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인생은 '0'으로 향하는 과정이다

by 편채원

인생은 0을 향해가는 과정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많은 감정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행복, 재미, 우울, 분노 등 온갖 감정들이 삶의 순간순간을 채운다. 하지만 모든 감정은 일시적이다. 행복하다는 감정도 그리 오래가지 않고, 슬픔이나 분노 역시 영원하지 않다. 찰나의 순간에 머물다 흩어지는 감정들 속에서 붙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


삶의 기본값은 사실 무료함이나 심심함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인간의 기본 상태가 과도한 자극이나 강렬한 감정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무료함은 우리가 끊임없이 자극을 추구하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찾아오는(돌아오는) 상태다.


무료함의 본질은 ‘정적’이고 ‘일상적’이다. 인간의 감정은 격렬한 파동처럼 오르내리지만 그 사이사이의 간극, 즉 감정의 과잉에서 벗어난 상태가 바로 무료함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손꼽아 기다린 여행을 다녀온 후라던가, 평소 갖고 싶었던 비싼 물건을 구입한 뒤에 당신이 느낀 감정의 오르내림 같은 것 말이다. 이렇게 어떤 강렬한 경험 이후에는 필연적으로 평온하고 무감각한 상태가 찾아온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감정이 기본적으로 ‘무료함’에 세팅되어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자꾸만 무언가로 채우려 하는 이유는, 그것이 마치 공허함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료함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현대인의 삶은 끊임없는 자극과 바쁜 일상으로 채워져 있다. 이러한 자극은 진정한 감정과 내면의 상태를 돌아볼 기회를 빼앗는다. 무료함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고요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관찰하고 돌보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통해 내가 지금 이곳에 존재함을 느끼고, 복잡해진 삶을 단순하게 정비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차분히 성찰할 수 있다. 그러니까 당신이 느끼는 심심함을 결코 잘못된 상태라고 인식하지 말 것. 대신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내 안의 또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작점으로 여기면 된다.




새로운 경험과 도전, 그리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감정조차 돌볼 새 없이 바쁜 30대를 보냈다면, 마흔을 앞둔 지금부터는 그 파도 속에서 중심을 잡는 연습이 필요하다. 찰나의 감정을 인지하고 그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감정이란 물과 같아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면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물길을 억지로 막거나 방향을 틀려고 하면 더 큰 혼란만 초래한다. 그저 물길 위에 조용히 떠 있는 배처럼 유연하게 감정을 흘려보낼 때, 거기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던 마음도 비로소 자유로이 흐를 수 있게 된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이러한 물길을 바라보는 태도를 배우기 적합한 시기다. 행복이나 재미처럼 나를 들뜨게 만드는 감정에 집착하지 않으며, 동시에 우울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두려워하며 거부하지 않는 것. 이 모든 감정을 그저 지나가는 순간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휘두르는 주체가 될 수 있다. 감정의 조류에서 벗어나 삶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40대를 앞둔 이들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갖추어야 할 소양일 것이다.


삶의 중심을 잡는 데는 혼자만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상 속에서의 작은 여백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감정을 가라앉히고, 내면의 평화를 찾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아침의 짧은 산책이나 조용히 차를 마시는 시간도 감정을 조율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습관은 40대 이후의 삶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시간은 단순히 내면의 평화를 찾는 것을 넘어,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떠올리는 창조적인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스스로를 위한 이 고요한 시간은 우리에게 균형을 유지하는 힘을 제공하며,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귀중한 순간이 된다.


결국,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 과잉도 부족함도 없는 상태가 바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지향해야 할 삶의 모습이다. 감정이란 삶의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니다. 감정이 흘러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 있다면, 그 중심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조화로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 균형을 유지하는 삶은 단순히 감정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삶의 무료함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것은 내가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는 상태다. 무료함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관찰하고, 현재를 온전히 느끼며, 균형 있는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 결국, 0을 향해가는 인생의 과정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0의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마흔이라는 시기는 그 전환점으로써, <마흔입문학>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기꺼이 다시 떠날 수 있는 힘을 회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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