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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영 Jun 29. 2021

돌이켜 보면 슬프지 아니한 말이 없었다.

죽음에 대하여



삶과 죽음은 늘 경계에.

난 그 위를 오갔던 모양이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죽어 있었다.


그리고 돌이켜 보았다.

안타깝지 아니한 말이 없었다.



사소함이,

때로 빚어지던 행복감이 떠올랐다.


이를테면 평범한 날들.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저녁으로 김밥을 먹자고 약속했던 어느 목요일.


시험을 끝내고 친구를 만나러 가던 주말 오전.


그런 나날.



그저 경계를 넘었을 뿐이었다.

자칫 발을 헛디디지 않았다면, 그때 그 앞에 서 있지 않았다면, 가지 않았다면 난 아무것도 모른 채로

살아있었을 것이다.


죽음은 삶을 상기하고 삶은 죽음을 잊게 만든다.





하늘로 톡 쏘아 올려진 불꽃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운이 나빴던 것 같다.




by 일영







종종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한다.


그리고 떠나간 사람들과 언젠가 떠날 나를

생각한다. 흐릿하고 공포스러운 미래를 그려본다.


우리는, 나는 어떻게 될까.



*


죽음이 삶을 스치고 가면 평범했던 모든 일상들에 눈물자국이 생겨나는 것만 같다.


나누었던 시시콜콜한 대화에도,

나무 아래를 거닐던 기억에도.


혹은 지겹게 찾아오는 새 계절.


느리게 변하는 정체된 동네에서도 떠올린다.

그럼 나는 그렇게 해서 생긴 슬픔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낯선 시간이면, 떠나간 이의 말이 듣고 싶어 진다.

그리고 인사 나누지 못한 밤이 아쉽진 않았는지

묻고 싶어 진다.


두서없이 묻고만 싶다.



*



먼 훗날, 혹은 가까운 미래가 될지도 모를 죽음을

끊임없이, 또 계속해서 상상한다.



그곳에는 내가 있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지금 내가 걷는 길에 들이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믿기 싫은 죽음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나는 혼란스럽다.



두렵다.

사실은 많이 두렵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나갈까 무섭다. 정해진 답이 있어, 어쩌면 그저

운일뿐이라는 사실에 더욱 두렵다.



행복한 죽음을 설계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은 돌고 돌아 결국 부자연스럽게

귀결된다.



나는 희망할 수밖에 없다.

그저 늦어지고 행복하길 바랄 수밖에 없어

무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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