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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룰 May 19. 2022

설탕 콩국수

주제: 좋아하는 먹을거리

"저는 설탕 주세요."

"콩국수에 설탕 넣어 먹어요?"

"네, 저희 집은 그렇게 먹어요. 전라도는 그렇대요."


설탕 한 숟갈 넣고 밍밍해서 다시 또 한 숟갈 넣는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아 세 숟갈 넣다가 다시 반 숟갈 넣는다. 이러면 국수를 베지밀 B에 말아먹는 거랑 다를게 뭔가~ 싶어도 그렇게 먹는다. 그게 우리 엄마가 먹는 방식이니까.


남동생은 처음 밖에서 콩국수를 먹었을 때, 식탁 위 소금이 설탕인 줄 알고 한 숟갈 크~게 넣었다고 한다. 바보. 눈치껏 해야지. 다행히 식당에서 콩물을 바꿔주었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집에서 말 한마디 안 하는 애가, 이 얘기는 또 한다. 그렇지, 우리 집은 콩국수 하면 엄마니까. 엄마보니 생각났겠지.


콩국수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글쎄. 어릴 때는 이걸 무슨 맛으로 먹나 싶었는데, 요즘은 종종 찾는다. 그래도 좋아하는 음식으로 쓸 만큼 좋다고 말하긴 좀... 만원이 넘어가면 고민되거든. 콩국수보단 '콩국수 먹는 엄마'가 좋다. 엄마가 먹고 싶어 만드는, 엄마를 행복하게 만드는 존재로서 좋다.


나중에 그러니까 결국 오게 될 그 나중에, 그때는 나도 콩국수 맛을 알게 될까? 그럼 좋아하게 될까? 아니면 엄마가 생각나서 피하게 될까? 그럼 싫어질까?


왠지 그때는 달달한 콩국수도 조금 짜게 느껴질 것만 같다.



글. 이룰 @yirul

그림. 불가사리 @by.bulgasalee



<다함께글쓰계> 함께 쓰고 모으는 글쓰기 계모임. 내가 쓴 글은 한 편이지만, 같은 주제로 쓴 다른 글들이 모였을 때 생기는 즐거움을 느끼며 브런치, 인스타그램(@together.writer)에 함께 글을 써갑니다.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혼자 쓸 때보다 다 함께라 재밌고 든든한 글쓰기 계모임. 함께 글 쓰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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