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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ry Aug 03. 2020

신사의 나라 영국, 런던에 가다

25살, 지구에 발도장 찍는 중

여행의 출발지를 정하는데 1순위는 영국이었다. 


유럽을 다녀온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대부분 


“영국에서 시작해 이탈리아에서 마쳐라”였다.


가장 가까이에서 자문할 수 있었던 동생 역시 런던 시작에 로마 마무리였던 터라,

나 역시 런던에서 시작하여 로마에서 마치는 여행을 준비했다.


여행 출발일자는 여름이 끝날 무렵의 "가장" 저렴한 비행기표가 있는 날로 정했고 돌아오는 날은 '유럽에는 두 달쯤 있어야지' 하는 마음에 두 달 후 "가장" 저렴한 비행기표가 있는 날로 정해졌다. 

그렇게 8월 26일 출발해서 10월 31일 도착하는 67박 69일의 나의 유럽여행이 정해졌다.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은 길게 있었지만 정작 여행 준비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1월에 비행기표를 구매했으니 준비시간은 길었다.)

사실 여행 초반에는 남들도 다들 다녀왔는데 나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컸다. 여행 날짜가 거의 끝까지 다가왔을 때는 너무 준비가 안돼서 불안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준비하지 않은 여행 덕분에 얻은 것도 많다. 

 

장소마다 관광지에 가야 하는 스트레스도 없었고, 맛집을 찾아 나설 필요도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네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책에 의존하기보다 사람들에게 모르는 것을 물을 수 있는 용기도 배웠고, 때로는 그들이 먼저 다가와 주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꼭 유럽여행을 갔어야 했는지 라는 의문도 든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런던의 풍경

뮌헨에서 한 번의 경유를 하고 런던에 밤하늘을 마주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본 런던의 밤하늘을 잊지 못한다. 영화 해리포터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해리포터에 나오는 영국의 주택가 위를 날아 런던의 도착했던 그날이  해리포터의 등장하는 빗자루를 타는 마법사들이 된 것만 같아 굉장히 설레었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많은 이들이 두려워한다는 히드로 공항의 입국 심사가 시작되었다. 입국신고서를 작성하고 미리 필요하다고 생각된 서류들(왕복 비행기 티켓, 다음 여행지인 파리로 향하는 기차표, 숙소 바우처)을 준비해 들고 있었다. 떨리는 첫인사를 하고 영어울렁증을 가진 나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영어가 짧아 대부분 단답으로 대답을 했는데 어떤 질문들이 있었는지 정리해보았다.



1. 직업은 무엇이니?

- 학생이라고 답했다.

2. 영국에는 왜 왔니?

- 여행을 왔다고 했다. 

3. 영국에는 얼마나 머무르니?

- 약 7주일 정도 머문다고 했다.

4. 영국 다음엔 어디를 가니?

- 프랑스 파리로 향한다고 답했다.

5. 파리로 가는 티켓을 있는지 물었다.

- 그리고 내가 준비한 서류를 보여주었다.

6. 내가 가진 서류들을 보여줄 수 있냐고 물었고

- 숙소 바우처, 비행기 왕복 티켓, 유레일패스 등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7. 런던에서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 (당시 나는 축구를 굉장히 좋아했다) 첼시 경기를 보는 것이다.

라고 대답하니 축구를 좋아하냐고 묻고 좋아하는 선수와 축구의 대한 이야기를 조금 나누었다.

8. 영국의 다른 좋아하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 셜록과 해리포터를 좋아한다고 답하니 나의 입국심사는 이렇게 끝이 났다.


내가 긴장한 만큼의 질문들이 아니었고 미리 서류를 준비해두어서 인지 크게 어려운 질문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살 떨리는 입국심사를 끝내고 공항을 나서려는데 왜인지 서늘하다는 느낌이 계속 지속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긴장해서 춥게 느껴지나 보다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왜인지 이제는 슬슬 춥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여행객들만 가벼운 차림이었다.

분명 8월의 영국은 선선한 가을 날씨라는 말을 믿고 얇은 옷을 입고 두껍지 않은 옷들을 챙겨갔다. 

가장 따뜻한 옷이라고 해봐야 가을에 걸칠 수 있는 얇은 가을 코트 한 장이었는데, 영국 공항에 내려 서브웨이를 타기 위해 향하던 내가 처음 본모습은 패딩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것도 무려 8월에, 선선하긴커녕 살 떨리던 추위에 부랴부랴 가방에서 그나마 두껍다고 생각한 코트를 꺼내 입고 숙소로 향하기 위해 히드로 공항에서 갈 수 있는 서브웨이를 타기 위해 길을 나섰다.






당연히 우리나라처럼 전철역에서 와이파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서브웨이 역에서 멘붕을 경험했다. 와이파이가 없다. 유심칩은 숙소에서 구매할 예정이었고 비행기는 약 1시간 정도 연착되어 게스트하우스에서 픽업하기로 한 시간까지 가려면 빠듯했다. 조금 늦는다는 카톡을 보내고 싶었는데 그럴 수도 없게 되었다. 일단 내가 가야 하는 역은 빅토리아역이었기에 오이스터 카드를 구매해야 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다들 쉽게 구매했다는데 마음이 급해서 일까 여기가 어딘지 찾으라는 창구는 왜 보이지가 않는지, 한참을 헤매고 있는데 그런 내가 안쓰러웠을까 하얀 수염이 인상적인 한분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도움이 필요하니?"

 

대답할 새도 없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이스터 카드를 구매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따라오라는 말과 함께 창구로 데려가서 오이스터 카드 구매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코너 하나만 돌면 찾을 수 있는 곳을 못 찾고 있었더라지.)


빗속에서 기다리던 날의 불안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감사함의 인사를 건넨 뒤 부랴부랴 빅토리아역으로 향했다. 설상가상으로 런던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미 픽업하기로 한 시간은 훌쩍 지나갔고 빅토리아역을 지나치지 않기 위해 한껏 긴장한 채로 영국 서브웨이를 보고 감탄할 틈도 없이 빅토리아역에 도착을 했다. 다시 캐리어를 열고 우산을 꺼낸 뒤 피리 저장해둔 사진을 보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내가 길치가 아닌 것에 감사한다.) 비를 피하기위해 우산을 들고 캐리어를 끌고, 백팩을 메고, 크로스백을 매고 숙소로 가는 길에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빨리 픽업장소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전진했다. 픽업 장소였던 세인즈버리 마트 앞에 도착했을 때는 약속된 픽업 시간보다 대략 2시간 정도 지난 시간이었고 마트도 문을 닫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나 픽업하는 사람이 지나갈까 한 30분을 서있었다. 춥고 비는 오고 낯선 외국에서 홀로 남겨진 것 같아 너무 불안하고 두려웠다. 

숙소에 가고 싶은데 전화는 터지지 않고 어떻게는 숙소까지는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픽업장소에 도착해서도 잡히지 않는 와이파이 덕에 국제미아가 되는 건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지나가던 동양인에게 어렵사리 말을 걸었다. 와이파이 쓸 수 있는 곳이 있냐고 놀랍게도 마트 안으로 들어가면 와이파이가 된다는 말을 전해 듣고 있는데 누군가 내 이름은 부른다.


"혹시 오세린 씨 맞으세요?"


천사의 음성이 있다면 이런 목소리일까 고개를 돌려보니 낯선 땅에서 나를 구원자처럼 구해준 분이 나를 보고 재차 질문을 던졌다 


"혹시 오늘 지베민박 예약하신 오세린 씨 맞으신가요?"


"네 맞아요, 오세린이 접니다."


다음날 아침장을 보러 오신 스태프분들 중 한 분이 아직 체크인을 하지 않은 손님(=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장을 보러 마트에 들어오시다 짐을 한가득 들고 서성이던 나를 발견하시고 말을 걸어 주신 것이었다. 와이파이를 물어보던 분에게 감사하단 인사를 드리고 스탭 분과 함께 숙소로 향했다. 그제야 긴장이 풀리면서 영국에 도착했단 실감이 조금은 나기 시작했다. 춥지 않느냐는 인사와 늦게 도착하게 된 이유, 국제 미아 되는 줄 알았다는 신세 한탄을 쏟아내다 보니 금세 숙소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는 영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전형적인 영국 집이었다. '와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숙소에 도착을 했고 숙소에서 제공해주는 저녁식사시간이 지나 아쉽게 저녁은 먹기 못하고 그곳에서 준 신라면 하나를 먹으며 무사히 체크인을 했다. 


게스트 하우스의 구조는 굉장히 특이했다. 집 두 채가 이어져있었는데 밖에서 보면 완전 분리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집 내부에서 지하 1층으로 가면 집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저녁을 먹을 때는 이곳 연결된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고 해주셨다. 모든 것이 낯선 곳에 도착하니 이제야 여행을 실감했다. 라면을 먹고 있는데 다른 손님들이 와서 자연스레 합석하게 되었다. 그분들은 술을 나는 밥을 먹는 묘한 상황에 서로에게 질문이 시작되었다.


- 어디서 오셨어요? 대전이요

- 영국이 첫 여행지세요? 네 방금 도착해서 이제 첫날이에요.

- 여행은 혼자 오신 거예요? 네네 어쩌다 보니 혼자 오게 됐네요

                                                                       ... ... ...

다양한 질의 속에 나의 마음도 한껏 편안해졌다. 이제야 여행을 왔다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질의 속에서 여행 팁도 얻고 어떤 여행지가 좋은지 어디가 별로였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덕분에 나는 '진짜 여행이 시작됐구나.' 생각과 함께 나의 유럽여행은 첫날부터 다사다난하게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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