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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룰 Jan 22. 2021

좋았던 기억을 글로 묶어두고 싶은 사람

스스로를 인터뷰해보는 글

구글에 쓰기클럽을 검색해보았다. 약 3천 2백 7십만 개의 검색 결과 밑에 빨간 글씨로 ‘이것을 찾으셨나요? 싸이클럽'이라고 구글이 물었다. 아직 글로벌 기업, 구글이 찾지 못한(일해라, 구글) 북스톤의 쓰기클럽. 그러나 구글도 찾지 못한 우리를 찾아 신청해준 4명의 긴글쓰기 1기 참여자들이 있다. 오늘은 그중 한 명, 긴글쓰기 1기 멤버 이루리님께 ‘글쓰기'를 주제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이루리입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경험을 통해 배우는 사람이에요. 배운 것을 활용하고 성장하면서 삶의 보람과 즐거움을 얻습니다. 지금은 이메일 마케팅 솔루션, 스티비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고,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와 더 귀여운 남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스티비 마케터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랍고 반가웠어요.

반가워해 주셔서 좋았어요. 북스톤 뉴스레터와 인스타그램을 잘 보고 있거든요. 책돌이라는 캐릭터도 귀엽고, SNS에 공유해주시는 글들도 보면서 역시 출판사라 다들 글을 참 잘 쓴다 생각하고 챙겨보아요. 그러다 쓰기클럽 긴글쓰기도 알게 되었고요. 사실 스티비 마케터로 소개해 드렸지만, 입사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한 회사에서 8년 정도 일하다가 잠시 쉬었고, 작년 9월에 이직했어요. 이제 막 4개월이 되었네요.


한 회사에서 8년이면 꽤 오랫동안 있었네요. 스티비 이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요?

스티비 이전에도 스타트업에 있었어요. 작은 컨설팅 회사로 시작한 곳인데, 6번 째로 입사해서 거의 초기 멤버였어요. 컨설턴트로 입사했지만 중간에 회사 주요 서비스가 여러 번 바뀌면서 교육, 강의도 해보고 IT 서비스 기획, 디자인, 마케팅, 운영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어요. 마지막으로 했던 일은 경험 콘텐츠 공유 플랫폼을 만들고 운영한 거예요.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글로 작성하고 유, 무료로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였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었어요.


사람들이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라니 멋지네요. 루리님자기소개 ‘경험을 통해 배운다' 어울려요.

이전 회사에서 일할 때,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글로 작성하도록 도우면서 ‘세상에 진짜 다양한 경험들이 있는데, 공유되지 않는구나’를 많이 느꼈어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하면서도 들려주고 싶어 하고, 경험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것도 느꼈고요.


저희는 ‘보통 사람들의 진짜 커리어'라는 모토로, 주로 커리어 경험담을 공유했는데, 필요한 사람들에게 경험담이 공유되었을 때 자신의 이야기가 가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어요. 누군가의 가치를 제가 찾아낸 기분이 들어서요. 지금은 아쉽게 나오게 됐지만, 여전히 좋은 기획이었고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아, 그런데 저는 요즘도 비슷한 목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느껴요.


스티비는 이메일 마케팅을 하는 곳이잖아요. 어떤 의미일까요?

입사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들어와서 일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게 만드는 게 여기서도 제 역할이더라고요. 이전에는 우리 플랫폼에서 글을 쓰게 만들어야 했다면 이제는 수단이 이메일로 바뀌었을 뿐, 목적은 같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한동안 ‘무의식 중에 내가 이런 일을 하는 회사를 고른 건가?’라는 생각도 했어요. 여러 번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은 제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요즘은 자신의 경험을 내놓기 조심스러운 시대잖아요. 그래도 더 많은 경험이 공유되길 바라는 마음이 제게 있더라고요. 특별한 경험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해주고 싶은 말들이어도 좋고, 배운 것들이어도 좋겠죠. 그런 마음과 고민이에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해요. 흔히 조언과 잔소리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잖아요. 어떻게 말하면 도움이 되고 싶다는 제 마음을 잘 전할 수 있을까요?

맞아요. 조심스럽지만 ‘꼰대'라는 표현이 너무 쉽게 쓰이는 시대라고 느껴져요. 그 단어를 알게 된 후부터 말하기 전에 자신을 검열하게 되더라고요. 더는 어리다고 볼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요.(웃음) 그래도 겁내지 말고 내가 했던 경험과 배운 점, 느낀 점들을 공유하자고 마음먹어요. 저 역시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고 도움도 받았으니, 나도 그런 경험을 쓰자, 도움이 될 글을 쓰자고 생각해요. 그래서 글쓰기에도 욕심을 낸 건지도 모르겠어요.


덕분에 이렇게 쓰기클럽 긴글쓰기 1기로도 만나게 됐고요. 공유해주신 브런치를 보니 독립출판 경험이 있던데, 그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3년 동안 블로그에 쓴 일기들과 제가 찍은 필름 사진들을 모아서 책으로 출판했어요. 2016년이니까 벌써 5년이나 흘렀네요. 2013년부터 3년 동안 월요일마다 일기를 썼어요. 당시 회사는 월요일이 공식 휴일이었는 데, 남들은 업무를 시작하는 요일이다 보니 제대로 쉰다는 느낌이 없더라고요. 고객사에서 업무 전화가 오기도 하고, 갑자기 생기는 일들도 있고... 늘 손에 잡히지 않는 하루를 보냈어요. 문득 쉬지도 않고, 불안한 마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보내는 나의 월요일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짜 내가 월요일에 뭘 하나 보자’ 하면서 월요일에 했던 일과 생각들을 쓰기 시작했는데, 쓰는 게 재밌어져서 3년을 썼어요. 그리고 일기들을 모아서 ‘세이브 먼데이'라는 이름으로 독립 출판했어요. 월요일을 구하고 싶어서 저장했다는 뜻이에요.


3년이면 꽤 긴 시간인데, 그렇게 꾸준히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처음에는 그냥 써보자 하고 시작했는데, 점점 꼭 써야 하는 게 됐어요. 비생산적인 하루를 산 것 같다가도 일기를 쓰고 나면 뭔가 해낸 기분이라 일기를 쓰는걸 가장 중요한 일과로 잡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사회 초년생으로 불안을 느꼈을 시기였는데, 글을 쓰면서 힘든 일을 잊어버리거나 정리할 수 있었나 봐요. 쓰다 보면 더 잘 쓰고 싶어지고 쓰는 것 자체가 힘들다보니 집중하게 되잖아요. 집중하고 나면 결과물이 나오고 그 일련의 과정이 뿌듯했어요.


일기를 쓰면서 느낀 점이 있나요?

일기를 써보신 분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힘들 때 제 일기를 보면서 제가 위로받더라고요. 힘들 때 힘든 일기를 읽는 행위가 큰 위로가 됐어요.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1년 전 일기를 펼치면, 똑같이 힘들어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 ‘아, 나라는 사람은 1년 단위로 이렇게 힘들어하는 사람인가 보구나’ 하면서 넘어갈 수 있겠더라고요.


무엇보다 1년 전 일기에서 며칠 뒤 일기로 넘기면 고민을 해결하고 기분이 좋아진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었어요. 묘하게 위로가 됐어요. 지금은 힘들어도 곧 괜찮아진다고 과거의 내가 나한테 알려주는 느낌? 저는 이걸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주는 힘'이라고 말하거든요? 쓸 때는 힘들지만, 미래의 나를 위해 남기는 것인가도 싶어요.


말을 하다 보니 앞에서는 과거의 내가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다고 했는데, 또 미래의 나를 위함이라고도 하고 뒤죽박죽이네요. 결론은 글쓰기는 나를 위해 쓰는 행위라는 거예요. 하지만 공유되는 글에는,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 있죠. 우리는 살면서 다른 사람을 돕는 행위에서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것과도 비슷하네요.


글쓰기는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주는 힘'이라는 표현이 공감되네요. 요즘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요즘은 고양이들에 관해서 쓰고 싶어요. 예전에 오은의 옹기종기, 이슬아편 팟캐스트를 듣다가 "좋았던 것을 끌어당기기 위해서는 한 줄의 글을 남기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었어요.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좋았던 것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까?’라는 생각을 했고 그때 떠오른 건 제 옆에 있는 고양이들이었어요.


고양이의 시간은 빠르니까, 늘 나보다 먼저 떠날 거라는 생각을 하며 지내요. 그래서 좋았던 기억을 글로 묶어두고 싶어요. 아, 글을 쓰는 가장 큰 원동력은 마감이잖아요! 조만간 이 주제로 개인 뉴스레터라도 발행해볼까 해요.


앞으로 어떤 글이 쓰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글이요. 제 글을 제가 제일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쓴 글이지만 써낸 게 뿌듯해서 읽고 또 읽을 때가 있어요. 그런 글을 쓰고 나면 마음이 행복해져요. 이건 제가 살고 싶은 삶도 비슷한데, 늘 남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해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거든요.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요. 그건 스스로 삶이 만족스러워야 가능해요. 여유가 없을 때는 진심으로 축복해줄 수 없었어요. 그래서 글도 제가 좋아하는, 스스로 만족하는 글을 썼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의 글도 재밌게 읽을 수 있겠죠?


아, 그리고 웃긴 글을 쓰고 싶어요. 1주일에 한 번씩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주간 회고를 하는데, 매번 조금씩 재밌게 쓰고 싶더라고요. 제 글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피식 웃는 모습이 좋아요. 가끔 저는 혼자 쓰다가 혼자 웃기도 하는데, 제가 그런 글을 좋아하나 봐요.



북스톤 긴글쓰기 1기

2주차 과제 - 나를 인터뷰 해보기. 글이 안 써져서 어떻게 풀면 좋을까를 고민하다가 과제를 내주신 매니저님의 '이루리님을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인터뷰 과제를 드렸습니다.'라는 말에 힌트를 얻었다. 그래서 쓰기클럽 매니저님이 '글쓰기'라는 주제로 사람들을 모아서 인터뷰한다면 어떻게 할까?를 상상하며 질문을 만들고, 인터뷰이로 나를 답변했다.


다른 사람을 인터뷰할 때는, 인터뷰해야하는 주제나 인터뷰이에게 궁금한 점, 끌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갑자기 내가 나를 인터뷰해야 하니 어려웠다. 남들은 나에게 무엇이 궁금할까. 내가 보여주고 싶은 면과 남이 보고 싶은 면을 어떻게 찾아야할 지, 무엇은 공개해도 될지 고민하다... 조금 만만한 '글쓰기'를 주제로 반칙을 썼다.


https://yourwriting.club/24/?id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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