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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Mar 07. 2022

젠틀몬스터와 루이비통은 왜 카페를 열었을까?

패션포스트 50호 (2021.02.22) / 구아정의 브랜드 이야기

*본 칼럼은 패션 전문 비즈니스 미디어 '패션포스트'에 기고한 글로 출처를 밝힌 후 공유 부탁 드립니다.
*출처 : 패션포스트 http://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fsp43&wr_id=7





코로나 19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지금, 미팅은 화상채팅으로, 쇼핑은 라이브 커머스로, 심지어 가상세계에서 또 다른 자아로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배고프고 목마르다’. 무엇이든 배달되는 한국이지만, 온라인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미식’ 경험이다. 시청각 경험은 얼마든지 온라인에서 가능하다. 3D 기술의 발달로 촉각도 어느 정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후각’과 ‘미각’은 온라인에서는 불가능한 경험이다.  


2010년 전후, 복합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에서는 집객을 위해 ‘식음시설’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게 되면서부터 더 이상 사람들은 백화점이나 실제 매장 찾을 일이 줄어들게 된 것. 이때 백화점은 지하에 두었던 카페를 1층으로 올렸고, 2·3층 여성복 매장에도 카페를 두어 체류 시간을 늘렸다. 폴로 랄프로렌, 구찌, 디올, 메종 키츠네 등 많은 패션 브랜드 역시 카페 혹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꼭 의류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고객이 찾게 만드는 유인책을 마련했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패션과 미식의 결합은 주춤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다시 오감충족의 공간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젠틀몬스터는 초기에 실험적인 공간으로 입소문을 탔다. 각 지역이나 건물의 특성을 살린 쇼룸은 갤러리에 들어서는 듯했고, 시즌마다 바뀌는 콘셉트 스토어로 가로수길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뿐만 아니라 쇼룸에서 구매 시, 각자 얼굴형에 맞게 도와주는 섬세한 맞춤 서비스는 온라인이 아닌 오직 젠틀몬스터 쇼룸에서만 경험할 수 있어 일부러 직접 방문해 구입하도록 했다.  


2017년에 오픈한 젠틀몬스터 산하의 뷰티 브랜드 ‘탬버린즈’ 역시 기존 뷰티 매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진열 방식이나 소품들은 젠틀몬스터가 추구하는 ‘INNOVATIONAL HIGH-END EX PERIMENTS(혁신적인 고급 실험)’처럼, 언뜻 보기에는 마치 ‘설치 미술’의 일부로 보일 정도이다. 그리고 2019년, 젠틀몬스터는 또 하나의 브랜드를 론칭했다. 아이웨어, 뷰티에 이어 그들이 선택한 카테고리는 바로 ‘디저트’이다.  




젠틀몬스터의 혁신적인 디저트 ‘누데이크’


젠틀몬스터의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는 2019년 베이징 ‘마스 카페’, 2020년 상하이 ‘오이스터 바’에 이은 세 번째 공간이다. 젠틀몬스터가 추구하는 ‘혁신적인 하이엔드 실험’이 디저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새로움과 놀라움이 가득 찬, 상상 밖의 디저트를 현실화한 것. 압도적인 비주얼로 디저트라기보다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질 정도다. 마치 젠틀몬스터의 아이웨어를 처음 봤을 때와 같은 기분 좋은 충격을 안겨준다. 


누데이크를 오픈한 곳은 미식 트렌드의 메카 도산공원. ‘하우스 도산(HAUS DOSAN)’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에는 누데이크 뿐만 아니라 젠틀몬스터와 탬버린즈의 쇼룸도 함께 들어선다. 그야말로 젠틀몬스터의 세계관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독특한 아이웨어로 시각을, 탬버린즈로 후각과 촉각을, 그리고 마지막은 디저트로 시·촉·후·미각을 자극하는 총체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젠틀몬스터의 모기업인 아이아이컴바인드(I.I.COMBINED)는 상상력(Imagin ation)과 세상에 대한 이해(Interpretat ion)를 결합해 놀라움을 주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첫 번째 브랜드인 젠틀몬스터는 세상에 없던 디자인과 공간으로, 이어 탬버린즈도, 누데이크도 계속해서 상상을 넘는 제품과 공간으로 기업의 가치를 공유한다. 명확한 브랜드 가치 하나로 브랜드와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일관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셋 중 어떤 브랜드를 접하더라도 고객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 역시 젠몬다워!” 



베이징과 상해에서 먼저 선보였던 ‘피에타 케이크’. 하우스 도산’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photo 누데이크 인스타그램



루이비통 하우스 첫 레스토랑 ‘르 카페 브이’


코로나 19에도 계속해서 사세 확장에 나선 루이비통 그룹은 지난 해 2월 최초로 카페와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르 카페 V’와 ‘레스토랑 스가라보V’는 일본 오사카 플래그십 매장의 최고층에 들어서 루이비통 그룹의 또 다른 ‘럭셔리’를 선보인 것. 


루이비통은 단순히 콘셉트 매장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카페와 레스토랑을 다른 지역에서도 확장할 예정이며, 더 나아가 ‘루이비통 호텔’까지 계획 중이라고 한다. 여행자들의 트렁크로 시작한 루이비통이 이제는 여행자들의 명소이자 안식처가 되는 것이다. 루이비통은 카페와 레스토랑 등 공간 사업을 통해 패션 외 카테고리에서도 루이비통의 브랜드 파워를 더욱 굳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제품만으로는 줄 수 없는 브랜드의 가치와 감성을 공간에서 직접 경험하며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젠틀몬스터와 루이비통은 왜 카페를 만들었을까? 


브랜드는 지속해서 ‘자기다움’을 유지하며, 남과 다른 차별적 우위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만 고객이 계속해서 브랜드를 봐주기 때문이다. 특히 미학적 가치가 중요한 패션·뷰티 브랜드는 ‘럭셔리 차별점’을 선점하기 위해 제품 외에 그들만의 가치를 제안하고는 했다. 경쟁사와 다른, 혹은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할 시공간으로 고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까지 그들이 차지하지 못한 영역, 그리고 온라인에서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 있다면 바로 ‘미식’이다. 브랜드는 풍성한 미각의 경험을 갖추어 자신들이 다르다는 점을, 그리고 ‘역시’라는 감동을 만들어내려 한다. 그들의 고유한 브랜드 가치를 ‘미각’에서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당연히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함이다. 패션 소비의 주기가 한 달에 한 번이라면, 음식은 하루에 한 번이다. 특히 디저트 카페라면 하루에 두 번도 소비할 수 있다. 즉, 식음의 영역은 브랜드를 매일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이 될 수 있다.  


이는 브랜드의 경험 주기를 단축해 소비자 머릿속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하고, 결국 구매 시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고가의 제품이라 구매는 어렵지만, 그보다는 가격이 훨씬 낮은 디저트와 커피로 브랜드를 간접 경험하게 해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다가가기 어려운 브랜드를 접근이 쉬운 카페로 미래 고객과의 관계를 미리 구축할 수 있다. 선뜻 들어가기 어려운 매장이라도 카페가 있다면 소비자는 조금 더 쉽게 들어가 볼 수 있게 된다. 쇼핑을 위한 또 다른 문을 열어 둔 셈이다. 


마케팅 대가 필립 코틀러는 최근 ‘리테일 4.0’을 펴내며, 10가지 법칙 중 4번째 법칙으로 ‘명소가 돼라’를 내세웠다. 그는 “가치를 전달하고 고객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분위기 속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결정적인 한 방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구매’의 중심은 온라인으로 옮겨왔지만, 여전히 감각으로 인지하는 브랜드 경험은 오프라인 공간만이 줄 수 있다.  


브랜드 장소가 아닌 ‘브랜드 공간’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그렇다. ‘공간’에는 단순히 위치를 의미하는 장소와 달리 ‘영역이나 세계’라는 의미가 있다. 공간의 주인공은 제품이 아니다. 그곳을 채우는 고객, 그리고 고객의 경험이 곧 공간의 주체이자 목적이 된다. 젠틀몬스터와 탬버린즈에서는 고객의 체류 시간이 길다. 제품을 죽 나열하지 않아도, 볼거리가 풍성해 눈과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그리고 그들은 SNS에서 자연스레 홍보한다.



  


르 카페 V를 다녀간 고객들 역시, 매장을 따라 올라간 루프탑 카페에서 더 오래 머물며, 모노그램 라테를 주문하고 SNS에 올릴 것이다. 다시 한번 루이비통이 입소문 나는 순간이다. 온라인에서 체류 시간을 늘리면 구매 확률도 올라가듯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오래 머물수록 제품도 더 눈에 들어오고, 구매 욕구가 동하게 된다.

  

제품만 놓여 있는 공간이라면 소비자가 굳이 매장을 찾을 필요가 없다. 고객이 굳이 공간을 찾는 이유는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보여주는 감각을 몸소 겪고 싶은 것이다. 그런 경험의 끝판왕이 바로 ‘미식’이다.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맛을 느끼는 것. 직관적으로 브랜드의 ‘맛’을 알 수 있다. 


카페란 본디 교류를 위한 공간으로, 브랜드 입장에서도 다르지 않다. 자사와 고객 간의 교류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브랜드의 가치를 담은 경험의 확장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여 충성도를 확보해 두는 것이다. 아마도 두 브랜드 역시,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흐르는 지금, 브랜드에 있어 진짜 필요한 일은 미래를 위해 고객과의 ‘관계 구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온라인에서 대체 불가능한 경험으로, 그들을 방문하게 만드는 일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고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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