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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룰 Jul 10. 2021

내가 독립출판을 하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서른을 맞이하여 독립출판을 해보고 싶다던 후배를 위해 썼던 4년 전 글

보통 사람들의 진짜 커리어, 리드미에 2017년 7월에 업로드한 내용을 옮기면서 조금씩 수정하였습니다. 4년 전 글인 점을 감안하여 읽어주세요 =)




2016년 가을에 만들었던, 나의 첫 독립출판물 '세이브 먼데이'

월요일을 쉬는 회사에 다니며 나의 월요일을 '기록(save)'하고 '구하기(save)'위해서 적었던 약 3년 동안의 일기와 장거리 연애의 아슬아슬함을 달래준 필름 카메라 사진들로 구성된 책이다.


직접 책을 편집하고 종이를 고르고, 서점에 입고하고 판매하면서 사장님들이 말하는 '이거 팔아도 남는 게 없어요~'가 진짜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포장하다 밤샜다는 말이 뭔지도 느꼈다. 여러 독립 서점에 책을 입고 하면서 얼굴도 모르는 곳에 내 책을 소개해야 하는 부담감에 영업의 어려움도 알게 되는 등 혼자서 A부터 Z까지 모두 다 해야 했기에 쉽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값진 경험이었다.


2015년 95%를 완성했으나 종이를 고민하다 2016년에 나온 책


책과 관련해서는 하고 싶은 말도 에피소드도 많지만, 오늘은 특별히 서른을 맞이하여 책을 내보고 싶다던 후배를 위해, 내가 독립출판을 하고 나서 많이 들었던 질문들과 하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정보들을 주로 적어보려고 한다. (주로 기술적인 요소)


독립출판이란 무엇인가요?

독립출판은 주로 출판사를 끼지 않고 기획부터 제작, 배포까지 모두 혼자 진행하는 출판을 말한다. 따라서 인쇄 부수는 상관없으나 인쇄 부수가 많을수록 권당 금액이 적어진다. 10부 인쇄하면 권당 3만 원으로 30만 원인데, 100부 인쇄하면 권당 8천 원으로 80만 원이 되는 느낌이랄까? 즉, 많이 찍을수록 권당 싸게 만들 수 있고 판매 후 남는 금액도 크겠지만, 우리는 직접 팔아야 하고, 또 책도 어딘가에 보관해야 하는 비용까지 생각해서 진행하는 게 좋다. 나는 약 120권? 정도 인쇄했다.


출판사는 어디를 통해서 하나요?

앞에서 말했듯 독립출판은 따로 출판사를 통해 하는 게 아니고 직접 인쇄하여 만들고 배포한다. 인쇄는 충무로 대부분의 인쇄소에서 가능하다. 충무로가 아니라 강남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가능하지만, 유명한 인쇄소는 충무로에 거의 모여있다.


인쇄를 위해 내가 찾아간 곳은 총 3곳으로 ①태산 인디고 ②인터프로 인디고 ③서울 문화 인쇄였다. 결론은 3곳 모두 금액은 비슷했다. 종이와 사이즈, 인쇄 방식에 따라 금액이 상이하기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견적 보기로 미리 조사해보면 좋다.


내 책을 기준으로 말하면 옵셋 인쇄로 200부를 넘어가면 '서울 문화 인쇄'가 좀 더 쌌다. 그래서 고민이 좀 많았으나 100부를 인쇄하기로 결정하고 '태산 인디고' 또는 '인터프로 인디고' 중에 정하기로 결정했다. 테스트 인쇄(1부 정도 미리 뽑아보는 것) 결과 태산 인디고와 인터프로 인디고 모두 색감이나 결과물 모두 괜찮았는데, 인터프로 인디고 담당자분이 좀 더 친절하게 봐주셔서 인터프로 인디고에서 진행하게 되었다.


주변에 정보를 구할 곳이 없어  테스트 인쇄를 많이 했던 기억


Tip. 만약 색감이 걱정된다면

일기를 모았지만 페이지마다 사진이 포함된 책이라 색감이 매우 중요했는데, 인쇄소에 여러 번 문의하고 또 알아본 결과 '감리 신청'이라는 서비스가 있었다. (인터프로는 10,000원 이하) 미리 테스트로 뽑으며 종이 종류 등을 결정하고 마지막으로 뽑기 전에 감리 신청을 하면서 색과 종이에 대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Tip. 만약 종이가 고민된다면

인쇄소에서 샘플 북, 차트 북 등을 받을 수 있다. 내 경우, 성원 애드피아에서 받은 샘플북과 인터프로 인디고에서 얻은(받은 X, 얻은 O) 종이 샘플북이 도움이 됐다. 지금도 잘 쓰고 있다. 참고로 성원 애드피아 샘플 북은 무료니까, 신청해서 받아두도록 하자.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제작비용은 얼마 정도인가요?

종이 종류, 페이지, 책의 크기, 인쇄 방법에 따라 제작 비용이 달라진다. 당연히 몇 권을 인쇄하는지가 비용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사진집이라면 주로 100부 이하는 인디고 인쇄를, 그 이상은 옵셋 인쇄를 진행하게 되는데, 알아본 결과 옵셋 인쇄의 경우, 대량으로 하면 제작비용이 많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종이 선택 폭이 줄어든다. 물론 가장 확실한 견적은 위에 적은 인쇄소의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는게 좋다.


출판물에 주로 사용하는 종이는 아트지, 스노우지 등이며 내 경우, 100부 인디고 인쇄, 몽블랑 종이, A5 사이즈로 하여 약 80만 원 정도가 인쇄비로 사용되었다. 참고로 판매 금액을 정할 때는 인쇄비 외에도 판매하면서 사용되는 포장지의 비용, 택배비 등을 반드시 고려해서 판매 금액을 결정하도록 한다. 안 그러면 나처럼 열심히 팔고 작고 귀여운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_^ (의외로 비싼, 뽁뽁이 포장지...)


Tip. 제작비용과 판매비용의 결정

가격 선정이 제일 고민됐다. 독립출판은 소량 인쇄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자칫하면 다 팔아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인쇄비만 고려하는데, 반드시 책값+포장비+택배비+샘플비 등을 잘 고려해서 팔릴만한 가격을 선정하도록 하자.


독립서점과 일반 서점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ISBN, 국제 표준 도시 번호가 있는 책인지 없는 책인지가 가장 크다. 국제 표준 도서 번호는 국제적으로 책에 붙이는 고유한 식별자를 말하는데, 책을 사면 뒷 장에 적혀있거나 바코드 위에 쓰여있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에 일반 서점에 입고되는 책은 ISBN이 있는 책만 입고가 가능하다. 반면 독립서점은 지금 집에서 종이를 프린트해서 스템플러로 찍어 책으로 만들어도 서점에서 맘에 들어한다면 입고 가능하다.


제주도의 라바북스에 진열된 책. 이후 제주도에 가면 라바북스를 들린다.


판매는 어떻게 하나요?

나는 개인 판매가 제일 많았다. 당시에는 독립출판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주변에서 신기해서 한 권씩 구매해준 것 같다. SNS나 인스타, 블로그 등으로 자신이 많이 알려져 있다면 잘 팔릴 가능성이 높다.


독립서점에 입고하고 싶다면 직접 서점 문을 두드려야 한다. 독립서점 홈페이지에 보면 메일 주소가 있고, 주로 메일을 통해 문의하면 된다.(서점 홈페이지나 블로그 참고) 입고 문의 메일을 보낼 때는 책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pdf 캡처 몇 장을 보내면 도움이 된다. 서점 리스트는 제주도에 있는 독립서점이자, 자체적으로 책도 만드는 라바북스 홈페이지에 Shop List가 있어서 참고했다.


Tip. 판매 시 알아두면 좋은 팁

첫 입고라면 서점에 주로 6권 정도를 입고하는데, 1권은 샘플로 사용된다. 인쇄를 하다 보면 10% 정도 파본이 나올 수 있는데(예를 들면 앞 장에 작은 점이 찍혀있다거나) 그런 책들을 사람들이 살펴볼 수 있는 샘플로 보내면 좋다. 소량을 인쇄하는 경우, 나중에 팔 책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


Tip. 입고 시 알아두면 좋은 팁

재밌게도 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완판 되었다. 다음은 서울. 여행지에 가면 소비를 좀 더 쉽게 하게 되는 성향이 서점에서도 나타나서 재밌었다. 내 책이 기념품이 되었다니? 알고 보니 내 책뿐만 아니라 대부분 그렇다고 하더라. 따라서 제주와 서울에는 좀 더 많은 책을 입고 하거나 여러 서점에 입고해도 좋은 것 같다. 더불어, 주변 지인 중 온라인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으므로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서점에 입고하는 것도 하나의 팁이다.



전체적인 출판 및 판매과정의 흐름

앞에서 세부적으로 하나씩 적었지만, 지금까지 적은 내용을 다시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1. 기획/제작

책이 없으면 팔 수 없으므로...(?) 당연히 일단 기획하고 제작해야 한다. 제작 시에는 인디자인, PPT, MS 퍼블리셔 등의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며 나는 MS 퍼블리셔를 사용했다. 정답은 없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하자.


2. 인쇄/출력

인쇄소에서 가본을 출력한다. 1부나 일부 페이지만 출력하면서 종이 등을 결정하고 최종적으로 원하는 부수를 출력한다. 내 경우, 여기서 가격이나 종이 고민 등으로 시간을 많이 소요했다.


3. 입고/판매

개인 판매(블로그, 인스타 등 이용)를 하거나 독립서점에 입고한다. 위에서 설명했듯 독립서점 입고 방법은 별로 어렵지 않다. 그냥 독립서점을 검색해보고 나오는 곳 중 맘에 드는 곳에 입고 문의 메일을 보내면 된다.


4. 정산

서점의 규칙에 따라 정산된다. 약 30% 수수료를 제하고 판매금이 입금되는데, 종종 입금되는 돈을 보면 만드느라 내가 쓴 돈과 시간은 까먹고 기분이 좋아진다.


Tip. 그래도 혼자 하기 어렵다면

내가 수업을 들었던 곳이기도 한데, 해방촌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 운영하는 클래스가 있다. 4주 동안 사진집 만들기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4년 전에는 독립출판 관련 수업을 하는 곳이 많지 않았지만, 요즘은 클래스 101 등에서 수업도 많이 보인다. 온라인 클래스를 사용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팀으로 책 완성을 목표로 모여보는 것도 좋겠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낸다.'

요즘은 꼭 유명하지 않아도 전시도 해볼 수 있고, 음악도 만들어 공개할 수도 있으며 방송도 하는 등 작게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낼 수 있는 방법과 기회가 많다. 그만큼 원한다면 작게, 자주 뿌듯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도 많아진 것 같다.


친구들이 #세이브먼데이 태그로 공유해준 인스타그램 게시물들


며칠 전 20대에 내가 했던 것들을 생각하다. 책을 만들고 낸 것은 20대에 했던 여러 일 중,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는 '내가 만들어서 내 돈으로 내가 냈지 뭐~'라고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그만큼 모든 것을 내 손으로 하면서 많이 배웠고 그 여운도 오래 남았던 경험이기 때문. 내가 느낀 즐거움을 누군가도 누린다면 좋겠다.


인스타그램 @yirul

세이브먼데이 e-book(2019. 3) - 회사 안식월에 좋은 기회로 e-book으로 발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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