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of the Spheres Tour
8년 전에 내한공연을 봤을 때도 느낀 점이지만 참 이들의 공연은 하나의 체험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다회차 관람을 하느냐 마느냐에 있어서는 개인의 취향의 영역이겠지만, 설령 콜드플레이의 노래를 한 곡도 모른다고 할지라도, 일단 현장에 오면 그 스케일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으며, 시각적 연출의 핵심인 곡의 테마에 따라 형형색색 빛의 파도를 만들어내는 LED 팔찌 자이로밴드, 착용하면 온 세상이 하트로 보이는 문고글까지, 곡이 한곡씩 진행될 때마다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재미들을 찾아가다 보면 마치 디즈니랜드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알면 더 재밌지만 몰라도 괜찮은, 그 자리에서 팬이 될 수도 있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공연, 그것이 콜드플레이를 계속해서 찾게 만드는 원동력인 듯합니다.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 공연조차도 스트리밍으로 편하게 볼 수 있는 현시대에 그래도 나와서 직접 보면 더 즐거울 거라며 어마무시한 오프닝 게스트와 깜짝 게스트를 필두로 온갖 매력포인트를 2시간 남짓 내내 발산하는 이 정도 레벨의 엔터테인먼트 쇼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 것입니다. 긴말할 것 없이 사진을 찍고 싶어지고, SNS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한다는 점에서 왜 이들의 투어가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투어 중 하나인지 다시금 진하게 체감하고 돌아왔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순간이라면 저는 시각적으로 너무나 황홀한 연출과 함께 기분 좋은 질주감을 선사했던 Charlie Brown, 팬분과 함께한 뭉클했던 Everglow, C-Stage에서 노래한 Parachutes 앨범의 곡들, 문고글을 착용하며 바라보았던 GOOD FEELiNGS의 무대를 꼽고 싶습니다. 이전에 이미 이들의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기 때문에 막상 왔는데 이전과 비슷하다고 느끼면 어쩌나, 감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문고글의 존재와 곡들의 인트로 혹은 아웃트로 부분에서 자신들의 곡들을 잘라내고 붙인, 원곡에서는 느낄 수 없는 투어만을 위한 편곡의 디테일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자이로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기본 골자는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음악적으로, 연출적으로 그때와 미묘하게 달라진 점들이 있어 Music of the Spheres 투어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분명히 전달되었습니다. 다만 문고글이 자이로밴드에 비하면 보조적인 성격이 강했던 지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조금은 남았습니다. 나중에는 크라프트베르크 공연처럼 진행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런 생각도 들었네요.
아무래도 라이브를 관람하다 보면 음원으로는 그다지 좋게 느껴지지 않았던 곡들도 새롭게 다가오는 측면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People Of The Pride가 그랬습니다. 라이브를 관람하기 전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 트랙이었는데 관람 후에 조금 더 흥미를 가지게 되었죠. 하지만 저에게 있어 Music of the Spheres, Moon Music 앨범은 콜드플레이의 디스코그래피 안에서 가장 저점에 위치한다고 여겨지는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이번 투어의 셋리스트가 필연적으로 좋게 느껴지기는 힘들었습니다. 막상 들으니 괜찮게 느껴지는 지점들도 있었지만 이 아름다운 연출을 다른 곡들과 함께 체험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꼭 1~2집의 곡들이 아니더라도 Mylo Xyloto, Ghost Stories 앨범의 수록곡들이 더 있으면 어땠을까, 투어 명도 Music of the Spheres인데 정작 해당 앨범에서 최고의 곡으로 평가받는 Coloratura는 부르지 않는 점 등 개인적으로 다소 아쉬웠던 부분들이 있습니다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트랙 중 하나인 Don't Panic과 Everglow를 들을 수 있어 어느 정도 해소가 된 공연이었습니다. 화려한 연출도 좋지만, 전 여전히 심플하게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를 때의 크리스마틴이 가장 멋져 보이나 봅니다.
수많은 공연을 다니면서 한국 공연사에 남을만한 최악의 운영들을 겪어본 바 있지만, 다회차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꾸준히 말들이 나오는 경우는 보기 드물었기 때문에 언급을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첫 공연 전날에 물 반입 이슈로 시끌시끌하더니 당일날에는 스탠딩으로 예매하신 관객분들이 오프닝 공연을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고, 잦은 공연시간 변경 (그걸 왜 당일에 공지를 하는..?), 누가 봐도 시야 제한석인데 정가를 받는 게 맞나 싶은 가격 책정 등등 하고 싶은 말들은 많지만 딱히 변화할 것 같지는 않아서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공연 관람의 경험이라는 것이 아티스트의 공연만을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날 공연장에 입장하면서 퇴장할 때까지의 순간 모두가 총체적인 기억으로서 각인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은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램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관객분들 대부분도 무언가 대단한 것을 원한다기보다는 지불한 금액만큼의 편의와 서비스를 제공받고 싶을 뿐일 테니까요. 가뜩이나 티켓값은 점점 비싸져 가는데 유야무야 공연 당일날만 넘기면 된다 식 운영은 더 이상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