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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영 Jul 25. 2021

'화자'

펑펑 터지는 까만 태양, 조각 글 03


<화자>



희미해지고 흐려지고 스러지는 순간에


물안개 너머에서 태양을 보았다.



나는 그것을 붙잡기 위해 노를 저었고


잔잔한 바다는 영원할 것처럼 잔잔했다.



다음 순간 난, 바다를 거칠게 헤치고 나아갔다.



화풀이하듯이


얇은 바다를 마구잡이로 뜯었다.



닿을 것처럼 커다랗고 터질 것만 같이 새빨간.


물에 잠긴 태양을 향해서 온 몸을 쥐어짰다.



불이 꺼져가지만, 밤이 가라앉고 냉기가 배를


감싸지만


나는 뚝뚝 흐르는 촛농을 노려 보았다. 노를 저었다.



고독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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