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잘 알려주는 누나의 좌충우돌 창업 경험기(1), 소신을 찾아서
지난 글에서 저는 그 누구의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창업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템에 대한 담금질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업을 시작했다면, 특히 나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작하게 된 사업이라면 더더욱 내가 고안한 창업 아이템에 대하여 ‘타인도 공감을 하는지,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구매할 의사가 있는 고객이 있는지’를 직접 찾아보고 검증해야 합니다.
이를 창업 분야에서는 시장 수요 검증, 시장 검증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 나의 아이템이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팔릴만한 것인가?
- 돈을 내고 사거나 이용할 사람이 있는가?
- 어떤 사람들이 사는가?
- 얼마 정도의 가격에 지불할 의사가 있는가?
- 그들은 내 제품/서비스를 왜 사는가?
위에 대한 내용을 나 혼자만의 추측과 예상, 가설이 아닌
실제 고객들을 만나고 시장에 나가 부딪혀보며 하나하나 눈으로 보고 몸으로 익히며 시장의 반응을 확인해 보는 것을 뜻합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가 세운 가설과 경험한 사실이 다르다면 수정을 거듭해 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아이템으로 다듬어 나가야 합니다.
왜 이 귀찮고, 다소 번거로운 작업이 사업을 진행하고 단단한 사업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필요할까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이자 벤처 투자 전문 사이트인 CB 인사이트가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CB인사이트가 실패한 135개 스타트업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시장 수요가 없는 제품’을 출시했다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해 실패한 스타트업이 42%로 실패 원인 1위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고객의 요구를 무시(14%)'하거나 '계절상품이지만 출시 시기를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한 것(13%)‘이 스타트업 주요 실패 원인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본 조사 결과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점은,
사업 실패 이유 중 위 3가지는 사실 사전에 미리 대비하고 예방할 수 있는 요소였다는 사실입니다.
시장 수요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려면
팔아보면 되고,
고객의 요구를 알기 위해서는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되고,
출시 시기는
관련 제품의 출시 시기를 미리 확인하고
스케줄을 조정하면 어느 정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지요.
네,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찾아보면 길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와 관련하여 오늘은 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성공한 창업가의 성공담이 아니기 때문에 제 경험담을 나누는 것이 무척이나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성공기는 나도 실천해 볼 수 있는 '방법론'이라기보다는 그저 듣기 좋고 부럽기만 한 '그 사람이기에 가능했던 남의 성공담'인 것을 보며 한 번쯤은 누구나 실천해 볼 수 있다는 것을 제 경험을 토대로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다소 길 수도 있고 지루할 수도 있고 별거 아닌 이야기일 수 있지만,
'창업 잘 알려주는 누나'의 창업 이야기, 지금부터 한번 시작해 보겠습니다.
저는 약 10여 년 전에 희귀 난치성 질환 판정을 받았고
원인도 알 수 없고, 확실한 치료법도 없는 이 질병과 발병 초기부터 크고 작은 사투를 벌였습니다.
지금은 평생의 동반자로 여기고 아웅다웅 함께 다독이며 지내고 있지만, 대학교 4학년 유학을 준비하던 여대생에게 찾아온 질병은 순탄할 줄 만 알았던 저의 모든 인생 계획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고, 고작 이 작은 병만 얻었을 뿐인데 세상은 저를 색안경을 끼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때 ‘할 수 있어, 괜찮아’라는 말보다 ‘넌 안돼’라는 부정적인 말을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한우물만 파면서 국비장학생으로 일본 유학을 준비하던 저는 이 일로 인해 유학생에서 한 순간에 취준생 신분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때 당시 취준생 신분의 대졸자 아가씨는 지금의 여느 청년들과 똑같이 취업을 위해 영어 학원을 등록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끝이 보일 것 같지 않는 취업과의 사투는 질병과의 사투보다 괴로웠고 불안한 미래에 대한 확신은 저의 자존감을 무너뜨렸습니다.
왜냐하면 솔직히 저는 취업이 가능할 정도의 토익 점수를 빠른 시간 내에 받을 자신이 없었거든요.
이 놈의 영어는 제 발목을 잡고야 말았고, 자존감을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했습니다. 그때 저는 모두가 바라는 대기업, 번듯한 직장에 취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조차 들지 않았습니다.
사실 무척이나 두려웠습니다. 루저(Loser)*가 될까 봐.
(루저* : 2010년대부터 유행한 말로, ‘실패자, 패배자’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불행한 환경에 처한 사람, 기술이나 경험이 부족해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뜻함)
그러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바로 직접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저는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그전부터 ’ 내게 왜 이런 질병이 왔을까? 이 질병이 왔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의미 있게 긍정적으로 승화시켜 활용할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곤 했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질병을 통해 가치 실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나처럼 명확한 원인도 확실한 치료법도 없는 사람들이 ‘먹는 것’으로라도
안심하고 건강을 챙길 수 있게,
또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주자‘라는 생각이 떠올랐고,
‘먹는 게 보약’이라는 옛말대로 ‘맛있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부정할 수 도,
피할 수 도 없는 사실을 인정하고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유병장수’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건강한 먹거리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창업의 ‘창(創)’자도 모르던 제가 사업을 결심하고 ‘건강한 먹거리’라는 그럴싸해 보이는 아이템을 선정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먼저 강력하고도 충분한 동기부여, 두 번째는 제가 ‘직접’ 개발하고 만들 수 있는 분야의 아이템이었기 때문입니다.
말이야 거창하지만 ‘건강한 먹거리’ 첫 번째 프로젝트의 실상은 그리 멋지지만은 않았습니다.
부모님께 12개월 할부로 끊어놓은 강남역 영어학원을 가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아침 일찍 나와서는 서점에서 건강한 먹거리 중 제가 도전해 볼 수 있는 아이템을 조사하고, 평소 눈여겨보지 않던 건강 관련 TV 프로그램도 잘 챙겨보았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제가 도전할 최초의 과제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당뇨병’이었습니다. 제가 창업을 결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저희 엄마께서 당뇨 진단을 받으셨고, 당뇨는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한 질환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목표물이 생긴 저는 그때부터 당뇨와 당뇨에 좋은 음식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당뇨 질환자도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 첫 번째 개발 상품이 바로 ‘한천’을 이용한 디저트인 ‘양갱’이었는데요. ‘건강하고 맛있는 양갱’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사업을 이제 막 시작 한 분들도 아마 저처럼 아이템을 개발하는 과정 중에 크게 두 가지 어려움, 고민에 빠지실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제가 경험한 두 가지 고민은,
1. ‘내가 만든 양갱을 다른 사람도 맛있다고 생각할까? 팔릴까? 성공할 수 있을까? 이제 맞을까?’라는 아이템 자체 및 시장성에 대한 불안감
2. ‘고객은 양갱을 왜 먹을까? 어떤 양갱을 원할까?’라는 고객 니즈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답답함과 막연함이었습니다.
호기롭게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겠다며 창업 전선에 뛰어든 제가 평생 제 돈 주고 사 먹어 본 적도 없는 양갱을 개발하고 만드는 일은 굉장히 어렵고 고독한 일이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저에게 양갱은 그저 ‘팥으로 만든 설탕 덩어리’였기 때문이지요.
아이템에 대한 무지(無智)는 때로 창업자를 혼돈과 불안감에 빠뜨리고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만들곤 합니다.
최신 트렌드에, 전도유망 해 보이는 ‘가능성’ 있는 아이템이어도 창업자 본인,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아이템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매년 혹은 정권교체 등 국가 상황과 정책에 따라 정부지원 사업 방향성과 정책이 매우 급변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는 김치 개발 분야의 창업 지원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지원자수를 늘리겠다 ‘라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저처럼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 양갱‘을 만들던 사람은 느닷없이 김치로 만든 양갱을 만들겠다면서 정부 트렌드에 따라가고, 결국 김치도 양갱도 아닌 ’이 도저도 아닌 것‘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창업 아이템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창업 아이템에 대한 굳건한 신념을 바탕으로 한 소신과 확신이 필요한 데에는 바로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신이 없다 보니 자꾸 ’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기‘ 때문이죠.
저도 그때 당시, 한창 '마카롱'이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유행을 타기 시작할 때라, 양갱 만드는 저보다 마카롱 만들어 파는 분들이 멋져 보였습니다... 어찌나 마카롱이 만들어 팔고 싶던지... 수 도 없이 고민하고 아이템 변경 유혹에 시달린 경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저는 ‘우리 엄마를 위해, 또 나는 위해, 나처럼 아픈 사람들을 위해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고, 그 실천이 양갱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과 나름의 소신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그러한 유혹을 떨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저는 아이템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전문성은 없었지만 강력한 동기부여와 자기 확신이 있었기에 '양갱'이라는 아이템을 창업 아이템으로 선정, 창업을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이 아이템은 제 인생 버킷리스트에 존재하여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창업하고자 하는 '최애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아이템에 대한 전문성, 역량 부재에서 기인한 아이템에 대한 불안감, 불확실성 외에도 양갱을 개발하는 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내가 만든 양갱이 맛있나?,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알 길 없는 고객을 향한 궁금증을 혼자 추측하고 고민해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맨날 제가 만든 양갱을 혼자 맛보고 평가하려니 영~ 맛도 없는 것 같고, 막연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양갱을 가져다 팔아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팔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마침 우리나라에 '플리마켓'이 생겨나던 시기였고, 저는 제가 만든 '양갱'을 고객도 좋아할지, 과연 사 먹을지를 확인하기 위해 '플리마켓'이라는 채널을 통해 고객을 만나러 가게 되었고, 좌충우돌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순탄하지만은 않은 창업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지금까지 제 창업 이야기를 보시면서 혹시 흔들리지 않는 창업 아이템 만들기 첫 번째 레시피, 눈치채셨나요?
한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신 있는 창업 아이템은,
1. 내가 잘 알고 있는 것일 때, (경험, 공감, 좋아하는 것)
2.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일 때, (전문성, 기술역량)
3. 확실한 동기부여로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할 이유가 있을 때,
이어야 비로소 만들어지고,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고 진행해 볼 수 있는 실행력을 만들어 냅니다. 따라서 혹 사업 아이템에 대해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내가 어떤 어려움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을 해보셔야 합니다.
저는 위 조건 중 3번째에 해당하는 이유로 '양갱'을 제 사업 아이템으로서 선정하고 개발하여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알고 싶은 고객을 만나기 위해 시장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단단한 사업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제가 실천했던 '플리마켓'을 통해 물건을 팔고 고객 만나기(고객 검증)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곧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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