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좋아하는 머물 곳
고양이들은 창 밖 보는 걸 좋아한다는데, 우리 고양이도 그렇다. 특히 수이가 그렇다. 해가 드는 낮에는 베란다로 나가 창 밖을 본다. 바깥 창은 열고 방충망만 닫아두는 걸 좋아한다. 여기서 뭐가 보이나 싶어 함께 밖을 보기도 했는데, 마땅히 볼 건 없었다. 고양이에게만 보이는 무언가가 있는 건지 때로는 혼자, 때로는 형제 고양이 안나와 함께 그 자리에서 멍하니 바깥을 구경한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게 좋아서 소파에 앉아 멍하니 바깥 구경하는 고양이들을 또 구경한다.
요즘 수이는 새로운 창가 자리를 하나 개척했는 데, 옷방의 창틀이다. 고양이 출입금지 구역이었던 옷방에 언제, 어떻게 들어가 그 자리를 발견했는지 밤이면 옷방 좁은 창틀에 포옥 들어가 앉아 복도식 아파트의 어두운 복도를 하염없이 보고 있다가 누군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내려온다. 더 자주 좋아하라고 또 행복해지라고 요즘은 고양이 털을 감수하고 옷방 문을 슬쩍 열어둔다. 그리고 나도 조용히 따라가 딱딱한 바닥에 누워 다시 멍하니 바깥 구경하는 고양이들을 또 구경한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자리, 내가 좋아하는 머물 곳은 고양들이 좋아하는 걸 볼 수 있는 자리려나.
글. 이룰 @yirul
고양이. 안나수이 @annasui.cats
<다함께글쓰계> 함께 쓰고 모으는 글쓰기 계모임. 내가 쓴 글은 한 편이지만, 같은 주제로 쓴 다른 글들이 모였을 때 생기는 즐거움을 느끼며 브런치, 인스타그램(@together.writer)에 함께 글을 써갑니다.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혼자 쓸 때보다 다 함께라 재밌고 든든한 글쓰기 계모임. 함께 글 쓰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