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혹은 물건
“나는 결혼하고 바구니를 처음 샀어. 바구니를 산다는 건 상상도 못 해본 일이야!" 다이소에서 서랍장에 딱 맞는 바구니를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남편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연애 초 자취하는 그의 집에 놀러 가게 되었을 때, 필요한 물건이 없나 살펴보다가 처음으로 사다 준 것도 빨래 바구니였다. 불필요한 소비를 싫어하는 그가 슬그머니 내게 던진 핀잔이었을 텐데, 나는 바구니에 대한 사랑을 인정받은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았다. 바구니, 바구니, 원하는 곳에 딱 맞게 들어가는 바구니. 보기 싫은 물건들도 좋아하는 바구니에 담으면 잘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아, 이렇게 완벽한 물건이 있을까?
우리 집에는 바구니가 많다. 비상약들이 모여 있는 플라스틱 바구니부터 청소 도구들이 담겨 있는 철제 바구니, 아빠가 이것도 돈 주고 사는 거냐고 물어봤던 급식 우유 바구니까지. 그렇다고 내가 모든 바구니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아니다. 들어갈 공간에 딱 맞는 바구니가 좋다. 안 쓸 때는 겹겹이 쌓을 수 있는 사다리꼴 바구니보다 층층이 쌓을 수 있는 정사각형 바구니가 좋다. 사다리꼴 바구니가 나란히 놓였을 때 생기는 빈 공간이 거슬리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다시 구매할 수 있도록 쉽게 구할 수 있는 바구니가 좋고 만약 꾸준히 나오는 제품이라면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 한때는 내가 원하는 사이즈의 바구니를 찾는 것보다 만드는 게 빠르겠다는 생각에 제주도까지 찾아가 라탄 바구니를 만드는 수업을 듣기도 했다. 만드는 것보다 찾아 사는 게 빠르다는, 이미 알고 있던 결론을 마주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
너저분하게 흩어진 물건들을 바구니에 담으면 그 물건들에 집을 마련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바구니의 쓰임새에도 공식이 있다. 리모컨은 TV 볼 때 필요하니까 소파 옆 바구니에 담고, 매번 이전 택배의 기억을 거슬러 어디 두었는지 찾아야 했던 커터칼은 현관 신발장 속 바구니에 담았다. 자리가 생긴 물건들은 평소보다 자기 역할을 똑똑하게 수행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일단, 필요할 때 쉽게 찾아 손에 쥘 수 있으니 든든하다.. 양말과 속옷들로 어수선한 서랍 속을 나누기 위해 마땅한 양말 바구니를 찾는 나를 보며, 작은 서랍 속에도 바구니가 필요한지 남편이 물었다. 여기 계속 있을 물건들이니까 자리를 마련해주는 거라고 답했다. 물건에 자리를 마련해준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는지 며칠 전 유튜브를 보던 남편이 어떤 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10만 원으로 자취방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는 소품들을 소개하는 유튜버였다. 그는 색색깔의 쟁반과 바구니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물건들에 자리를 마련해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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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톤 긴글쓰기 1기
원하든 원치 않든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라서, 글을 더 잘 쓰고 싶고 전문가의 피드백도 받고 싶어서 북스톤의 쓰기클럽, 긴글쓰기를 신청했다. 이 글은 1주 차 과제를 제출하고 편집자님의 피드백을 받은 뒤, 조금 수정한 글이다.
1주 차 과제 - 내가 좋아하는 사람 혹은 물건에 대해 쓰기. 나의 주제 '바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