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포스트 / 2022년 06월 13일
*본 칼럼은 패션 전문 비즈니스 미디어 '패션포스트'에 기고한 글로 출처를 밝힌 후 공유 부탁 드립니다.
*출처 : 패션포스트 http://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fsp43&wr_id=18
브랜드 스토리. 듣기만 해도 벌써부터 숨이 턱 막힌다. 브랜드를 만들다 보면 반드시 채워야 하는, 하지만 무엇이라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미지의 공간이다.
브랜드 스토리는 다양한 곳에서 쓰인다. 홈페이지나 쇼핑몰의 브랜드 소개(about)부터 SNS의 소개글, 그리고 홍보 자료 등 브랜드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붙게 된다.
하지만 이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매번 쓰게 된다.더 큰 문제는 쓸 때마다 내용이 달라져서 브랜드 스토리가 중구난방이 되는 경우다. 당연히 브랜드 스토리는 조각조각 흩어져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브랜드 스토리를 직접 쓰자니 글빨(?)이 모자라게 느껴진다. 그래서 카피라이터나 전문가를 고용하여 의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브랜드 스토리가 눈에 잘 띄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브랜드의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브랜드를 왜 만들었으며, 무엇을 할 것인지, 구구절절해 보이더라도 있는 사실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훨씬 더 감동적이다.
그럼에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이렇게 해보자. 이 중에 브랜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단서 하나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재이다. 어떤 브랜드라도 시작한 계기가 있을 것이다. ‘돈이 될 것 같아서’ 시작한 사업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 수많은 사업 중에서도 해당 비즈니스를 선택한 이유는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영감을 받아서, 어릴적 추억 등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오히려 사소한 것일수록 사람들은 더 공감한다. 더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면 해당 인물이나 작품의 인용문으로 시작해도 좋다.
향 브랜드 ‘콜린스’는 마이클 콜린스라는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브랜드의 시작점이자 영감을 준 인물을 브랜드의 스토리로 삼고 있다.
브랜드의 시작점과 비슷하지만, ‘오리진(origin)’은 물리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정한 지역의 재료나 사업이 시작된 지역 등에 대한 역사나 이야기를 브랜드와 연계하는 것이다. 지역이나 원료 등이 확실하고 브랜드 가치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면 아주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입증할 필요도 없다.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독특하고 특별한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이나 원료를 소개하고, 우리 브랜드가 왜 선택했는지 혹은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 덧붙인다면 풍성한 브랜드 스토리가 될 수 있다.
프랑스 뷰티 브랜드 ‘록시땅’은 브랜드의 근원지인 ‘프로방스’를 브랜드 스토리의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브랜드의 시작, 원료 등 모든 스토리의 중심에 프로방스가 있다.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 것인지, 이 조차도 너무 어렵다면 우리가 제품을 선정하는 기준을 정리해보자.
패션 회사라면 어떤 기준으로 원단을 고르고, 디자인을 하는지, 식품 회사라면 어떤 기준으로 재료를 고르는지, 커머스 회사라면 입점사를 선정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등 나름의 원칙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원칙만으로도 브랜드에는 이야기가 생긴다. 우리가 왜 이 원칙을 세웠는지, 어떤 기준을 갖고 있는지 선명하게 써보자.
무인양품은 세 가지 원칙으로 브랜드를 소개를 시작한다. 브랜드의 원칙하에 어떤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우리 제품의 소재가 혁신적인가? 어디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를 브랜드 스토리로 쓰자. 남들과 확실한 차이점이 될 수 있는 포인트라면 이보다 더 좋은 스토리 소재는 없다.
소재 혁신 과정이나 원료를 찾은 스토리, 혹은 제조 방법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를 활용하자. 단,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적이고 기능적인 부분은 쉽게 써주자. 마치 아이들에게 설명하듯이 말이다. ‘이런 것도 모르겠어?’라고 의문이 든다면, 무조건 쉬운 말로 쓰자. 소비자들은 모른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단어이지만, 그들은 처음 보는 소재와 원료이다. 그러니 최대한 쉽게, 풀이하자.
친환경 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는 페트병 재활용 원사와 소재, 제조 과정을 브랜드 스토리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사의 ‘지속가능성 가치’까지 스토리에 담아내고 있다.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아무것도 없다고 하더라도, 이름은 있다. 아무런 영감도, 계기도, 기준도 모르겠다면 이름의 의미를 풀어써보자.
브랜드 이름에 담긴 뜻, 이름을 정한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주 간단하고 원초적인 단어라도 풀어써보고, 여기에 어떤 의미를 담고자 했는지 덧붙여보자. 이것만으로도 아주 훌륭한 브랜드 스토리가 된다. 이렇게 써내려 가다 보면, 내가 왜 브랜드를 시작했는지, 무엇을 하고자 했는지 떠오를 수 있다.
브랜드 이름과 함께 곁들이기 좋은 것으로는 ‘심볼’이 있다. 만약 이름과 별개로 심볼이 있다면, 심볼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보통은 심볼을 기획하고 디자인한 전문가들이 이러한 의미를 풀어서 설명해준다.
그래서 이렇게 디자인을 했다고.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써보는 것이다. 이름과 더불어서 어떤 의미와 감정을 담길 원했는지, 어떻게 보이기를 원했는지를 적어보자. 심볼을 구성하는 각 요소는 무엇을 의미하고, 모든 요소가 합쳐졌을 때 비로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것을 정리하다 보면 꽤 근사한 스토리가 완성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시작했다면, 우리가 무엇을 팔고 싶은지 이야기해보자. 이때 ‘팔 것’은 물건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통해 주고자 하는 경험 말이다.
브랜드가 주고자 하는 기능과 감성적 혜택을 3~5가지 정도 추려보자. 브랜드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받는 효용 가치나 감정들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여기서 기능적 혜택은 ‘스펙’과 가깝다. 자동차를 예를 들어보자면, ‘승차감’이 있다. 안전성, 운전의 안정감, 운전대의 그립감 등이 있겠다. 자동차의 감성적 혜택이라면 승차감이 아닌, ‘하차감’이 될 수 있다. 아주 고급 승용차에서 내릴 때 느껴지는 뿌듯함, 자부심 등이 감성적 혜택이 된다.
이처럼 우리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느껴지는 감정이나 기능적 혜택을 정리하면 이 또한 브랜드 스토리가 될 수 있다.
패션 플랫폼 ‘29CM’은 소비자에게 주고자 하는 쇼핑 경험을 정의하고 있다. ‘고객의 더 나은 선택을 돕는다’라는 미션 하에, 고객에게 더 나은 선택지를 제안하고,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안하는 것이 이들의 ‘브랜드 스토리’이다.
브랜드나 제품에서 특별한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인물’을 생각해보자. 브랜드가 사람이라면, 여자인지 남자인지, 연령대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등 생각하는 롤 모델 혹은 페르소나를 정하고 그 사람의 하루를 그려보자. 어떤 사람이 어떻게 우리 브랜드를 사용하길 원하는지, 하루 중에서 우리가 어떤 일상을 차지하기를 원하는지.
라이프스타일적으로 접근해서 마치 실제 인물이 우리 제품을 쓰고 있는 모습을 그려보며 글로 정리해보자.
브랜드의 페르소나를 정리하고,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스토리로 만들면 키 비주얼(이미지나 영상 등) 제작에 큰 도움이 된다.
궁극적으로 브랜드 스토리에는 브랜드의 목표나 미션, 비전을 담게 된다. 우리는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그래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등이 담기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8가지를 정리하다 보면, 결국 브랜드의 미션이나 비전으로 끝을 맺게 된다.
브랜드를 만든 다는 것은 뜻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더 좋은 물건, 나아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더 나은 경험을 주고자 브랜드를 만들게 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기록하면 그것이 곧 브랜드의 목표가 되고, 이야기가 된다. 브랜드 스토리를 거창하거나 멋진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말자. 내가 브랜드를 만든 이유, 이루고 싶은 바를 쓰면은 그것이 바로 브랜드 이야기가 된다.
러쉬는 브랜드의 약속과 제품의 기준, 가치 등 모든 것을 담아 브랜드 미션으로 정의하며, 이것을 곧 브랜드 스토리로 삼고 있다.
브랜드는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브랜드도 사람처럼 키워 나가는 것이다. 사람이 이름과 특별한 이야기를 갖고 태어나지 않듯,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이야기는 더해진다. 그러니 처음에는 단순하게 이 브랜드를 왜 만들게 되었는지 나의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서툴게 적은 글이 오히려 진실 되게 느껴진다. 브랜드를 처음부터 잘 만들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사실, 잘 만든 브랜드의 기준은 없다. 그러니 스스로 브랜드 스토리를 평가하지 말자. 이건 소비자의 몫이다.
브랜드 스토리, 유려한 글 솜씨가 없다고 고민만 하지 말고, 일단 써보자. 위에서 언급한 9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써보자. 혹은 모든 소재에 답해 보며 조합을 해보자. 우리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무엇을 빼고, 더해야 할지 조금은 감이 잡힐 것이다.
브랜드 스토리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언제든지 수정해도 된다. 브랜드가 성장해 갈 때마다, 스토리 역시 바꿔줘야 한다. 마치 한 아이의 육아 일기를 쓰듯, 브랜드의 성장 이야기를 일단은 적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