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uabba Apr 11. 2024

취준생들이 궁금해하던 브랜딩 Q&A


부평구에서는 매해 1회씩 SNS 마케터를 양성하는 강의를 연다. 

강사들도 당연히 부평구 거주민으로 꾸리는데 인천, 그 안에서도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강사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우연히 강사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을 해서 어느덧 세 번째 강의를 했다. 

처음과 두 번째는 카피라이팅을 주제로 했는데 아무래도 나에게 딱 맞는 옷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주제 변경을 요청했다. 



"혹시 꼭 카피라이팅으로 해야 하나요? 사실 제 주종목(?)은 브랜딩인데...
이걸로 해도 될까요?"


"그럼요, 너무 좋아요!"


그래서 주제를 바꾸고, 대신 실무에 쓸 수 있도록 '스토리 만들기'를 붙여서 '브랜딩과 스토리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를 했다. 



사진은 블로그에서 살짝 가지고 왔다.





강의를 할 때는 사전질문을 받는 편이다. 

수강자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건 무엇인지 미리 파악도 할 수 있고, 가능하다면 강의 내용에 녹여내려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사전질문을 받았다. 

아주 간단하게, '브랜딩에 대해 궁금한 점을 남겨주세요'라고. 


생각보다 디테일한 질문들에 어찌 답을 해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 그중 몇 가지 질문을 골라봤다. 




마케팅과 브랜딩 개념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아하, 이 질문. 강의 내용에도 넣을까 하다 너무 일이 커지는 느낌이라 뺐는데 사전 질문으로 나왔다. 

이 두 개 차이를 어떻게 단 몇 분만에, 그리고 몇 줄로 설명이 가능할까. 하지만 내가 가장 쉽게 이해한 것은 다음과 같다.


브랜딩 = BRAND + ING = 자기다움을 만드는 일

마케팅 = MARKET + ING = 시장 또는 고객을 만드는 일


그냥 생각하면 너무 어렵지만 단어를 뜯어보면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브랜드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고, 마케팅은 마켓을 만드는 일이다. 


광고홍보학 전공 시절, 가장 좋아했던 교수님께서 (당시 과목도 브랜딩이었다) 마케팅이 뭐냐고 물으시며,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뭐긴 뭐야. 마켓 + 아이엔지! 시장을 만드는 일! 현재진행형!"


난 아직도 저 말이 잊히질 않는다. 세상에나, 저렇게 간단한 거였어? 

브랜딩도 마찬가지.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 설명하면 장황해지지만 간단히 말해서 브랜드, 자기다움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브랜딩은 내부 관점, 즉 '브랜드의 철학, 가치'를 정립하는 일이라면, 마케팅은 우리 브랜드를 꽂을 만한 땅을 찾아 점유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커뮤니케이션이란 말을 브랜딩보다는 마케팅에 붙여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마케팅을 해야 하는 대상이 시장 또는 고객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브랜딩을 진행할 때 사전조사를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자세히 알고 싶어요.

이날 강의에서 브랜딩을 설명하며 방법을 다 설명했는데, 시장과 경쟁사 그리고 고객 조사를 한다. 굉장히 이론적이지만 이렇게 한다. 하는 방식이나 설득하는 장표를 만드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마케팅이든 브랜딩이든 이 세 가지는 기본이다.


그리고 자사 분석. 남을 아는 것만으로는 의미 없다. 나를 알아야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이야기할지 정할 수 있다. 

그래서 소비자 인터뷰는 빅데이터나 후기로 대신하더라도 '임직원 인터뷰'만큼은 꼭 한다. 내부에서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무엇이 중요하다 여기는지 파악하는 것은 특히 브랜딩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새로 론칭한 브랜드가 좋은 이미지를 갖고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질적인 전략 관련해서 궁금해요!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어떻게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내가 내린 답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좋은 브랜드'는 우리 스스로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판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브랜드의 본질을 '차별화하여, 일관되게, 꾸준하게' 소비자에게 인식한다면, 좋은 브랜드라고 인식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잘한다, 좋다고 말하는 브랜드도 대부분 세 가지 요소 '차별성, 일관성, 지속성'을 갖추고 있다. 이것이 브랜딩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브랜딩을 통해 
대중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기업의 스토리를 듣고 싶어요!

이런 사례가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런데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적어도 수십, 아니 백개는 족히 넘은 브랜드 사례를 봐왔는데도 내 데이터에는 없었다. 왜지? 왜일까?


생각해 보니 위기에서 브랜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없다. 

다만, 위기를 극복한 브랜드를 보면 그간 쌓아온 브랜드의 이미지로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브랜드를 지지해 주는 '팬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국, 위기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지지해 주는 팬이 있어야 한다.


브랜딩은 돈을 벌기보다는, 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건 결국 '브랜드력'이다. 위기에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가능하더라도 큰돈이 들어간다. 만약 브랜드력을 갖추고 있다면, 그간 우리 팬을 열심히 만들어 놓았다면 그들이 브랜드를 위기에서 살려내 준다.

 

위기에 대비해서, 우리 브랜드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 우리를 진짜로 좋아하고 열렬히 지지해 줄 10명을 만들어야 한다.






Q&A는 항상 어렵다. 특히 취준생이라면 더더욱. 경력이 있다면 다양한 경험으로 걸러서 들을 수 있는데, 아주 얕은 경험치가 있을 때에는 한 사람의 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답변하는 것이, 아니 강의하는 것 자체가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평가를 잘해 주어서 안도했다. (5.0만점에 4.8점! 후훗)

바로 실무에 써먹을 퍼포먼스나 카드뉴스 제작 스킬 같은 건 아니지만, SNS마케터/콘텐츠마케터.. ㅇㅇ 마케터로 시작하여도 그 끝은 IMC 또는 브랜딩을 하기 마련이니 브랜드를 알기 바라는 마음에 강의 준비를 했다. 


8월에 또 강의가 있을 예정인데, 그때 또 더 업그레이드해서 알차게 준비를 해보자! (라는 다짐으로 어색하게 끝맺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