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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채원 Mar 27. 2022

7. 내 시간과 돈은 소중하니까

시골땅, '이것'만 알면 발품을 줄일 수 있다

영월. 살면서 한번쯤 가봤던가. 친구들과 한창 놀러다니던 20대 때야 강릉이니 속초니 주로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이 인기였으니, 상대적으로 내륙에 위치한 영월은 지명만 익숙할 뿐이었다. 그래도 어딘가 마음에 드는 이름이다. 영월(寧越), 젊은 달.


영월은 동서로 긴 지역이라 원주, 제천과 가까운 서쪽 영월은 우리 집(경기도 광주)에서 1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리고 영상으로 처음 만난 토지는 원주, 제천의 경계와 접해있는 영월군 주천면에 위치해 있었다. 나는 그간 터득한 나름의 노하우로, 부동산에 연락하는 대신 먼저 땅의 번지수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토지 매물의 경우 95%의 비율로 상세주소를 공개하지 않는다. 매물을 가지고 있는 부동산은 사진과 영상, 간단한 설명 정도만 올려두고 '직접 보고 싶으면 우리한테 연락해~'라는 뉘앙스로 연락처를 남겨둔다. 그럼 부동산에 전화해서 주소를 물어보면 되지 않냐고? 택도 없다. 전화상으로 매물의 상세주소를 알려주는 부동산은 열 군데 중 한 곳 정도 되려나. 중개료로 먹고 사는 부동산 입장에서 매수인과 매도인의 직거래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반드시 본인들을 통해, 본인들과 함께 임장을 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실제로 봤을 때 마음에 들지 안 들지 확신할 수 없는 토지를, 부동산까지 껴 가며 일일이 다 가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경험상 유튜브에서 마음에 들었던 매물의 반은 로드뷰만 보고도 걸러졌다. 그러니까, 상세주소만 알면 카카오나 네이버 지도를 통해 내 방 침대에 누워서도 토지 주변 환경이 어떤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진입도로는 어떤 상태인지, 근처에 기피시설은 없는지, 경계를 접하고 있는 토지가 국유지인지 사유지인지 등의 정보만 파악해도 해당 매물이 내 소중한 시간과 기름값을 들여 직접 현장을 가볼 가치가 있는 땅인지가 판단이 된다. 유튜브 영상만 보고 마음의 든다고 해서 당장 달려갈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부동산에 물어보지 않고도 상세주소를 알아낼 수 있을까? 90% "가능"하다.


보통 온라인 매물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아래와 같은 정보들을 제공한다.


시, 군, 구, 면 (운이 좋으면 '리'까지) 주소

관리지역 구분 (보전관리, 생산관리, 계획관리 등)

지목 (전, 답, 임야, 과수원, 대지, 잡종지 등)

토지 방향 (남향, 서향 등)

땅 모양 (항공샷 또는 지도 캡쳐본)

주변 랜드마크(?) (ㅇㅇ사 근처, ㅁㅁ교회 부근)


예시) 왼쪽 영상에 나오는 정보를 이용해 네이버 부동산에서 오른쪽 정보들을 찾아냈다.


그럼 이제 손품을 팔아 찾아낸 토지에 대한 정보들을 가지고,


 1. 지도 앱을 켠다.

 2. ㅇㅇ면 ㅁㅁ리를 검색해 일단 전체적인 범위를 파악한다.

 3. 지도 앱을 '지적편집도'로 세팅한다.

 4. 해당하는 관리지역을 확대해 지목과 토지 방향, 땅 모양을 대조해 본다.

 5. 주변 랜드마크(?) 정보까지 있으면 개이득. 범위가 줄어들기 때문에 더 금방 찾을 수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지적편집도 모드 > 관리지역 확인 > 화면 확대해서 세부정도 확인


평소 지도를 잘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금방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상세주소(번지수)를 찾아내고 나면 범인의 은신처를 알아낸 형사의 마음이랄까? 은근 성취감이 든다.


물론 끝끝내 주소를 알아내지 못한 땅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방법으로 많은 매물을 걸러냈다. 만약 영상으로 찜한 모든 땅들을 하나하나 다 찾아갔다면, 시간은 시간대로 걸리고 도로 위에 뿌린 기름값만 해도 배 이상 들었을 것이다. 이번 영월 땅도 마찬가지. 알아낸 주소로 손품을 팔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정보들을 최대한 확인한 뒤, 실제로 가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실제로 가보고도 마음에 들었을 때야 부동산에 연락했다. 주소를 알아내 이미 임장까지 다녀왔다 얘기하면, 부동산에서는 아마 업자인 줄 알고 함부로 대하진 못할 것이다. (적어도 대충 속여서 팔 생각은 못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가게 된 영월 주천. 우리는 이곳을 마지막으로 길었던 임장 생활을 청산하게 된다.




[다음 이야기] 영월부부, 맹지를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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