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첼라를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한 글
필자의 한마디: 올해 코첼라 페스티벌을 갔다 와서 집에서 요양만 취하고 있습니다.
미리 경험한 사람들의 의무는 바로 글을 남겨 후발주자들에게 정보제공을 해주는 것일 테지요.
코첼라도 막상 가면 마냥 좋은 곳은 아닙니다. 신중히 결정하세요~
장점
1. 규모에 비해 매우 쾌적함
- 이 정도 초네임드 페스티벌이면 사람도 우글우글하고 그에 따라 공연 당일에는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야 정상인데 공연장 내부는 상당히 쾌적한 편입니다. 글래스턴베리는 그 장소에 있는 것 자체가 괴로울 정도로 지저분했는데 말이죠. 잔디가 깔려있고 쓰레기도 스태프들이 수시로 치우는 편이라 후지 록 정도는 아니지만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이제 곧 집 간다고 관객들이 정줄을 놨는지 물병들을 하도 버려서 온 사방에 물병들이 뒹굴거렸기는 했지만..)
2. 공연과 관련된 것만큼은 상당히 좋음
- 공연장이 크기는 하지만 글래스턴베리처럼 도시 규모 정도는 아니라 이곳저곳 홍길동 마냥 왔다 갔다 하며 공연 볼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할 수 있는데 더워서 못한다는 게 함정) 어떻게 보면 공연장만 놀이동산 같은 곳으로 바뀐 섬머소닉 같은 느낌이랄까요. 음향도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고, 무엇보다 아티스트들이 다른 곳에서 공연할 때보다 더 정성 들여서 나오기 때문에 공연 자체의 퀄리티가 좋습니다. 스페셜 게스트도 많이 나오고요. DJ가 공연할 때는 보컬 피처링 게스트도 간간이 나와서 공연합니다. 예전 디스클로저 때는 샘 스미스가 직접 Latch를 불렀던 걸로 기억합니다.
3. 관객들의 에너지와 오픈 마인드
- 관객들이 친절하며, 연령대가 젊기 때문에 아무래도 에너제틱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상하게 깔끔 떠는 UMF나 섬머소닉 같은 곳보다 훨씬 모르는 사람들과 놀기 적합한
페스입니다. 이것은 거의 모든 캠핑형 페스티벌의 장점이기는 합니다만, 코첼라는 캠핑장뿐만 아니라
공연장 내에서도 사람들과의 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단점
1. 취향 타는 라인업
- 예전의 코첼라는 음악성이 뛰어난 아티스트 (ex:라디오헤드, 아케이드 파이어, 프린스, 다프트 펑크, 마돈나), 혹은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아티스트들 위주로 꾸려지던 페스티벌이었습니다. 메이저보다는 마이너,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보다는 힙스터들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죠. 다만 2010년대 초중반부터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그대로 복사+ 붙여 넣기 한 듯한 식상한 라인업이 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도 더 위켄드, 비욘세, 에미넴, 미고스, 카디 비, 포스트 말론 등 언뜻 보면 화려한 것 같은데 올드 팬들에게는 이게 무슨 코첼라냐, 10대들 인스타 자랑용 페스티벌이지 라며 욕 엄청 먹었습니다. 만약 피치포크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이제는 차라리 스페인의 프리마베라,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벌을 가는 것이 훨씬 나을 수 있습니다. 코첼라는 너무나 거대해졌고, 그 점이 더더욱 과거로의 회귀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코첼라 페스티벌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신 분들은 꼭 라인업을 확인하신 뒤에 갈지 말지에 대한 여부를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2. 종합 예술 축제 치고는 부족한 콘텐츠
- 작금의 코첼라의 명성은 글래스턴베리의 그것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지만, 콘텐츠는 종합 예술 페스티벌 치고는 꽤 부족한 편입니다. 달라이 라마, 스티븐 호킹 박사, 조니 뎁과 같은 유명인사의 스피치를 들을 수가 있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연극으로 즐길 수 있는 글래스턴베리에 비하면 풍부하지 못하고, 또한 후지 록처럼 공연장 안에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아닙니다. Camping Center라는 카 캠핑 구역 근처에 있는 장소에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낮에는 너무 더워서 요가 같은 걸 할 시간에 샤워를 끝낸 뒤 빨리 입장해 에어컨 있는 스테이지로 달려가고 싶을 뿐이고, 정작 뭔가 이것저것 하고 싶은 오후 시간대에는 공연장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게임으로 치자면 미니게임 같은 자잘한 액티비티를 즐기겠다고 공연장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그 귀찮은 검문검색 과정을 다시 겪어야 하는데 그러고 싶을 관객이 있을까요?
최소한 저는 아니었습니다.
3. 기대할 것 없는 푸드존
- 네. 여기 푸드존의 음식은 매우 맛이 없고 거기에다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쌉니다. 음료도 마찬가지입니다. 딸기 스무디 한 잔에 12달러 (원화로 13000원 정도)를 요구할 때 이럴 거면 내가 만들어먹겠다 이 도둑놈들아 소리가 안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푸드존의 음식은 너나 할 것 없이 맛없기 때문에 양이라도 많이 주는 걸 드시거나, 웬만하면 주스 같은 것보다는 물을 사 먹는 것이 그나마 돈을 저축할 수 있는 길일 것입니다. 여담으로 저희 텐트 옆에 계신 이웃분은 아침은 직접 샐러드를 만들어 드시더군요. 현명하신 분..
4. 도움 안 되는 스태프들
- 이곳의 스태프들은 관객인 여러분들보다 규정에 무지합니다. 뻔히 LAX Shuttle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바로 앞에 보이는데도 LAX Shuttle? 글쎄 잘 모르겠는데라는 대답을 하는 스태프도 있었습니다. 뭔가 궁금한 점이나 도움받을 것이 있다면 90% 이상의 서있는 병풍들 말고 Info 부스에 가서 그쪽 스태프들에게 물어봅시다. 그분들이 제일 많이 압니다.
5. 날씨
- 사막이라 새벽에는 춥고, 낮에는 너무 더워서 탈진 상태에 이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캠핑은 절대 비추입니다.
대신 밤에 해가 질 때쯤이면 이런 천국이 있나 싶을 정도로 공연 보기 좋은 날씨라 어리둥절.
Tips: 그래서 코첼라는 어떻게 가야 할까?
1. General Admission Pass + Camping : 절대 비추, 이걸로 갈 바에는 에어컨 틀고 집에서 스트리밍으로 보는 게 금전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훨씬 이득입니다. 이렇게까지 고생하며 갈 정도의 페스는 아닙니다.
2. Vip Pass + Camping: 캠핑할 때 죽을 것처럼 괴롭기는 하지만, 해 떠있는 동안에는 Vip존을 이용해가며
체력을 비축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캠핑을 하실 거면 이렇게 가시는 게 낫습니다.
3. General Admission Pass + Hotel: 아침 일찍 공연 보는 건 더워서 힘들겠지만 쉴 때는 제대로 쉴 수 있어서 금전적으로도 그렇고 가장 합리적인 옵션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4. Vip Pass + Hotel: 해피 코첼라 되세요~
ps: 이 밖에도 900만 원 넘어가는 사파리 텐트 같은 곳도 있는데 돈값 못한다는 소리가 있어서 추천은 안 하겠습니다. 더 알아보시고 결정하세요~
General Admission Pass (GA) : 429달러 (원화로 46만 원 상당)
일반 티켓인데 싼 것 빼고는 장점이 없음. Vip는 vip존에서 쉴 수 있지만
GA패스인 사람들은 그늘 찾아 삼만리.
Vip Pass: 999달러 (원화로 약 108만 원 상당)
가격이 오르는 추세라 내년에는 1000달러 찍을지도?
호텔 패키지: 티켓이랑 호텔, 그리고 Any Line, Any Time 셔틀권이 포함된 패키지.
* 참고로 Any Line, Any Time이라고 적혀있어서 이거로 Lax 갈 수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 이름이 저렇게 생겨먹어서 그렇지 Lax 셔틀권이랑 개념이 다릅니다. Any Line, Any Time 셔틀권은 호텔이나 리스트 밴드 수령하는 곳 (Indian Wells Tennis Garden) 등 인근 장소에 떨궈주는 버스권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호텔 패키지의 가격은 숙소마다, 또 티켓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가격은 아니지만 대충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더 자세한 건 홈페이지 가셔서 직접 알아보세요.)
3박에 2인, GA Pass일 경우
= +-264만 원 ~ +- 420만 원
3박에 4인, GA Pass일 경우
= +- 392만 원 ~ +- 576만
3박에 2인, Vip일 경우
= +- 419만 원~ +-549만 원
3박에 4인, Vip일 경우
= +-750만 원 ~ +- 838만 원
여기서 중요한 건 3박이면 금요일 체크인이라 온전히 다 즐기기는 힘드실 겁니다.
그래서 4박짜리도 있는데 이건 당연히 더 비싸니 본인의 상황에 따라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