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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섬 Jan 23. 2024

이름을 물어보고 싶은데

매일 보는 저 새 이름은 뭐죠?


올해에는 매일 조금씩 쓰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 습관을 들일 때 첫 번째로 해야 하는 건 그 일을 하는 특정한 시간대를 마련해 주는 거다. 그 시간이 되면 일단 앉아있기.  하든 안하든 글쓰기 버튼을 눌러놓는다. 알고는 있지만 행동에 옮기는 건 다른 문제다. 미루는 유혹을 겨우 떨쳐내고 일단 졸린 눈을 비비며 앉아 있는 중. 


아침에 일어나면 국민체조를 한 뒤 잠깐 밖으로 나간다. 바깥공기를 쐬며 잠을 쫓은 후 계단을 오르는 아침운동을 하기 위해서다. 어제는 유독 소란스러울 정도로 새소리가 가득했다. 신난 녀석들을 동영상으로 담았다. 계단으로 올라오면서 매일 보는 녀석들인데도 이름조차 아직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은 꼭 검색해 봐야지 마음먹고 오후에 유튜브를 뒤져봤는데 새소리에 맞는 새는 대체 어떻게 찾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그래도 종종 들리던 구슬픈 구구 소리가 멧비둘기라는 건 알게 됐다)



새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려  소리를 키우면 어김없이 자고 있던 네 마리 고양이가 모두 벌떡 일어나 주변으로 몰려든다. 이제는 조용히 이어폰을 끼고 듣고 있다.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고심하는데 갑자기 이다의 <자연관찰일기>가 떠올랐다. 이다가 산책하면서 보던 주변 자연들부터 관찰하며 쓰고 그린 일기인 덕에 지금 내게도 아주 잘 들어맞는다. 이 책에서 찾아보면 되겠다 싶었다. 


새 부분만 먼저 찾아봐야겠다 했는데 재미있어서 계속 읽게된다. 이다처럼 이런 일기를 써보는 것도 좋겠다는 마음도 인다. 서울 강북에 살 때 우거진 뒷산이 있어 산책을 자주 했었다. 그 길을 걷고 있으면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궁금해하며 이름이라도 알고싶다 했는데 매번 마음만 품고는 아직도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다. 이다도 그런 궁금증을 가지는데서 시작한다. 어떤 감정이니 아니까 반가웠고, 이다가 알아가는 동안 내 궁금증도 하나둘씩 풀려 고마웠다. 문득 매일 걸었었던 그 길들과 풍경과 소리가 몹시도 그리워졌다. 



산책할 때면 빛깔이 너무 예쁜 긴 파란꼬리를 가진 새들이 한데 모여 껑충껑충 뛰어다니곤 자주 마주했다. 색이 너무 고아 한참을 쳐다보다 오곤 했는데, 이름을 이제 알았다. 물까치였구나. 이름을 알게 됐으니 이제 더 자세한 걸 알아볼 수 있게 됐다. 이름을 알게 되는데서 시작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어제 만났던 새들을 알아볼 차례다. 바로 앞에서 활발히 날아다녔던 아이는 박새 같다. 좀 떨어진 곳에서 시끄럽게 울던 새는 직박구리일 것이다. 그런데 여러 소리들이 겹친 가운데 광선총을 쏘는 듯 지지지지 우는 새와 삐리리리 우는 새는 무얼까, 


이다는 관찰하면서 늘 말한다. 

'언젠가는 알아낼 것이다' 

그리고는 새로운 걸 만난 걸 감사해하고, 모르는 걸 만난 걸 즐거워한다. 저 두 소리도 언젠가는 알아낼 것이다. 참새보다 작고 넥타이를 맨 박새를 만나면 이제 박새라고 불러줘야지. 시끄럽게 울며 홍조를 가지고 뒤통수 털들을 잔뜩 멋부린 직박구리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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