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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채원 Mar 25. 2022

6. 인연은 따로 있다

시골땅 매매 시 최소한 '이것'만큼은 확인하자

군청까지 찾아가서 난리법석을 떤 끝에 결론은 부동산 중개인의 불찰로 확인되었다. 공무원 인맥까지 과시해가며 '건축이 가능한 땅'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이 무색하게, 그는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작정하고 속이려고 했던 것인지, 진심으로 건축이 가능한 땅이라고 믿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부동산 중개인이 실수를 했든 어쨌든간에 중요한 건, 계약서에 도장 찍었으면 낙장불입이고 그 뒷감당은 오롯이 계약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 와중에 중개인은, 하필 가계약금을 매도인 계좌로 바로 입금하는 바람에 (사실 그게 맞는 거긴 하지만) 돌려주는 과정이 골치 아프게 되었다며 투덜거렸다. 어떻게든 계약을 성사시키고 싶은 매도인과 건축이 안 되는 땅은 필요없는 매수인은, 부동산 중개인을 사이에 두고 소리없는 실랑이를 벌였다. 나는 부동산 아저씨에게 '계약이 깨진 건 명백한 중개인의 실수니 책임지고 받아줄 것'을 요구했다. 최악의 경우 통화 녹음본을 들고 경찰서를 찾아가는 것까지도 각오했으나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흘 후, 나는 소중한 500만원을 무사히 돌려받았다.


반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겨우 찾았다고 생각한 보금자리가 최악의 인연으로 파토가 난 뒤, 한동안 임장 다니는 것을 그만두었다. 몸도 마음도 지쳤고,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그렇게 네 번의 주말을 집순이로 보냈다.




땅 사서 집 좀 지으라고 누가 억지로 떠민 것도 아닌데 무기력하게 가만히 누워 시위(?)만 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었다. 이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이대로 꿈을 접든지, 아니면 다시 시작하든지. 내 성격상 이대로 꿈을 접는다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생각하고 차근차근 찾아보자. 첫 임장을 떠났을 때의 마음으로 다시 유튜브 검색창을 켰다. 그래, 봤던 땅도 다시 한 번 보는 거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이상형이라도 만난 듯 눈을 뗄 수 없는 토지 매물 하나를 발견한다. 영월에 위치한 그 땅은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으나 보기만 해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1580평 크기의 양지바른 남향이었다.




! 시골땅 매매할 때 한번쯤 체크해 보세요 !

1. 내가 지으려고 하는 건물 용도(주택, 카페, 식당, 펜션 등)에 맞는 관리지역(자연녹지, 생산관리, 계획관리 등)인지 확인 (토지이음 사이트에서 땅 주소로 검색해서 토지이용계획, 규제정보 등 확인)

2.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땅인지 확인 (최소 3m 폭의 도로와 접해 있어야 한다. 도시지역은 4m)

3. 땅 가까이에 전봇대가 있는지 확인 (200m까지는 기본 공사비 20만원정도만 부담하면 되지만, 200m가 초과될 경우 1m당 4~5만원의 추가 공사비가 든다)

4. 상수도 연결 가능 여부, 지하수 관정 가능 여부 확인 (물이 없으면 못 사니까)

5. 옆집 앞집 뒷집이 있다면 어떤 사람들인지 간단히라도 파악할 필요 있음 (지난 글 참고)

6. 시골땅 시세는 파는 사람 마음! 절대 손해 안 보겠다는 마음보다는,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은 선에서 거래하는 것이 좋다.

7. 시골땅은 복비도 비싸다. 재량껏 깎으시길...

8. 계약 전 등기부등본 확인은 기본 중에 기본!


위 내용 말고도 알아볼 것이 산더미다. 아니, 어쩌면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완벽한 토지를 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려는 목적에 부합하는 토지인지를 최대한 확인해 본 뒤에 구매한다해도, 리스크가 줄 뿐이지 아예 없어지는 게 아니다. 혹시 전원주택을 지을 목적으로 땅을 알아보러 다니는 초보 귀촌희망자가 이 글을 읽는다면, 나는 '폐가라도 이미 집이 지어져 있는 땅을 살 것'을 추천하고 싶다. (나처럼 생땅 사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 하려면 거기에 들어가는 돈, 시간, 노력,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 건물이 있는 토지는 지목 변경을 할 일도 없고 토목 공사도 기본은 되어 있으니 허가비나 공사비를 아낄 수 있다. (그 돈으로 집 리모델링을 기깔나게 하면 된다!)


물론 집 상태에 따라 아예 철거 후 신축해야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생땅 사서 허가 받아 집 짓는 것보다는 무조건 예산이 절약된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건물이라고 해서 다 같은 건물이 아니라는 것. 시골은 무허가 건축물도 많으니 (특히 창고 같은 거) 그 부분은 꼭 확인해서 철거해야 나중에 문제가 안 생긴다. 운이 좋으면 안 걸릴 수도 있겠지만, 법은 지키는 게 여러모로 속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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