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에메랄드라면 좋겠어
눈물이 에메랄드라면,
오랜만에 아이와 손 잡고 학교 앞까지 함께 걸었다. 나보다 작은 발들이 열심히 앞으로 간다. 아이들과 나란히 걷는 순간은 늘 기분 좋다.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날씨, 차가운 바람에 아이가 모자를 씌워달라고 한다. 무심히 모자를 씌워주던 순간 긴 머리가 가방에 걸렸다며, 한바탕 눈물을 흘린다. 한번 터진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른다.
"유야, 눈물 얼겠다. 많이 아팠어?" 아이가 답한다. "아파. 근데 내가 울 때마다 다이아몬드나 에메랄드가 떨어지면 좋겠어." 둘째가 묻는다. "그럼 뭐 하게?" -"여행도 마음껏 가고, 사고 싶은 것도 사고."-"엄마 아빠가 못하게 할 텐데?"-"내 눈물로 내가 좀 사면 안돼?" 어느새 눈물이 쏙 들어갔다. 나는 떠올리면 자꾸만 웃음이 나는데, 아이는 나중에 이 순간을 기억할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아이들은 돈으로 해결되는 일들이 많은 세상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엄마와 살아간다. 돈이 많아도 살 수 없는 것은 많다. 관계는 돈으로 살 수 없고 거래해서도 안된다. 너무 많이 갖고자 하면 잃게 되고, 이상하리만치 좋은 결과에는 보이지 않는 고통이 늘 존재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더 많이 갖고 싶은 누군가의 욕심 때문에 오래 살 수 없었고, 황금 사과를 갖고자 한 사람들은 서로를 미워하게 된다.
과정이 생략된 평평한 이야기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통이 따라다닌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에서 알을 낳는 거위의 아픔은 생략되었다. 실제 크리스털 눈물을 흘리는 한 소녀는 아픔이 없다고는 했지만, 하루 7-8번의 이물감을 견딘다고 한다. 하지만 10살 아이에게 에메랄드가 나올 때의 이물감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의 꿈꾸는 순간에 초를 칠 때는 아직 아닌 것 같다.
같은 장소, 다른 추억
좋은 여행도 돈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과 건강,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돈을 많이 내고, 좋은 곳에 간다고 해서 좋은 여행이 되는 건 아니다. (여행하다 싸우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 시간이 얼마나 풍성하고 행복할지는 전적으로 여행자에게 달려 있다.
유와 여행지가 결정되었다. 좋은 집, 수영장이 딸린 곳도 좋지만, 아이의 조건은 소박했다. '한옥에서 자보고 싶어', '바닷가가 보이면 좋겠어', '경주랑 부산에 가보고 싶어'. ‘딸기 따거나 도자기 만들어 보고 싶어.’ 아이가 지나가며 흘린 이야기를 주워 담아 일주일의 여행 루트를 완성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2박, 부산 해운대 앞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2박-경주 유적지 인근의 독채에서 2박. 1주일 후면 떠난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도 누구와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일 하랴, 친구 만나랴 몇 번이나 다녀온 도시지만 딸이랑 둘이 가는 곳은 또 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겠지. 일주일 후 떠난 곳에서 우리는 웃고 울고 이야기를 나누며 둘 만의 소중한 기억을 만들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추억을.
눈물을 에메랄드로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눈물의 가치를 말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가 우리 사회의 아픔에 같이 눈물을 흘릴 수 있었으면 한다. 아플 때, 속상할 때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