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포스트 / 2022년 01월 10일
*본 칼럼은 패션 전문 비즈니스 미디어 '패션포스트'에 기고한 글로 출처를 밝힌 후 공유 부탁 드립니다.
*출처 : 패션포스트 http://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fsp43&wr_id=13
작년 한 해 가장 많이 회자한 단어라면 단연 ‘메타버스’일 것이다.
패션 외에도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는데 열을 올렸다.
코로나 19로 인해 떠오른 메타버스는 이제 당연한 플랫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 19로 사람들은 오히려 현실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장소와 인원 제약의 문제로 메타버스는 기업에 주요한 이벤트 공간이 됐다.
많은 브랜드는 제페토와 같은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며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이미 하이엔드 럭셔리부터 메스 브랜드까지, 카테고리 구분 없이 많은 브랜드가 가상의 매장을, 제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꼭 메타버스여야 할까? 사람들이 모여 있고 체류 시간이 길다는 장점은 있지만, 메타버스가 우리 브랜드에 필요한 ‘궁극적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욕구는 사실 단순하다. 그냥 밖에서 경험한 것들을 집에서도 하고 싶은 것뿐이다.
한강 맵에서 치맥하고, 매장에서 사고 싶은 패션 아이템을 가상의 나에게 입힌다.
그렇다면 우리 타깃의 성향에 맞춰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정하기만 하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까? 아니다.
열쇠는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갖고 놀게 할 것인가 하는 ‘핵심 경험’에 대한 설계에 있다.
가상 체험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대표 사례로 ‘키티버니포니’가 있다.
디자인 패브릭 브랜드 키티버니포니는 오리지널 디자인을 활용해 파우치, 가방, 주방 패브릭, 쿠션, 침구, 커튼 등 다양한 홈&리빙 패브릭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 자사몰과 쇼룸을 통해 제품을 볼 수 있지만, 이는 내 공간이 아니기에 오로지 상상만으로 홈 인테리어를 해야 한다.
키티버니포니는 이러한 불편함을 인스타그램 ‘AR 필터’로 해결했다.
인스타그램 필터라고 하면 흔히 얼굴에 대어 스티커를 붙이거나 분장 효과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키티버니포니는 자사 제품으로 AR필터를 만들어서 ‘가상 인테리어’가 가능하도록 했다. AR필터로 만들어진 제품을 나의 공간에 두어 인테리어를 미리 해볼 수 있다.
이 패턴의 쿠션이 내 소파와 잘 어울리는지, 이 패턴의 베개가 내 방 분위기와 잘 맞는지 구매 전에 확인해 볼 수 있다.
꼭 구매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키티버니포니의 다양한 제품으로 내 방을 가상으로 꾸며보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마치 매장에서 ‘쇼윈도 쇼핑’을 하듯이 말이다. 내가 있는 곳은 현실이지만 AR필터로 제품을 가상으로 체험하며 현실과는 다른 차원의 경험을 제공한다.
<라운즈>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지만, 안경 쇼핑만큼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한다.
여러 가지 디자인의 안경을 보내주고 선택할 수 있는 ‘와비파커’와 같은 브랜드도 있지만 이마저도 ‘기다림’이라는 장벽이 존재한다.
라운즈는 안경 쇼핑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가상 체험 경험을 제공한다.
자사 애플리케이션에서 다양한 안경테를 가상으로 써보며 마음에 드는 안경테를 고를 수가 있다.
직접 가서 이것저것 골라봐야 하는 귀찮음 대신 온라인에서 바로 체험할 수 있는 편리함에 ‘가상 체험’이라고 하는 재미 요소까지 더했다.
이에 많은 소비자가 반응을 보였다. 꼭 도수가 있는 안경이 아닌 스타일링의 목적으로 안경을 구매하는 젊은 층들은 ‘패션 아이템’ 장착하듯 가상 체험을 즐겼다.
2021년 12월 기준으로 애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 수는 50만 건을 넘었고, 가상 착용 서비스 이용 건수는 월 400만 건을 돌파했다.
여기에 라운즈는 오프라인 안경점과의 상생을 위해 파트너십을 맺고 ‘파트너 안경원’을 소개하고 있다.
전통적인 쇼핑 방식을 온라인으로 구축하고, 다시 오프라인과 연계하여 선순환 구조까지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고객은 집에서 편히 안경을 고르고, 필요하면 가까운 파트너 안경원을 찾아 렌즈를 맞추면 된다.
물론, 기존 안경원과의 논쟁은 존재하지만 핵심은 고객이 불편하게 느꼈던 지점을 ‘가상 체험’이라고 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쇼핑을 더욱 편리하고, 재미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역시 현실과 가상이 결합하여 만들어 낸 브랜드만의 독특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브랜드는 늘 사람이 모이는 곳을 찾는다. 아무래도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우리 브랜드의 도달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플랫폼일 뿐, 결국은 우리의 경험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이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
메타버스의 주 사용자라 하는 MZ세대에게 가상과 현실의 구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들이 놀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노는 것뿐이다.
그들에게는 성수동이나 제페토나 모두 같은 ‘핫플레이스’이지, 이를 온오프라인으로 구분하며 놀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
결국, 브랜드 경험을 가상 세계에서 어떻게 더 현실처럼, 혹은 현실과 구분 없이 경험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메타버스는 이에 대한 솔루션 중 하나이지, 메타버스가 우선순위인 것은 아니다.
꼭 제페토나 로블록스가 아니더라도 우리 고객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라면 키티버니포니처럼 AR필터로, 타깃이 스노우를 많이 쓴다면 스노우 필터로, 혹은 자체 애플리케이션으로 가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주고자 하는 경험이 무엇인가이다. 키티포니버니는 ‘Life in Patterns’라는 슬로건을 ‘가상 인테리어’로, 라운즈는 ‘세상에 없던 안경 쇼핑’을 ‘가상 체험’으로 브랜드의 핵심 경험을 구현했다.
문제는 메타버스가 아니다. 우리의 핵심 경험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에서 혹은 우리 고객이 좋아하는 플랫폼에서 가장 적절한 형태로 경험을 제공하자.
필터나 스티커처럼 작은 기능들도 소비자에게는 흥미로운 가상 경험이 될 수 있다.
이 경험이 있는 곳이 바로 우리 브랜드와 고객이 만나는 ‘메타버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