 여러분들께 인사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신 Legend 매거진,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국민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