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 내한! 아이묭 공연 후기

"Dolphin Apartment" In SEOUL

by NIN



저에게 있어 아이묭은 한때 뜨겁게 좋아했지만,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 듯한 오래된 연인 혹은 친구 같은 아티스트입니다. 2017년 무렵, 지금은 명실상부 아이묭의 대표곡이 되어버린 '사랑을 전하고 싶다던가' 뮤직비디오를 계기로 그때부터 쭉 관심을 가지고 새로 발표하는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들었고, 여전히 제 가슴 한편에 '순간적 식스센스'는 가장 좋아하는 2010년대 앨범 중 하나로 남아있지만, 제 음악취향의 변화 때문인지, 신곡들이 이전만큼 끌리지 않기 때문인지,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느새부턴가 이전보다는 덜 찾게 된 뮤지션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묭의 내한 공연이 확정되었을 때,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면서도, 어쩌면, 만약에 조금 더 일찍 만났다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이런 뜨뜻미지근한 마음으로 공연을 가는 게 맞을까? 더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팬분들이 관람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수년 전 일본에서 타임테이블이 겹쳐버린 관계로 초창기 시절 아이묭의 공연을 보지 못했던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지라 티켓팅에 도전했고 기적적으로 취소표를 얻게 되어 토요일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Dolphin Apartment Tour




개인적으로 이번 내한공연에서 만족스러웠던 점 중 하나는 작년에 릴리즈 된 정규 5집 투어의 일환임에도 불구하고 해외공연임을 염두에 둔 것인지 신곡들의 비중을 조금 줄이고, 좀 더 밸런스를 신경 쓴듯한 셋리스트였습니다. 물론 듣지 못해 아쉬웠던 곡들도 많았지만, 일본 내에서 진행되었던 투어의 셋리스트를 감안했을 때 비교적으로 첫 공연으로써, 아이묭의 풀 디스코그래피를 가볍게 훑는 느낌으로 훨씬 더 어울리는 선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무래도 관람할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볼 때에는 신곡도 좋지만, 기존에 사랑받아왔던 곡들을 더 듣고 싶다는 열망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촬영금지로 인해 조금 더 공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도 좋았습니다. 물론 이 점을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뒤집어보면 자리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되는 장점도 있고 가끔씩은 폰 없는 공연도 괜찮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에 아쉬웠던 부분은 킨텍스에서 공연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사운드적으로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공연 초중반 쯤에 출력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듯한 이슈도 있었고 전체적인 경험이 긍정적이지는 않았습니다만 이전에 킨텍스에서 관람했던 공연들의 사운드가 워낙 파멸적이라 이정도면 들을 수는 있네하고 말았던 기억이 나네요. 언제쯤이면 사운드가 좋은 건 당연한 기본사항이 될지..



Communication


이번 공연을 보면서 아이묭은 관객들과의 소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고 노력하는 아티스트라는 인상이 진하게 남았던 것 같습니다. 공연을 보다 보면, 음악적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혹은 스스로가 말주변이 없다고 느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멘트를 최소한으로 하거나 아예 안 하는 케이스도 꽤 접하게 되는데 꼭 그게 나쁘다기보다는, 이만큼 만담에 가까울 정도로 즐겁게 소통하는 공연은 저로서도 꽤 오랜만이었기에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소규모 공연에서는 아무래도 뮤지션과 관객들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도 가깝다 보니 쌍방향 소통이 왕성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만, 어느 정도 스케일을 가져가는 공연에서조차 버스킹에 가까운 친밀감,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아이묭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현장에서 서프라이즈 식으로 1년간 한국어를 몰래 공부하고 있었다고 밝히며 대부분의 멘트를 한국어로 진행한 점에서 이번 내한공연의 의미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결국 그녀는 싱어송라이터



날 공연에서 아이묭은 한 가지 포맷이 아닌, 풀밴드, 어쿠스틱 셋, 솔로를 오가며 다채로운 구성을 선보였는데, 편곡적으로 다양해서 듣는 재미가 있었던 것을 넘어 이러한 구성조차도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이미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이루어낸 것과 별개로 아이묭의 음악적 근원은 최소한의 악기 (통기타)와 보컬로 곡을 만들어가고 그것을 부르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핀 조명을 자주 활용하는 것으로 설령 어떠한 형식으로 진행한다고 할지라도 결국 중심이 되는 것은 아이묭 본인임을 관객들에게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측면들 역시 심플하지만 효과적인 연출로 다가왔습니다.


공연 전반적으로도 화려한 무대효과가 난무한다기보다는 밴드와 보컬, 그들이 가진 에너지를 믿는, 단순하지만 종국에는 그것이 전부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묭의 공연과는 사뭇 다른, 블록버스터 급 연출의 끝판왕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이 같은 날 진행되었다는 점이 관객으로서는 재밌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다시 친해져 봐요


돌이켜보면 아이묭의 음악을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것은 통기타 라이브 공연 영상들을 통해서였습니다. 편곡이 더해져 풍부해진 사운드를 갖춘 완성된 결과물들도 좋았지만, 단출한 통기타 사운드와 번뜩이는 멜로디를 들으며 이 곡이 정말 훌륭한 곡이었구나 깨닫는 것과 동시에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드는 아티스트였기 때문에 더 빠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기존에 좋아했던 아티스트들은 스타일 상으로는 아이묭과는 대척점에 서있다고 해도 무방했는데 말이죠. 오히려 양극단에 있으면 더 끌릴 수도 있다는 점이 삶에 있어서든, 사람에 있어서든, 음악에 있어서든 통용된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귀가 아파오는 음악을 듣다가도 이따금 제이슨 므라즈와 아이묭을 찾던 제 취향의 파편을 어제 공연에서 오랜만에 발견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드네요. 이 참에 아이묭의 음악과 다시 친해져 보길 바라면서 다음 내한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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