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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채원 Jan 16. 2017

말과 글의 자화상

'대통령의 글쓰기' 리뷰 - 글이 곧 그 사람이다

  글을 읽는 것은 쉽지만, 글쓰기는 항상 어렵다. 어느 누군가가 쓴 한 줄의 짧은 문장을 통해 감동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막상 펜을 들면 머리 속이 하얘진다. 쉽게 읽어진다고 해서 쓰는 것도 쉬울 것이라 경솔하게 생각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글을 많이 읽는다 하더라도, 직접 써보지 않으면 글을 잘 쓸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도 없다. 글쓰기말로 ‘시작이 반’인 작업이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근무했던 강원국 작가는 그의 저서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자신은 원래 글을 쓰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글쓰기 젬병이었다고 말한다. 신입사원으로 재직하던 중, 우연인지 필연인지 20주년 사사(社史)를 갑작스럽게 쓰게 되었고 그 일을 계기로 어느 순간 사내의 ‘글쟁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회장 비서실에서 연설문 작성을 보좌하는 일을 거쳐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실까지 합류하게 되었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두 대통령의 자서전과 글쓰기 비법서를 합쳐 놓은 일석삼조의 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글쓰기 비법은 비단 연설문에만 적용되는 내용이 아니다. 아주 기초적인 부분부터 시작해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은 어떻게 탄생하는지까지, 두 대통령의 연설문을 예시로 인용하여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글쓰기 습관은 어땠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어본 적이 없어도, 이 책 한 권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생애와 철학, 가치관에 대해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나 노무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도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몇몇 부분에서는 마음 속의 무언가가 울컥 올라왔다. 자신과 이상이 맞으며, 자신이 존경하는 두 대통령을 측근에서 모실 수 있었던 작가가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21세기 세종대왕에 비유하고 싶다. 세종대왕이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훈민정음을 창제했듯, 노 대통령은 모든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학적인 표현은 최대한 지양했다. 대신 일반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단어와 문장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표현력뿐만이 아니다. 연설 하나하나가 깊이 있는 내용이었고, 그 안에는 어느 누구 하나 소외된 국민이 없었다. ‘연설문을 직접쓰지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다’는 노 대통령의 말은 지금의 시국과 대비되면서, 어떤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은 그 누구처럼 독서와 사색, 토론을 좋아하며 고집이 아닌 신념이 강한 리더이기를 간절히 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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