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함께 52주 프로젝트
요즘 다양한 시에 빠져있다. 시를 잘 아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몇 안되는 글자를 엮어 절절하게 마음을 표현 한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제목은 안다는 사람들은 다 알법한 유명한 시.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양 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이조년, [다정가(多情歌)]
배꽃에 흰달빛이 가득 내려앉고 은하수를 보니 한밤중인데
이 한가닥 봄마음을 두견새가 어찌 알겠는가마는
정이 많은 것도 병인지 이내 잠들 수가 없구나
(재해석 ; 학당선생 이명국)
시 중에는 은근히 사랑에 관련된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내력이 모이고 모여 로코 드라마를 즐기는 현재까지 오게 된 것일까. (아무말) 요즘 빠져있는 시는 이정하 시인의 [낮은 곳으로].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라는 말이 왜 이렇게 절절하게 닿는지 모르겠다. 미친듯이 절절하게 사랑해본적도 없는 주제에 괜히 코 끝이 찡해진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생각만 하면서 햇볕에 바싹 마른 종이와 글씨를 쓰다듬는다.
최근 읽고 굉장히 충격먹었던 시는 단연코 김경후 시인의 [문자]였다.
다음 생에
있어도
없어도
지금 다 지워져도
나는
너의 문자
너의 모국어로
태어날 것이다
김경후, [문자]
얼마나 간결하고 단호하게 표현하는 마음인가. 시인은 한없이 약하면서도 아주 단단하게 글을 쓰는가. 내가 시 안의 화자도, 청자도 아니지만 어째 읽기만 하면 눈물이 핑 도는지 모르겠다. 한없이 작고 검은 것들이 모여서 종이 위 거대한 파도가 되어 나를 덮친다.
너와의 이별은 도무지 이 별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멸망을 기다리고 있다.
그 다음에 이별하자.
어디쯤 왔는가, 멸망이여.
심보선, [이 별의 일]
심보선 시인의 이별하자는 시도 내게는 너무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의 이별은 이 별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 멸망한 다음에 생각해보자는 말. 헤어지지 말자는 얘기를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시는 풍부하고 가슴 아프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마법의 언어일지도.
지나가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괜찮으시다면 아주 맘에 들었던 시집 하나 추천해주시겠어요? 감사합니다.
아래에는 요즘 팔로우 하고 있는 시 계정. 매일 같이 올라오는 시들이 전부 내 마음에 쏙 든다.
글을 마무리 하며 추천하는 마지막 시.
헤어질 때 더 다정한 쪽이 덜 사랑한 사람이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나는 더 다정한 척을, 척을, 척을 했다.
더 다정한 척을 세번도 넘게 했다.
안녕 잘 가요. 안녕 잘 가요.
이제니,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